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맥베스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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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사람]의 시카고플랜 고전문학 시리즈 002

고전을 읽을 땐 가장 원문에 가까운 책을 골라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 갖고 있었지만 셰익스피어가 개인적으로 그닥 고전의 반열에 오를만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현대어판으로 쉽게 풀어썼다는 맥베스를 별생각없이 펼쳐들었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가임에는 분명하지만 고대고전을 읽으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작가 스스로의 창조가 아니라 고전에서 많이 인용해왔다는 것을 알고 개인적으로 작가의 그 위대함을 좀 폄하하게 되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4대비극의 한 작품이면서 짧은 내용에 비해 휘몰아치는 전개가 강렬한 작품이라고들 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검색해보면 엄청난 수의 책이 나오는데 의외로 그 책들 중 대부분이 산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소설로 자신의 작품을 쓰지 않았다. 희곡으로 쓰고 연극무대에 올렸지.

따라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게 된다면 희곡으로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워낙 오랜 세월 읽혀지고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다보니 각색과 변형이 된 작품도 다종다양했으리라 생각하긴 했지만 '읽기 쉽게 현대어로 풀어 쓴' 다는 것은 문장이 쉬워질 뿐 각색까지는 아닐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맥베스>를 이 책으로 처음 읽은 것이라 원전에 가깝게 번역된 것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 속의 문장 자체만으로도 번역에 문제가 좀 있어 보였다.

75p의 대사 중 개의 종류가 나열되는 부분이 있는데, '하운드와 그레이하운드, 잡종개, 스패니얼, 똥개, 푸들, 삽살개, 반늑대종도 개니까.' 에서 '삽살개'는 한국의 토종개이므로 영국개의 목록에 쓰면 안되지 않을까. 어차피 정확한 개 종류를 쓴 것이 아니라면 그냥 똥개 라는 표현처럼 일반적은 특징을 잡은 개로 쓰면 될 것을... 뭐 개종류 하나가지고 트집잡았다고 할 수도 있을 터이니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맥더프 내 아내는 어떤가요?

로스 잘 있습니다.

맥더프 내 아이들은?

로스 잘 있습니다.

맥더프 폭군이 그들의 평화를 깨지 않았나요?

로스 네, 제가 길을 나설 때 그분들은 평온했습니다. (p. 129)

맥더프 내 이야기라면 얼른 말해보세요.

로스 당신의 귀가 제 혀를 영원히 혐오하지 못하게 해주세요. 결코 들어본 적 없는 가슴아픈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맥더프 흠! 그렇군요.

로스 당신의 성에 기습 공격이 있었습니다. 부인과 자녀들이 야만적으로 살해당했습니다. 그 살인자 무리의 행태에 관해 더 이상 설명하면 당신의 목숨까지 위험하게 되겠지요. 그러니 전 매너를 지키겠습니다. (p. 130~131)

맥베스의 횡포가 거세졌을때 로스가 맥더프에게 와서 소식을 전하는 장면이다. 다른 날의 대화가 아니고 로스가 도착해서 계속 주고받고하는 대화이다. 그런데 앞에서는 맥더프의 아내와 아이들이 잘 있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살해당했다고 말하는 이 대화가, 인물이 바뀐 것도 아니고 계속 맥더프와 로스가 주고받고 있는 대화였는데 이 앞뒤 안맞는 표현이 과연 나만 이상한가?;;; 그래 뭐 비극적인 일을 나중에 말하려는 의도가 있었겠지, 자신이 출발할땐 괜찮았다가 나중에 사고가 생긴걸 알았겠지, 그렇더라도 뭔가 좀더 맥락적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되었어야 할 부분 같은데, 뚝뚝 끊겨서 영 앞뒤안맞는 대화가 되어버렸다. 이런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사실 곳곳에서 발견되서 작품의 줄거리 파악도 좀 힘들게 한다.

아무래도 다른 책으로 <맥베스>를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원문의 앞뒤 대사가 이상한건지 이 책의 번역이 이상한건지 확인하려면...

여하튼,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오랫동안 읽혀져 온 만큼 그리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만큼 어떤 작품이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고전은 고전원문에 가깝게 옮겨진 책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은 시간이었다. 역시 쉽게 가면 그만큼 얻을게 없다. 어려운 길은 어렵게 가야 얻어지는 것도 많아지는 법... 그러나 쉽게 가는만큼 그닥 남기지 않아도 된다면 무엇을 읽어도 가볍기만 하면 된다면 어떤 책을 선택하든 그것은 개인의 취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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