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필로소피 - 테크네에서 에로스까지, 오늘을 읽는 고전 철학 뿌리어 EBS CLASS ⓔ
김동훈 지음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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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전학자 김동훈이 고전 그리스오와 라틴어에서 찾은

엉클어진 생각을 매듭짓는 열다섯 뿌리어

서양고전을 읽다보면 어원을 알게 될때가 종종 있는데 그 어원적 의미가 너무나 절묘해서 감탄하게 될 때가 많다. 또한 지금 사용되는 의미와 그옛날의 의미가 달라서 사전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몸젠의 로마사> 번역자들이 만든 번역어사이트가 문득 생각났다. 다시금 조회해보니 이유는 알수 없지만 지금은 막혀 있는 사이트로 나온다. ㅠㅠ <몸젠의 로마사> 를 읽을 때 그 번역어 사전 사이트를 종종 들어가 보곤 했었는데...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의 이력을 보며 <몸젠의 로마사>를 공역한 학자라는 것을 알고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 신뢰도가 백퍼로 차올랐다. 고전을 번역하며 사전을 만들정도로 꼼꼼하게 분석한 학자가 그 어원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풀어내 준다니 이보다 더 좋을수 있겠나.

옛말 중에는 시공간을 넘어 생명과 맥을 유지하는 힘을 지닌 말들이 있기 때문인데, 필자는 이런 힘을 지니고 오늘날까지 전해진 이 옛말을 '뿌리어'라 하겠다. '뿌리어'의 말뜻은 정말 깔끔하고 깨끗하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알았다고 자부했던 온갖 것을 내려놓으면 잔물살처럼 맴돌면서 맘속에 스며드는 아스라한 말들이 있다. 그 말들의 명맥을 따지다보면 어느덧 맑은 기운이 솟구친다. 이것이 뿌리어를 익히는 이유라 하겠다. 이 책에서는 특히 고전 그리스어와 라틴어 가운데서 '정갈하다' 느낀 뿌리어로 열다섯 매듭을 지어보았다. (p. 6)

저자가 소개하듯이 이 책에는 15개의 뿌리어에서 시작된 하나의 주제가 역사를 지나쳐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되고 있다. 서양고전을 좀 읽은 사람이라면 들어봤음직한 단어부터 생소하고 낯선 단어까지, 읽기전엔 15개라는 숫자가 적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풍족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만큼 저자의 뿌리어에 대한 설명은 다양하고 풍부했다.

키케로는 연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아르스(ars)'를 공부해야 된다고 말한다. 이 아르스가 바로 테크네를 라틴어로 번역한 말이다. (p. 15) 키케로는 테크네가 온전히 복원돼야 한다 했는데, 그가 말하는 테크네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바로 '후마니타스', '인문학'이다. 인문학을 통해서 아르스, 즉 테크네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p. 18) 테크네가 라틴어로 번역되면서 '아르스'가 되었는데 이게 영어의 '아트(art)'다. (p. 22)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시간은 촉박하여 그 촉박한 인생에 실수하기 쉽고 인생의 결단은 험난하다. 하지만 필연을 행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환자, 간호인, 그 외부인을 위해서도 갖춰져야만 한다. -히포크라테스, <잠언집>1장 중에서 (p. 28)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는 유명한 말은 사실 의사들의 선서에 나오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이고 여기서 예술은 테크네 를 번역한 말이었다. art 라는 예술이 아니라 의학적 기술이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담은 문장이었다. 그런 테크네가 로마시대 아르스를 거쳐 현대시대에는 예술이 되었다. 그 변천사를 보며 주지해야 할 점은 기술적인 테크네도 예술적인 테크네도 중요한 것은 타인을 위해 갖춰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흔하게 알려진 테크네라는 뿌리어가 인생과 인간성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뿌리어로서의 철학적 의미를 완성하다니, 단어 하나로 이토록 풍성한 의미를 읽을 수 있다니, 재밌다!!!

그리스어의 아레테는 라틴어로 번역하면 '비르투스(virtus)'이다. 영어의 벌추라고 하는 말이 이 비르투스에서 온 것이다. 라틴어로 '비르(vir)'는 남자란 뜻이다. 아레테가 라틴어로 비르투스로 번역될 때 남성다움 또는 힘과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 34) 그럼 그리스어로 아레테의 원래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여러 논쟁이 있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이 아레테라는 말이 '아레스'라는 신의 이름에서 왔다는 설이다. (중략) 주로 고전문학이나 고전철학 전문가들이 아레테가 나오면 힘과 관련시켜 '용맹성'이라 번역하기도 하고, 그 힘이 잘 발휘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탁월성'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p. 35)

그리스고전을 읽을 때 알게됐던 '아레테'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다. 그리스 시대의 탁월함이 로마시대로 건너가며 남성적 의미가 더해진 것인줄 알았는데 그 시초부터 이미 아레스 신의 이미지가 갖는 상징성을 갖는 단어였다니... 저자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고전을 문학 철학 가릴 것 없이 다양하게 활용하며 뿌리어들을 해설한다. 호메로스 시대의 아레테가 플라톤 시대에 와서는 '협업의 능력'이 되고 그렇게 무모함과 비겁함 사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지 읽다보니 전혀 새로운 아레테를 배운 기분이었다.

이런 식으로 뿌리어 메타, 미디어, 트랜스, 포르마, 미메시스, 인판티아, 팍툼, 메타포라, 조에, 데쿠스, 로망, 스티그마, 에로스 모두 고전어의 사전적 의미에서부터 그 함축적 의미 그리고 그 변천사에서 철학적 의미가 현대에 어떤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지 읽다보면 정말이지 새로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게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기록해두자면 너무 많을 것 같아 소개는 이정도만 하고 직접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전에 읽었던 서양고전들도 생각나면서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지만, 그 읽음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나서 저자가 소개한 서양고전책들을 보고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른 책보다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가 읽고 싶어졌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정말 뜻모르고 소설처럼 읽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나니 '변신'에 대해서 새롭게 깨달으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은 사람을 자극하고, 사람은 그 자극에 따라 변화하여 행동하게 된다. 더군다나 뿌리어에 대한 이해는 자신을 유연하게 만들어 보다 도량이 넓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변신케 할 것이다. 아무쪼록 다른 것보다 이제 일독을 마쳤으니 유연함이라는 힘을 가졌으면 한다. 그 유연함으로의 변신이 이 책이 목표하는 종착점이다. (p. 319)

고전 철학 뿌리어를 통해 삶의 키워드를 다시 생각해보는 philosopher 로 변신?!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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