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 중독은 기존의 강경 노선과 타인에게 대리 위임한 잔혹한 폭력성을 더욱 공고히 했고, 전쟁과 유대인 학살의 마지막 국면에서는 결코 뜻을 굽히지 않게 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목표와 동기, 이념적 망상, 이 모든 것은 마약의 결과가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이미 그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히틀러는 혼미한 정신 상태에서 학살을 저지르지 않았고, 끝까지 제정신을 유지했다. 마약은 결코 결정의 자유에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히틀러는 항상 자기 의지의 주인이었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깨어 있는 정신으로 냉철하게 행동했다. 그는 처음부터 도취와 현실 도피에 기반한 체계 안에서 끝까지 일관되게 행동했고, 지독히 철저했으며, 결코 미치지 않았다. (중략)즉,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심적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그렇게 많은 마약을 스스로 복용한 것이다. 천하의 몹쓸 죄악이 경감될 수는 없다. (p. 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