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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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사라진,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들로의 여행

이 책은 지도책이다. 학창시절 교과서 중의 하나였던 사회과부도라는 커다란 사이즈의 책을 생각나게 하는 크기의 책이지만 사회과부도 안의 지도들처럼 세세한 지도라기 보다는 유아들이 보는 그림책 속의 지도들처럼 그림지도들의 책이다. 그러고보니 크기도 그렇고 지도보다 사진이 많으니 그림책으로 봐도 무방할 책일 것 같다. 부담없이 술술 넘어간다는 면에서도.

이 책이 추구하는 이상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변덕스러움을 일깨우는 한편,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소중한 것들을 얼마나 긴급히 보존해야 하는지 경고하는 것이다. (p. 6) -서문 中-

이 책의 첫장은 세계지도로 시작한다. 세계지도 곳곳에 빨간점들로 표시된 곳들이 이 책에서 만나게 될 장소들이다. 그 빨간점들은 그야말로 전세계 곳곳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이 장소들은 사라졌거나 사라져가고 있거나 사라질 곳들이다.

장소들은 크게 4곳으로 구분되어 있다. 고대도시, 잊힌 땅, 사그라지는 곳, 위협받는 세계

'고대도시'들은 그야말로 사라진 곳들이다. 모헨조다로, 하투샤, 렙티스마그나, 상도, 사우다드페르디다, 마하발리푸람, 팔렝케, 헬리케, 페트라, 팀가드, 알렉산드리아 등의 도시들은 발굴되어 고대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지만 알려고 할수록 알수있는게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곳들이기도 하다. 역사를 좋아하다보니 개인적으로 고대도시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이 책의 장소들이 하나의 주제로 모아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잊힌 땅'은 지역적 색채가 강해서 잘 모르는 곳들이었다. 산업이 쇠퇴했거나 댐으로 인해 수몰됐다거나 자연풍화로 사라졌다거나... 있었을 때도 잘 몰랐던 곳들이라고나 할까... 그에 비해 '사그라지는 곳'은 자연의 소멸이 두드러져 보였다. 그렇게 '위협받는 세계'에 이르면 지금까지의 장소들이 어떻게 하나로 엮이는지 어렴풋이 깨달아졌다. 인간이 환경을 마음대로 바꾸고 훼손하고 마구잡이로 사용해서 '위협받는' 장소들을 보다보면 계속 이렇게 해도 되는걸까 자연스레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이 책은 지도책에 가깝고 각각의 장소들을 지도와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그리 길지 않은 설명을 덧붙이고 있기에 차례대로 볼 필요도 없고 어떤 곳은 나름 관광하듯이 감상하며 읽게도 되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왠지 이 모든 장소들이 조만간 다 사라질 장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미 사라진 곳도 지금 사라져가는 곳도 앞으로 사라질 것 같은 곳도 모두 다 사라질 것이다. 보존하고 아끼고 지키지 않으면 모두 다 사라질 것이다. 이 모든 곳들이 다 사라지고 난 후의 세계가 과연 인간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환경일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에서 '사라진 장소들의 지도'가 아니라 '사라질 뻔한 장소들의 지도'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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