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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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상에서 단 다섯 번만 일어났던

대멸종이 재현되고 있는 순간을 살고 있다.

이 책에는 13개 장에 걸쳐 여섯 번째 대멸종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장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한 종이 등장한다. (중략) 멸종은 소름 끼치는 주제이며, 대량 멸종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매혹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나는 두 측면, 즉 멸종에 대해 알게 되면서 느낀 흥분과 공포 모두를 전달하고자 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가 매우 특별한 순간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p. 23 - 프롤로그 中 -

저자는 과학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 이지만 이 책은 과학책임에 분명하다.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이 과학자의 전문성을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특유의 집요함과 광범위한 조사는 때로 그 어떤 과학자의 책보다 더 전달력 강하게 주제에 접근하게 한다. 또한 칼럼처럼 쓰여진 대중적인 서술은 이 책의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읽도록 해준다. 그러니 주제의 무게에 이해의 무게까지 더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도 된다. 이해되면 될수록 더해가는 마음의 무거움만 느껴도 충분히 버거울 테니. 왜냐하면 이 책의 주제는 '멸종' 이니까 말이다. 그것도 대.멸.종.

양서류는 지구상의 모든 대륙이 판게아라는 하나의 땅이었던 시기에 출현했다. 그러다 판게아가 분열하면서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의 환경에 적응했다. (p. 37) 오늘날 양서류는 지구상의 동물 중 가장 위기에 처한 강 이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얻었다. (p. 44) 종들이 사라지는 데는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지만, 그 과정을 끝까지 추적하다 보면 늘 동일한 범인인 '일개의 나약한 종'을 만나게 된다. (p. 45)

'일개의 나약한 종'

이미 예상하고 있겠지만 인간이다.

세계 곳곳에서 개구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조용해져서 좋겠다고? 아니다. 그렇지가 않다. 인류보다 먼저 태어나 인류보다 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온 양서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저자는 이미 멸종한 개구리부터 확인시켜 준 후 '멸종'의 기원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나간다. 그 시작은 진화론의 출발전 생명의 나무부터 시작된다.

칼 린네가 이명법 체계를 고안했을 때, 그는 산 것과 죽은 것을 구별하지 않았다. (중략) 다룬 것은 오직 한 종류의 동물, 즉 현생 동물 뿐이다. (p. 53) 퀴비에는 '현재 존재하거나 화석에 남아 있는 코끼리 종들'이라는 강연에서 멸종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임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p. 66) 퀴비에의 절멸종 목록이 길어질수록 그의 명성도 높아졌다. (p. 73) 생명의 역사가 길고 변화무쌍하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환상 속의 동물로 가득한 때가 있었다는 퀴비에의 주장을 들으면 그가 당연히 진화론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퀴비에는 진화라는 개념에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론을 발전시킨 동료들을 깔아뭉개려고 했고 그 시도는 대게 성공적이었다. (p. 76) 라이엘이 보기에는 멸종 역시 매우 느린 속도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서 감지되지 않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p. 85) 라이엘은 당대의 스티븐 핑커라고 할 만한 유명 인사가 되었으며, 보스턴에서 열린 그의 강연에는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왔다. (p. 86) 찰스 다윈도 <지질학 원리>에 열광한 독자 중 한 명이었다. (p. 88)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글호 항해에서 다윈이 발견한 것은 자연 선택이 아니라 라이엘이었다. (p. 89) 한 전기 작가는 라이엘이 다윈에게 미친 영향을 이렇게 요약했다. "라이엘이 없었다면 다윈도 없었다" (p. 91) "종이 완전히 멸절하는 과정이 그 종이 만들어지는 과정보다 일반적으로 더 느리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 새로운 종의 탄생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다윈에 따르면 그런 일을 불가능하다. 종 분화는 너무나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과정이어서 사실상 관찰 불가능하다. 다윈은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그토록 느린 변화를 볼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p. 95)

생물의 분류부터 화석에서 비롯된 지질학의 발견을 거쳐 다윈의 진화론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차근차근 자연의 변화를 밝혀내는 것처럼 보였다. 다윈의 후계자들은 '서서히 멸절'했다는 관점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그토록 점진적인 변화로 설명되지 않는 대멸종의 증거들이 쌓여갔다. 그리고 1991년 소행성 충돌설이 확인되었다. 격변은 실재했고 대멸종의 원인들이 밝혀지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든 대량 멸종을 아우르는 일반론은 없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또다른 대멸종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고 다가오는 대멸종의 원인만큼은 이미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이미 이 책의 첫 장에서부터 급격한 '종의 멸종'을 확인했다.

지난 80만 년 동안의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치다. 아마 수백만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해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보다 높았던 때는 없었을 것이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CO2농도가 산업화 이전의 두 배인 500ppm을 넘어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2~4℃ 상승하고, 이 온도 상승은 빙하 소멸, 저지대 섬 해안 도시 침수, 북극의 만년설 유실 등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p. 172)

지구의 기후변화는 지구의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고 그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생물다양성 감소가 일어날 것이라는 증거는 확실하다. 일부 내성이 강한 생물은 더 번성하겠지만 전반적인 다양성에는 손실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과거의 대량 멸종 시기에 일어난 일인 것입니다. (p. 181)' 이산화탄소 증가는 기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산화탄소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곳은 바다다. 바다가 그 이산화탄소의 많은 부분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산호초는 단순히 해저의 열대 우림인 것이 아니라 바다 버전의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있는 열대 우림이다. (p. 207)' 산호초도 사라지고 있다.

다음 세기의 기온 변화 규모는 빙하기의 온도 변동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변화의 규모는 비슷할지라도 그 속도는 전혀 다를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관건은 속도다. 오늘날의 온난화는 마지막 빙기를 비롯하여 이전의 모든 빙기말에 일어났던 것보다 최소 10배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그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동식물의 이주나 적응도 10배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p. 235)

하지만 인류는 지구의 환경은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진화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 수는 없다. 오직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뿐.

'의존 관계는 쌍방향적이어서 나무도 동물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중략) 지구 온난화가 적어도 생태 공동체의 재구성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p. 245)' '한 개체군이 유실되었을 때 그 자리가 다른 개체군으로 다시 채워질 가능성은 그 서식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p. 261)'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건 '속도' 다. 인류가 지구를 변화시키는 속도를 지구 생명체의 진화속도가 따라잡을 수 없다면? 멸종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인류세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지질학적 분포라는 원리를 한데 뒤섞어 버린다는 점이다. (중략) 전 세계의 동식물을 재혼합하는 과정은 오래전 인간의 이주 경로를 따라 천천히 시작했지만 최근 수십년 동안 급격하게 속도를 높여 이제는 토착종보다 외래종이 많은 지역이 생길 정도로 진전되었다. (p. 282) 아시아의 종들을 북아메리카로, 북아메리카의 종들을 호주로, 호주의 종들을 아프리카로, 유럽의 종들을 남극 대륙으로 옮겨 놓으며, 우리는 사실상 이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초대륙으로 재편하고 있다. (p. 294) 국가적 다양성은 증가했지만, 같은 이유로 인해 전 지구적 다양성은 감소했다. (p. 300)

지구의 빨라지는 오염 뿐만 아니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교란시킨 생태계도 문제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깨닫지 못한 멸종의 방법중 하나는 인류의 사냥이었다. '수천만 년 동안의 숱한 가뭄에도 살아남았던 호주의 거대 동물들이 공교롭게도 정확히 최초의 인류가 도착하자 거의 동시-수백만 년을 단위로 하는 지질사적 의미에서-에 죽음을 (p. 324)' 맞았다. 이러한 과정은 같은 호모종인 네안데르탈인에게도 일어났다. 그렇게 인류만 남아가고 있다. 그렇게 인류만 살아남은 지구가 가능하리라고 보는가?

나의 진짜 주제는 그들이 사라져 가는 과정이 보여주는 일정한 패턴이다. 나는 하나의 멸종 사건-홀로세 멸종 또는 인류세 멸종, 좀 더 완곡한 표현을 원한다면 '여섯 번째 멸종'이라고 해도 좋다-을 추적함으로써 그 사건을 생명의 역사라는 더 넓은 맥락 안에 위치시켜 보고자 했다. 그 역사는 동일 과정설이나 격변설 어느 하나를 따른다기보다는 둘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p. 368)

저자는 여러 챕터에서 멸종하는 생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생물 하나하나에 대한 기록처럼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좀더 읽어보면 그 멸종의 원인들이 비슷한듯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고 아주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초래한 멸종이 우리에게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p. 371)' 에 대해 이젠 우리가 좀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류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 현재로 인식되는 이 놀라운 순간에, 우리는 의도치 않게 어느 쪽의 지노하 경로는 열어두고 어느 쪽은 영원히 차단해 버릴지를 결정하고 있다. (p. 373)' 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또한 아직 오지 않은 멸종을 막을 수도 있다. 2014년에 나온 책이 지금 다시 한국에 나왔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여전히 한국에서 읽히고 있지만 이제쯤은 <여섯 번째 대멸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 어느때보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진 한국에서 지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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