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하나였던 것이 선악과 미추로 나뉘면 그것은 곧 도덕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본질이 아닌 두 번째이자 나중의 것이며 인위적인 것이다. 인류는 자신의 관점에서 출발해서 자연 만물, 더 나아가 인류 자체를 선악과 미추로 구분한다. 이 때문에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며,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추함을 싫어하게 되며, 그러다 결국 분쟁이 초래되기도 한다. 그래서 노자는 '인을 끊고 의를 버린다' (중략) 원래 하늘과 땅 사이에는 소위 인의라는 것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도의 경지이다. 그래서 선악과 미추를 나누거나 분별심을 일으키지 말고 천지자연의 경지로 돌아가야 한다. (중략) 노자게 보기에 미추와 선악은 모두 대립하는 관계에서 생겨난 것이자 사물이 '있음'이라는 두번째 단계에 도달해야만 출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둘은 서로 보완하고 서로 이루어주는 관계이다. 만일 아름다움이 없으면 추함도 없을 것이고, 선이 없으면 악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형이하에 속하여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시간,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이 말은 우리에게 현실의 삶에서 소위 순수한 아름다움이란 존재하지 않느다는 큰 일깨움을 준다. (p. 95)
노자는 어째서 이러한 사상을 제시했을까? 전국시대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분위기가 만연했고 역대 제왕들 또한 함부로 행동함이 그 도를 넘어섰다. 그래서 노자가 말한 성인과 공자가 말한 성인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공자의 성인은 인의를 중시하지만 노자가 말한 성인은 인의를 중시하지 않는다. 인의가 중시하게 된 이유는 바로 대도가 무너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에 도가 있었더라면 인의를 강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본래부터 스스로 그러한 이치를 따르는 사람이라면 인의를 들먹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인의를 강조하지 않는 것이다. (p. 99)
그래서 [노자]는 신하가 읽는 것이 아닌 제왕께 바치는 책이라는 의미에서 '남면지술南面之術'이라고 불렸다. (p.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