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의 유토피아 - 왜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연효숙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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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유토피아 사유를 풀기 위한 열쇳말

유토피아를 둘러싼 현대적 물음들

동서양 철학고전을 쉽고 입체적으로 읽도록 도와주는 시리즈라고 안내된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 중 한권인 이 책은 얇고 작은 책이라서 일단 겉보기만으로는 '고전은 어렵다'라는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기대했던 고전책은 아니었다. 나는 '모어의 유토피아'를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려나 기대했던건데, 이 책은 '모어의 유토피아'를 먼저 읽고 난 후 읽었어야 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고 생각했던 질문들에 대해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어본 적 없는 내가 어찌 그 질문을 이해하며 하물며 답을 유추해볼 수 있었겠는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모어의 '유토피아' 원전 번역서를 찾아 읽는 건데...싶었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기 전에 사전정보로 알아둘 만한 내용들도 꽤 있었기에 + - 퉁치는 걸로.

유토피아는 15,16세기 영국의 토머스 모어가 쓴 유명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모어는 어떤 시대에 살았을까? 그는 왜 <유토피아>라는 책을 쓰게 된 것일까? 토머스 모어가 살았던 때인 15,16세기 유럽 사회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였다. 흔히 암흑기라 불리는 1,000여년 동안 중세 유럽에 드리웠던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고 새로운 기운이 곳곳에서 싹트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변화의 바람이 일어난 곳은 이탈리아였다. (p. 18) 유럽 사회를 변화시킨 것은 르네상스만이 아니었다.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나 사상과 문화, 예술에서 새로운 기운이 퍼져나갈 때, 독일에서는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p. 21) 독일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은 스위스, 프랑스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종교개혁으로 중세 교회의 통일은 무너지고, 계파간 갈등과 대립이 심해져 유럽 각지에서 종교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모어가 살았던 영국에서는 다소 엉뚱한 사건이 발단이 되어 종교개혁의 불길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p. 22) 헨리8세는 자신의 재혼을 관철시키기 위해 로마 교황청과의 관계를 끊고 독특한 영국식 성공회를 만들어 스스로 수장이 되었다. (p. 23)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토머스 모어는 이렇게 교회가 구교와 신교로 나뉘는 것을 반대했다. 모어가 다른 데에서는 굉장히 진보적이었지만, 종교에서만큼은 보수적인 성향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p. 24)

모어가 살던 시대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던 시기였고 종교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였으며 무역의 활로가 점차 전지구적으로 확대되면서 식민지를 개척하기 시작하던 시대였다. 그러니까 모어는 급변하는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개혁적인 성향으로 비판적 관점을 가졌으나 종교에서만큼은 보수적 성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모어가 <유토피아>를 쓰게 된 중요한 동기 중 하나는 이렇게 각 나라마다 앞다투어 신천지를 발견하려는 분위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p. 26)' 에서 알수 있듯이 새로운 땅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유럽땅에 국한되어 있던 상상력이 새로운 땅 즉 어쩌면 유토피아 같은 새로운 세상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상력이 발휘되기 딱 좋은 때였던 것이다. 유토피아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지금 이 문제투성이 현실보다 좋은 곳, 하지만 그동안은 몰랐던 곳, 그러니 새로 발견되는 땅이 그러한 유토피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자연스런 상상력의 흐름이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지금 눈앞의 현실속 문제점들이 적나라하면 적나라하게 보일 수록 더 꿈꾸게 되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유토피아>의 주요 등장인물은 신천지로 비유되는 유토피아 땅의 삶을 5년 동안이나 경험하고 온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이다. 이 라파엘이 참여한 탐험대가 바로 아메리고 베스푸치 일행이라고 모어는 상상력을 발휘해 설정한 것이다. (p. 26) 르네상스의 휴머니스트를 대표하는 에라스무스를 만나게 되었고, 그와의 교분이 상당히 지속되었다. (p. 28) 당시 영국은 장미전쟁에서 승리한 헨리7세가 리처드3세를 폐위시키고 새로운 튜더왕조를 열고 있었다. 모어는 헨리7세와 여러 가지 정책 면에서 종종 충돌하곤 했다. (p. 29) 헨리7세와 종종 충돌했던 모어는 헨리8세의 총애를 한몸에 받게 되었다. (p. 30) 귀족과 성직자들이 로마 교황청에 헨리8세의 이혼 청구서를 제출하는 서류에 모어는 서명을 거부하고 공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해 헨리8세로부터 거듭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1534년 마침내 모어가 반역죄로 체포되어 런던탑에 갇히게 되었다. 15개월 동안 악명 높은 런던탑에 구금된 기간에도 그는 저술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535년 7월1일 모어는 재판을 받았으며, 그로부터 닷새후 단두대에 올랐다. (중략) 가톨릭 교회는 죽음을 선고받고도 의연히 자신의 신앙과 신념을 굳건히 지킨 모어를 그의 400주기인 1935년에 성인으로 올렸다. (p. 33)

사실 <유토피아> 원전 번역본을 읽었다면 위와 같은 역사적 배경지식들은 아마도 해제에 설명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이 의도하는 바는 모어의 유토피아를 쉽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모어의 유토피아를 이해하기 위한 질문들을 미리 던져주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렇게 저자는 모어의 유토피아에 대한 현대적 버전의 질문들까지 던진다. 그런 질문들을 열쇳말로 삼아 왜 지금 이 현대에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것이다.

<유토피아>의 원제는 <사회의 가장 좋은 상태에 관하여 그리고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하여> 이다. <유토피아>를 몇 개의 핵심 개념으로 정의하면, 현실에 대한 비판, 이상 사회, 미래를 위한 관점, 완벽한 사회, 새로운 법률제도, 인간적인 시선 등이 될 것이다. (p. 34)

<유토피아>의 원문이 조금 인용되고 있긴 하지만 그 양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책만으로는 모어의 유토피아에 대해 뭐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토피아를 직접 탐험하고 돌아온 라파엘 이라는 인물의 입을 통해 마치 소설처럼 혹은 여행담처럼 서술된 모어의 <유토피아>는 분명 당시 영국사회에서는 나름 파격적인 사상이었음은 분명하다. 고대의 플라톤의 <국가> 부터 근대의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그 생각의 범위가 넓어보이는 <유토피아>는 무척 궁금한 고전이다. 이 책을 보니 고전이긴 하나 소설처럼 읽혀질 것도 같아 무척 궁금해진다. 저자는 마지막 챕터에 '모어의 <유토피아>와 같이 읽으면 도움이 될 여섯 권의 대표적인 책들을 소개 (p. 164)' 하고 있다. 이 부분을 보니 '톰마소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라는 책도 무척 궁금해진다. 또한 본문에 등장했던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 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비록 이 책이 처음의 내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으나 이렇게 읽고 싶은 책들을 남긴 것을 보면 이 책또한 읽어봄직한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엔 좋은 책들이 어찌나 많은지...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시간은 없고... 여하튼 이 책이 속한 시리즈는 고전읽기를 할때 참고용으로 썩 괜찮은 책들이 될 것 같다. 디스토피아 소설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 그만큼 유토피아가 저절로 꿈꿔지는 요즘 시대에 중세말의 <유토피아>를 찾아 읽어보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지, 이 책의 저자와 나는 어떤 질문을 공감하고 다른 질문을 생각하게 될지 숙제처럼 남은 이 궁금증을 언제 풀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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