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은 종종 불친절하다는 말을 듣는다. 곽재식 작가는 듀나 소설을 [제저벨] 같은 걸로 시작하면 이게 뭔가 하면서 헤맬 수 있다고 친절하게 경고한 적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 과연 작가가 숨겨놓은 모든 레퍼런스들을 다 이해해야 하는 걸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거운 독서가 가능하지 않을까. (p. 301)" 라고 저자는 말했지만, 곽재식 작가의 경고가 맞았다. 이 책은 무척 불친절한데... 나는 듀나 소설을 이 작품으로 시작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모르는 독서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거운 독서는 불가능한 사람이다. 제대로 다 알고 이해하고 넘어가야 만족스런 독서가 된다. 지식을 얻는 책이 아니라 소설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겠는가. (참고로, 이 책은 10년만의 개정판이다. 아마 10동안 계속 불친절한 책이라는 소리를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다.)
"진저는 어딨어요?"라고 묻는 녀석들은 정말 그 농담이 신선한 줄 알까?" (p. 13)
초반부터 내용이해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프레드 에스테어라는 [스윙 타임}의 필름에서 막 뛰쳐나온 헐리우드 배우처럼 생긴 선의에게 던지는 농담을 농담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는 독자는 이책을 대체 어떻게 읽어가야 하나;;; 이게 무슨 지식정보책도 아닌데 모르는 영화 모르는 배우 이름이 나오면 일일이 찾아가며 읽어야 하나? 내가 대체 왜 소설을 읽으며 그래야 하나? 저자는 온통 헐리우드 흑백영화를 총 출동 시켜서 이 작품을 진행하고 있는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배우들과 영화들이 아니다.
"뒷바라지할 쿠퍼 몇 마리만 남겨놓고 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목석같은 올리비에가 있는 곳에는 늘 아자니가 꼬이는 법. (중략) 하늘을 덮고 있던 우중충한 비구름에 지름이 수백미터가 넘는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을 통해 수십 마리의 아자니들이 황금 비처럼 쏟아지는 거야. 아자니들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드는 동안 지금까지 주변을 먼저처럼 맴돌던 100여개의 빨판 상어들은 중력장의 고리를 끊고 떨어져 나가지. (중략) 간신히 물 위에 떠 있는 빨판상어 안에선 보이는 게 별로 없지. 유리창 하나 난 건 조그많고 바닷물로 더러워져 있으니까. 그래도 그걸 통해 같이 빠진 동료 빨판상어들과 멀리서 다가오는 구조선들을 볼 수 있을 거야. (p. 12)"
올리비에, 쿠퍼, 아자니, 빨판 상어... 무엇보다 링커 라는 것에 대해 책을 다 읽어도 이것들이 대체 뭔지 알수가 없다.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서 왜 오는건지 와서 무엇을 하는 건지 하다못해 생물인지 아닌지조차 알수가 없다. 작가는 이 소설속 세계를 전혀 설명하지도 묘사하지도 않는다. 그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도 모르겠는데 그 세계 속 인물들이 무엇을 하건 집중이 될 리가 없다. 인물들이 하는 일은 현실세계에서의 일과 크게 다를게 없고 (사람이 하는 일이 현실이나 미래에서나 거기서 거기랄까;;;) SF라는 장르가 현실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특별하게 읽히는 건데 이 소설의 세계는 당췌 무슨 세계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주도 세계도 제쳐놓고 인물들과 사건들을 읽다보면 이건 SF라기 보다는 현실풍자 내지는 우화처럼 읽히는 거다. (왜 우화처럼 읽히는지는 뒤에 다시 언급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