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시대 - 로마제국부터 미중패권경쟁까지 흥망성쇠의 비밀
백승종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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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부터 미중패권경쟁까지 흥망성쇠의 비밀

역사를 움직이는 힘과 원리를 찾아서

저자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김경집 교수의 추천사를 믿고 궁금해진 책이다. 동서양의 역사를 넘나들며 현재를 분석해 줄 수 있는 우리사회의 학자가 있다는 발견은 큰 기쁨이었다.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고 세계사를 배운다고 생각하지만 그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누가 누구를 지배했는가 즉 제국의 역사를 배워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역사시대 이후 시간의 흐름은 어느 한곳에만 집중적으로 흐른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늘 각 시대별로 집중적인 시간대의 역사를 배운다. 그것은 때론 효율적이기도 하고 때론 불가피하기도 하기에 그중에서도 더욱 집중적으로 추린 이 '제국의 역사'는 대중교양서로 읽기에 쉽고 간결하여 좋은 책이었다.

세계사를 제국의 역사로 간략하게 추리면 로마제국 → 몽골제국 → 오스만제국 → 대영제국 → 독일제국 → 현대의 세계제국들 (미중소) 순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딱 이 순서로 전개되며 현대에 와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삼국을 함께 다루는데 세계제국의 역사에 깊게 관여된 것이 근현대 이기에 이또한 자연스러운 전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에서는 그 제국의 역사를 간단히 요약하고 현재시점에서의 논평도 곁들임으로써 역사를 과거로도 현재로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역사를 읽는 이유가 바로 그때문일 테니까.

이 세상에 좋은 역사책이 얼마나 많은가. 매달 쏟아져 나오는 책만 해도 몇십 권일 것이다. 그러니 굳이 나까지 제국의 흥망을 다룬 책을 쓸 이유는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생각이 달라졌다. 한 번도 세계를 호령한 적이 없는 우리 한국인의 눈으로 제국의 역사를 바라보면 어떨까. 영국이나 미국, 독일과 일본 같은 강대국의 입장과는 처음부터 거리를 두고, 한국 시민의 눈으로 여러 제국의 과거를 응시하자고 다짐하였다. 역사란 매우 복잡한 입체여서 바라보는 각도와 방향이 달라지면 제국의 후예들이 그린 역사의 풍경화와는 다른 그림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일었다. (p. 12)

저자의 말마따나 세상엔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은가 또 매일 쏟아져 나오는 책이 또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책을 읽자고 들면 사실 그 많은 책들이 다 양질의 책들은 아니기에 때론 정말 꼭 필요한 책이나 읽고 싶은 책은 없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가 아닌 내가 잘 몰라서일수도 있지만 내가 봤을땐 역사책도 그 수많은 종류중에서 한국인 저자의 한국인의 관점으로 분석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외국인들이 쓴 벽돌같은 역사서들을 읽을때마다 늘 세계사를 한국인의 관점으로 분석한 책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저자는 로마제국 쇠락이 준 교훈으로 포퓰리스트가 판을 쳤던 것을

몽골제국 쇠락에서는 '몽골은 대칸이 살아 있을 때는 후계 문제를 결정하지 않는 관습이 있었다. 그로 인하여 후계를 둘러싼 분쟁이 거의 언제나 반복되었다. (p. 112)' 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배층의 내분을

오스만제국에서는 '이슬람화가 깊숙이 진행되자 학문과 예술이 도리어 낙후하였다. 여기에 군주들의 정복욕이 지나쳐 군사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하였다. 결과적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지배층의 내분이 겹쳤다. 같은 시기 이웃한 유럽 대륙에서는 각종 혁명이 일어나 사회가 날로 혁신되었으나 오스만제국은 도리어 침체에 빠졌다. (p. 131)' 에서 느껴지듯이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것을 짚어준다.

근현대로 올수록 복잡해지는 사회만큼 쇠락의 원인도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모순적 상황에 가끔 쓴웃음을 짓게 되곤 하는데 내겐 영국이 가장 그랬다.

초서의 시에서 보듯 영국인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돈에 관한 욕망을 자유롭게 말하였다. 상업과 수공업이 무척 발달한 나라였다는 말이다. (p. 170)

대영제국이라고 말하였는데, 제국이라면 보통 한 명의 군주 또는 지배 집단이 여러 언어를 사용하거나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다민족을 다스리는 국가다. 제국의 맨 꼭대기에는 흔히 '황제'가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대영제국은 황제 국가를 자칭한 적이 없었다. 대영제국은 '모국'인 영국과 그 통치를 받는 여러 식민지로 구성되었(중략)다. (p. 171)

영국의 대학은 산업 현장과 긴밀하게 공조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채 퇴조를 겪었다. (p. 227) 전성기인 19세기에 지나치게 넓은 식민지를 획득한 것이, 영국에는 도리어 감당할 수 없는 큰 짐이 되었다. 그러나 대제국의 수도 런던은 19세기부터 세계 각지에서 자본을 끌어들였다. 결과적으로 런던은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p. 228)

세계사에서 '제국'이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나라였던 영국은 산업혁명과 과학혁명과 의회제등 현대사회적 요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태동한 곳이지만 여전히 왕실이 존재하고 귀족문화가 우대받고 있는 곳이면서 동시에 가장 돈에 관한 욕망이 집중적인 곳이기도 하다. <부의 흑역사> 나 <머니랜드> 같은 책을 보면 세계 곳곳의 온갖 불법적인 돈들이 어떻게 영국에서 합법화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가장 상류층의 문화를 고수하는 나라에서 가장 저급한 돈을 취급한다는 아이러니가 어찌보면 너무 자연스러운 결합이라 씁쓸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독일제국의 역사를 불가사의하다고 표현하는데 '그들은 근대국가를 너무 늦게 출범하였기 때문에 민주적인 의회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뒤늦게 산업화를 맹목적으로 추진하다시피 하여 부작용이 숱하게 발생하였다. (p. 284)' 라며 정치적 낙후를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사실 독일에 제국이라는 호칭을 붙이는것부터가 논란의 주제일 수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독일이 '제국'이었나? 왜 제국인가? 로마나 이슬람 영국처럼 전세계적 영토를 지배한 적도 없고 프랑스나 스페인이나 네덜란드 처럼 근대 식민지를 많이 개척한 나라에 무조건 붙이는 호칭이 제국은 아닌데 왜 독일제국 이라 하는가? 아마도 로마제국이후 로마황제의 관이 신성로마제국으로 연결되고 교황과의 권력다툼이 주로 일어난 곳이었기에 독일제국이라고 부르는 것 같긴 하지만 독일을 제국으로 부르는 역사가 세계대전으로 쇠락한 독일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 맥락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은 좀 아쉬웠다.

자 이제 익숙한 시대인 근현대에 이르렀다. 저자는 100년전 동아시아 삼국의 엇갈린 운명이 일본은 어떻게 승승장구 했고 청나라와 조선은 어떻게 쇠락했는지 살펴본 후 현대의 세계제국들이라 할 수 있을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중국에 초점을 맞춘다.

'혹자는 소련이 종말을 맞게 된 원인을 조지H.W.부시 대통령에게서 찾는다. 1980년댕 고르바초프는 조지H.W.부시 대통령과도 협력적 관계가 이어지기를 소망하였다. 하지만 고르바초프가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빠졌을 때 부시 대통령은 철저히 외면하였다. (p. 392)' 를 읽으며 부시 대통령 부자가 세계사에 악영향을 끼친게 참 많구나 싶었다. 최근 이슬람역사 관련 책을 읽었는데 중동분쟁의 가장 큰 원인도 따지고 보면 미국이라고 할 수 있있다.

'오늘날 미국의 보호주의자들은 미국의 경제성장은 관세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그 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p. 401)' 과거엔 중국이 조선에게 대국이었다면 지금은 미국이 한국에게 대국의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러나 미국에 대해 우리가 정말 제대로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미국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세계정세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 요인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푸틴은 2020년 초 그들의 복고적 정서를 이용하여 영구 집권에 성공하였다. 그는 2036년까지 권좌를 지킬 수 있다. 그보다 2년 앞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자신을 종신 주석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들은 현대의 차르와 황제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평생 집권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독재자의 운명이란 갑자기 종말을 맞을 수가 있다. (p. 411)

미국에 대한 신뢰와 기대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19세기의 최강대국 영국이 걸어간 길을 미국도 답습하는 것이 아닐까. 역사를 보면 모든 강대국의 운명이 그러하였다. 정점을 지나면 얼마 후에는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p. 412)

제국이라는 호칭을 땅덩어리 크기로 붙인다면 현대의 제국은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미국이 맞을 것이다. 땅덩어리 크기가 군사력이나 자본력과 동의어는 아니지만 늘 비슷하게 여겨졌던 것도 같다. 제국이라하면 일단 커야 하니까?! 그래서 지금도 각자의 영토와 영해를 넓히려고 전쟁을 불사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제국들이 각자의 독재로 방향을 잡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참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를 지배하려면 보편적 이상을 가져야 할 것이다. (p. 413)' 라면서 저자는 과거의 제국이 평화를 구축했던 시기를 회상하기도 하지만 글쎄... 각박해져가는 현실에서 그게 될 수 있으려나...

유럽은 날이 갈수록 더 미국식 경제 관념에서 이탈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사회에서 유럽의 입지는 미국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외부 세계와 심각한 갈등 요인을 갖고 있지 않다. (p. 415) 중장기적으로 보면 초강대국의 역할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덩치가 큰 근대적 민족국가는 국제 무대에서 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의 한계는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중략) 그들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p. 466) 장차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과 노르웨이, 한국 등의 역할에 주목하는 시대가 반드시 올것이다. 이들 강소국은 국제무대에서 노골적으로 자국의 지배적 위치를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기술과 혁신을 토대로 역사의 첫길을 열어가는 그야말로 '스마트'한 나라가 아닌가. (p. 467)

저자는 제국의 시대를 살펴보면서 한국의 미래를 밝게 점치며 책을 마무리 한다. 나도 그러한 희망에 기대보고 싶지만 지난 선거는 미국의 트럼프 시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시간들이었기에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한 시민들이 흔들리는 이 사회를 잘 지탱해주기를 바란다. 제국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제국이기에 쇠락했을 수도 있다. 한국은 제국이길 바랐던 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다행일 수 있다. 우리는 작은 만큼 빠르게 스마트해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제국이 아니기에 쇠락을 견디고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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