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리더들의 전쟁사 - 고민하는 리더를 위한
존 M. 제닝스 외 지음, 곽지원 옮김 / 레드리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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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기는 어렵지만 욕먹기는 쉽다

당신은 어떤 리더가 되고, 어떤 리더를 따를 것인가

'고민하는 리더를 위한 삐뚤어진 리더들의 전쟁사' 라는 이 책의 원제는 'The Worst Military Leaders in History' 이다.

장교를 가르치는 사관학교에선 당연히 역사속 군장교들에 대해 가르칠 것이다. 미국의 사관학교도 그렇다. 하지만 저자는 수업에서 가르치는 성공 사례 외에 실패 사례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역사상 최악의 군사 지도자'라는 주제로 쓴 글을 모았다.

'고대 아테네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전쟁사학자들이 뽑은 최악의 리더 top15' 라고 표지에 써있듯이, 전쟁사 라기 보다는 개별 인물사에 가까운 글들이라 시대를 아우르는 역사는 아니고, 또한 미국사관학교에서의 수업을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미국내 전쟁에서 활약한 장군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미국의 역사가 짧은 편이다보니 전쟁사도 짧기 때문에 대부분 근대 전쟁에서의 미국 장군들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모르는 인물들이 많았다. 미국사람이 우리의 강감찬 장군이나 이순신 장군을 모르듯이 우리도 그네들의 남북전쟁이나 양차대전에서의 장군들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달까.

학문으로서의 전쟁사가 리더십에 비판적인 평가를 요구하는 만큼, 해당 분야 연구자들이 누가 잘한 지휘관인지 못한 지휘관인지를 따지기 위한 강력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략)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인물 중에는 잘 앙려진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이 모든 글을 관통하는 요소는 등장하는 모든 리더가 주목할 만한 방식으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진 단점이 바로 그들의 유산이 되었다. 그 비판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p. 12) 이 책은 편집자들의 요청으로 여러 출처들을 참고해서 '왜 그들이 역사상 최악의 리더인가?' 라는 질문에 논거를 제시했다. 편집자들이 글을 모아 한 권으로 펴냈지만, 사실은 무능한 리더십을 주제로 한 매우 주관적인 평가를 모은 셈이다. (중략)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나쁜 지휘관들의 특징을 논의하는 것이다. (중략) 아무리 불편해도, 비판을 외면하는 것은 전쟁터에서의 리더십 연구가 절반짜리 진실만 쫓아다니게 한다. (p. 33) -서론 中-

길고도 상세한 '서론'에서 저자는 이 책의 의도와 인물들에 대해 개략적으로 책의 내용을 요약해준다. 전쟁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중에는 통사가 아닌 개별 인물 한 명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기에 각자 뽑은 최악의 리더는 다종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모인 15명의 최악의 장군들을 범죄자, 사기꾼, 멍청이, 정치꾼, 덜렁이 라는 5종류로 구분하고 있지만 사실 이 별칭들이 꼭 들어맞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한 가지 공통점으로 그냥 다 나쁜 놈들 이라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나쁜 놈들은 전쟁에서 나쁜 리더일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그러니 최악의 리더로 뽑혔을 것이고, 그래서 매번 대부분의 글의 마무리는 '역사상 최악의 지휘관이라는 칭호를 받아 마땅하다고 할 수 있겠다' 라는 식의 문장이 되었던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적백내전 당시 몽골제국을 부활시켜 러시아제국의 부활도 만들려고 했던 로만 폰 운게른-슈테른베르크는 '피의 남작'이라고 불릴 만큼 잔혹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리 장군에게서 위대한 장군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원주민 학살과 인종차별주의자로 KKK단의 배후가 되기도 했던 네이선 베드퍼드 포러스트 또한 잔혹행위로 악명이 높았다. 미국내 원주민 학살의 대표적 사건 중 하나인 샌드크리크 학살의 주범인 존 M. 치빙턴 또한 무차별적 잔혹행위로 자신의 전적을 쌓으려고 했던 자였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해군을 패전으로 몰고 간 데이비드 비티, 미국 남북 전쟁에서 무능함으로 유명세를 떨쳤다는 기드언 J. 팔로, 멕시코-미국 전쟁에서 잘못된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주었다는 안토니오 로페스 데 산타안나, 1차대전때 전쟁 준비는 하지도 않고 굴하지 않는 호전성으로 패전을 거듭했다는 프란츠 콘라트 폰 회첸도르프, 2차대전 당시 미 공군에서 수차례 패전했음에도 진급했던 루이스 브레러턴, 미국 남북전쟁당시 전술적으론 유능했으나 그만큼 누구보다 사상자를 많이 냈던 조지 A. 커스터 모두 개인적으론 무능했으나 정치적으론 무능하지 않은 나쁜 리더의 전형이었다.

대부분 근대 전쟁속 장군들이 많았지만 역사 속 장군들도 몇몇 등장하는데,

삼두정치의 한 명이었던 로마의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에 대해 '패배가 클수록 리더십이 나쁘고, 승리가 클수록 리더십이 훌륭하다. 이런 식의 해서대로라면 크라수스 또한 무능한 지휘관 반열에 올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수일 수 있다. (p. 217)' 라고 최악의 리더이긴 한데 최악의 리더일 수밖에 없었던 여러 사정들이 있었다라는 방향성이 다른 글들과 차별적으로 읽혔다. 크라수스에 대응하듯 이어지는 장군은 고대 그리스의 니키아스 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 크라수스와 짝을 맞춘 장군이 니키아스라고 하는데, '니키아스는 고대 최악의 지휘관임이 명백하다. 하지만 역사를 통틀어서도 최악의 지휘관일까? (p. 239)' 라는 질문에 비해 이어지는 내용은 최악의 리더임이 맞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예전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을 때 니키아스 때문에 화가 났었는데 다시 읽어도 니키아스라는 장군은 정말이지 너무나 화를 돋우는 사람이다.

알비 십자군 전쟁때의 툴루즈 백작 레몽6세는 시대적 한계가 인물의 한계와 만났을 때 어떻게 나쁜 리더가 되는지 보여주는 듯 했는데, 러일 전쟁에서 노기 마레스케의 군사적 무능함이 일본 군인정신으로 탈바꿈된 것도 비슷한 논리구조로 보였다. 로마제국의 로마누스 4세 디오게네스 에 대해서는 로마제국의 전체 맥락없이 한 개인의 리더십을 문제 삼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고,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올슬리 경에 대해서는 '체계적이고 사려 깊은 군인 (p. 340)' 이랬다가 '군사 지도자로서 한계가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p. 341)' 라는 마무리가 최악의 리더라는 주제면에서 설득력을 좀 떨어뜨리는 듯 했다. 그런데 이런 애매한 글을 마지막으로 맺음말이나 결론 혹은 후기 없이 책이 끝났다. 마무리글 없이 책을 끝낼거면, 편집의 순서상 가장 뒤의 글은 확실한 '최악의 리더'로 갈무리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인정받기는 어렵지만 욕먹기는 쉽다. 특히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역사는 늘 승전과 영웅을 노래하니 어찌보면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처럼 실패자들을 모은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정치가 복잡해져 갈수록 리더의 자질이 중요해지는 것 같다. 군장군들의 이야기지만 군통수권을 거머쥐고 있는 리더에게로 확장시켜 생각해 볼 수도 있을테니 이 책이 알려주는 최악의 리더십에 대해 이 시대의 리더와 견주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떤 리더를 따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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