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으로는 미래를 꿈꾸기 어려웠다. 아직 서른이라고 해도 살아내는 당사자에게는 인생의 끝자락이다. 상상력이 고갈되었는지 막다른 길 너머를 그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벌써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아직과 벌써 사이에는 넓은 해협이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바다에서 홀로 헤매는 기분이 들 때면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달고나 먹을래요?
조는 요즘 매일같이 토토를 했다. (p. 92)
새로운 취향을 만드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는 노력이 유발하는 피로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 나도 요즘 무거운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지난 몇 해를 훨씬 바쁘게 살았는데 그때보다 더 지치는 기분이었다. 일을 배우느르 그렇다는 핑계도 슬슬 약효가 떨어지고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좋을지 생각하는 일조차 피곤했다. 그나마 무엇이라도 되었으니, 유령이기는 하지만, 다행인 걸까. (p.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