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프로그램의 캐릭터가 일으킨 오류의 해결점은 결국 캐릭터에게 주어진 자기결정권 문제였다. 선택을 하고 또하고 또했는데 같은 결과가 된다면 그 선택을 처음부터 다시 또 반복해서 또 같은 결과가 나오기 직전 캐릭터가 멈춘 오류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절망을 느꼈을 때, 후배가 만든 게임 속 캐릭터 (p. 325)' 를 떠올린 '나'의 선택은 어찌되었은 미래의 죽음이 되고 말았다. 이 미래가 과연 아내일까 본인인일까...
9편의 단편들은 최근 SF작품 소재들로 많이 사용되는 것들을 채택했으나 저마다 다른 설정과 해석을 해놓았기에 그 중첩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SF가 유토피아적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SF는 디스토피아적인것 같다. 그러한 미래예언적 디스토피아는 현재에 영향을 주게 되고 현실은 그렇게 다른 미래를 준비해 간다. 이 책에서는 미래에 사용될 기술에 대한 윤리적 부분들을 많이 건드리고 있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SF는 늘 '인간'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장르보다 오히려 인간적인 장르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다양한 색깔의 SF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그 SF가 보다 인간적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