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근대 소설의 양대 산맥이 영국과 프랑스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낭만주의 감성의 영국에서는 자유로운 상상력의 환상 소설, 모험 소설, 고딕 소설, 역사 소설이 주를 이뤘다면, 실제의 사회와 역사를 치열한 비판 의식으로 파헤친 리얼리즘 소설은 프랑스 문학의 본령이었다. 19세기 초의 발자크, 스탕달, 플로베르, 빅토르 위고로부터 시작하여, 중반과 후반의 외젠 쉬, 공쿠르 형제, 에밀 졸라를 거쳐 20세기 초반의 마르셀 프루스트와 로제 마르탱 뒤 가르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는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을 굵직한 리얼리즘 작가들을 끊임없이 배출해왔다. (p. 623) 21세기 초반에, 가물가물해져 가던 이 영광스러운 횃불을 이어받겠다고 나선 작가가 나타났으니, 바로 피에르 르메트르 이다. -옮긴이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