젬스톤 매혹의 컬러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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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스톤의 컬러는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니다.

가치의 척도이자 가격표이다.

책제목과 표지에서 알수 있듯이 이 책은 보석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부제와 뒷표지문구에서 알수 있듯이 보석에 대한 이야기 중 특히 컬러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보석은 돌인데 돌이 보석이게 된 이유는 그 '색' 때문이니 보석에 대한 이야기중 가장 기초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화이트, 레드, 핑크, 오렌지, 옐로, 그린, 스카이블루, 블루, 퍼플, 멀티컬러 등 열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파인 주얼리에서 자주 쓰는 50여 개의 보석을 컬러별로 배치했다. (p. 8) 요약하자면, 색에 따른 분류가 기본이지만 광물의 본질적인 특성상 무 자르듯 명쾌하게 나눌 수 없었다는 말이다. 선택된 50여 개의 보석은 2023년 현재 글로벌 시장의 수요 공급과 트렌드를 반영한 리스트라고 볼 수 있다. (p. 9)

보석과 컬러에 대한 책이니만큼 시각적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었다. 오른쪽엔 보석의 사진이 왼쪽엔 그 보석에 대한 설명이 배치된 책의 구성상 책의 두께 대비 책장도 술술 넘어가고 무엇보다 각각의 보석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으니 내겐 마치 화려한 박물관을 관람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내게 보석이란 음... 내가 직접 걸치는 악세사리라기 보다는 내게 닿을 수 없는 박물관의 유물처럼 여겨져서... ㅋ 가진게 없고 가질수 없으며 멀게 느껴지는 보석이 박물관의 유물과 다를게 무어 있겠나 ㅎㅎㅎ 그래서인지 각각의 보석이야기는 때론 상식처럼 때론 역사처럼 흥미롭게 읽혀졌다.

정확히 말하면, 캐럿은 크기가 아니라 무게다. 1캐럿은 0.2g이다. (p. 14)

다이아몬드 그만큼 '영원한 사랑'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보석이 또 있을까? 물론 고유의 단단한 성질도 한몫 했다. '정복될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 아다마스에서 유래한 명칭만 봐도 그렇다. (p. 37)

첫번째 보석 '다이아몬드'부터 새로운 이야깃거리라 툭툭 튀어나왔다. 다이아몬드가... 오 그래? 하면서 읽게되는. ㅎㅎ

이런 식의 감탄과 호기심의 자극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진다.

그리스인들은 루비를 '모든 보석의 어머니'라고 불렀고, 로마인들은 다이아몬드보다 높이 평가하면서 '돌 가운데 꽃'이라 여겼다. 성경에도 붉은 보석이 네 번 등장하는데 모두 아름다움이나 지혜와 연계되어 있다. 대제사장의 흉패에 박힌 12개의 보석 중에서 제1열의 첫 번째 보석도 루비다. (p. 79)

산호는 특히 주요 산지인 지중해 일대에서 이집트와 로마 시대부터 어린아이를 보호하는 부적으로 쓰였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영웅 페르세우스가 괴물 메두사의 목을 잘랐을 대 흘러 넘친 피가 지중해에 떨어져 산호가 되었다고 한다. (p. 123) 진주, 호박, 상아와 함께 대표적인 유기질 보석인데 가치로만 따지자면 진주에 버금가는 이인자로 꼽힌다. (p. 125)

"이상하네, 내가 아는 토파즈는 파란색인데?" 사실 순수한 토파즈는 무색이다. (p. 195) 토파즈가 산스크리트어로 '불'의 뜻을 가진 'taoas'에 기원을 둔 이름인 만큼 노란 기가 도는 보석은 모두 토파즈로 불릴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p. 197)

페리도트는 보석을 뜻하는 아랍어 파리다트에서 유래된 프랑스어다. 고대에는 토파조스라고 불리다가 18세기 이후에야 페리도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옛 문헌에 토파즈로 기록된 보석이 있다면 페리도트일 확률이 높다. (p. 249) 페리도트는 한때 '가난한 자의 에메랄드'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지만 이렇듯 수세기 동안 부활과 재생의 의미로 폭넓게 애용된 보석이다. (p. 251)

터키석은 16세기의 프랑스식 표현이다. 풀어쓰자면 '튀르키예에서 온 돌'이 된다. 사실상 튀르키예에서 산출되지 않았음에도 프랑스의 상인들이 페르시아에서 건너온 돌을 튀르키예의 시장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그렇게 믿은 것이다. (p. 295)

라피스라줄리는 한자어로 청금석, 즉 푸른 금의 돌이다. 기원전 7000년부터 아프가니스탄의 바다흐샨 지역에서만 산출되어 이름처럼 금값에 맞먹는 비싼 보석으로 자리매김했다. 성경에 의하면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대제사장의 흉패에 박힌 12개의 보석 중 하나가 라피스라줄리였다. 유대인의 기록에도 십계명을 새긴 명판이 라피스라줄리라는 설이 있다. (p. 327)

역사를 좋아하다보니 보석 이름의 어원이나 관련된 역사적 에피소드가 등장하면 더 재미있게 읽혀졌고,

보석의 나이로 줄을 세운다면 1열은 단연 지르콘의 차지다. 1956년에 미국의 지구화학자 클레어 패터슨이 지구의 나이를 45.5억년으로 발표했을 때 사용한 연대 측정 광물이 바로 지르콘이었기 때문이다. 지르콘은 우라늄 같은 소량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반감기를 이용해 암석의 생성 시기를 측정할 수 있다. (p. 287) 큐빅 지르코니아와 혼동되는 것인데 둘은 엄연히 다른 물질이다. 큐빅 지르코니아는 1970년대부터 인간이 다이아몬드 모조석으로 생산해온 이산화 지르코늄이고, 지르콘은 규산 지르코늄이라는 천연 광물이다. (p. 289)

'귀한 돌'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우팔라' 또는 라틴어 '오팔루스'에서 유래한 이름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보석이다. 오팔은 실리카와 수분으로 구성된 비정질의 함수규산염이다. 즉 엄밀히 따지자면 광물이 아닌 준광물에 속한다. (p. 353)

보석은 돌 그러니까 광물이다보니 때로는 과학적 이야기로도 흥미롭게 읽혀졌으며,

오렌지색을 만들어내는 적색과 황색은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로서 동양에서 가장 사랑받는 '투톱'컬러이기도 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 영국에 오렌지가 수입되기 전까지는 이 색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가 없었다고 한다. 1512년이 되어서야 'orange'가 색을 묘사하는 단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p. 165)

한여름의 태양 빛을 닮은 호박은 오랫동안 동유럽의 왕실을 장식하고, 각종 종교 오브제나 공예품의 소재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p. 203) 덴마크에는 1933년부터 90년 가까이 호박 주얼리만 생산해온 브랜드가 있을 정도로 스칸디나비아 일대에서는 행운의 상징으로서 인기가 높다. (p. 207)

때로는 상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다양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했다.

누군가 가장 저평가된 보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단연코 스피넬이다. (p. 99)

순수한 칼세도니는 백색이다. 여기에 미량의 발색 원소나 미세한 내포물이 들어가 색을 갖게 되는데 다공질이다 보니 모든 색으로 염색과 탈색도 가능하다. 한 예로 오닉스는 원래 검정색과 백색의 직선 줄무늬가 나란히 배열된 보석이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는 오닉스는 모두 인위적으로 검게 염색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p. 381)

하지만 가장 신선했던 점은, 보석의 다양성과 색 자체를 변형시킬 수 있는 가공성 이었다. 내가 아는 보석 이름이라곤 열가지도 대지 못할 것 같은데 세상엔 실로 엄청나게 다양한 보석이 있었다. 또한 보석이라고 하면 그냥 돌을 캐서 예쁘게 깎은 것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열처리를 하건 다른 물질을 삽입하건 표면에 어떤 처리를 하건 여하튼 보석은 그냥 예쁜 돌이 아니라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는 어떤 것이었다.

이 책은 매 보석마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부터 보관법 같은 깨알상식까지 알차게 담고 있는데 책의 뒷부분에는 젬스톤의 보석학적 특징과 용어정리까지 깔끔하게 추려져 있어서 보석에 대해 학문적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도 재미있게 읽혀질 수 있을 것 같다. 정리하자면, 단순히 보석에 대한 ~카더라 식의 흥미위주가 아니라 적절히 역사적이고 적절히 과학적인 그렇게 적절히 전문적인 보석의 이야기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달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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