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의 시간 -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학입시를 둘러싼 미래와 성장 너머의 이야기
김보미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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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학입시를 둘러싼 미래와 성장 너머의 이야기

대학에 진학해야 할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해마다 변하는 입시전형은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주제다. 언제부터인가 '입학사정관'이라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그들이 대학입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정작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자질을 갖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하는 지에 대해서는 알수가 없었다. (검색해도 구체적으로 나오질 않았다) 입시전형도 헤깔리는데 정보까지 깜깜이니 더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 밖에 없었기에 입시는 더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제가 되었다. 그러니 입학사정관으로 오래 일한 저자가 알려주는 '치열한 대입 현장에서 고뇌하며 바라본 입시의 풍경'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대학은 학생을 선발할 때 그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보다는 무엇에 호기심을 가지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눈여겨보고 있다. 선발의 핵심은 기존의 표준화된 필답시험에서 벗어난 지금의 학생부위주전형(학교생활기록부를 주로 하는 전형)이다. 이 대입전형은 정담을 맞히는 몇 점짜리 학생을 골라내는 것이 아닌, 고등학교 3년이라는 과정과 그 결과를 통해서 학생의 역량을 읽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입학사정관'이다. (p. 6) 지금부터 '입학사정관'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세상 재미없는 교육 그리고 머리가 지끈하기만 한 대입이라는 주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봄부터 겨울까지 1년 살이 하듯 지내는 입학사정관의 시간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털어놓아보자고 마음먹었다. (p. 8)

전부터 궁금했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입학사정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수가 없었다. 뉴스들을 보면 특출한 전공별 전문가가 입시에 관여하는 제도처럼 보여서 나처럼 일반인은 안되나 싶기도 했다. 그러다 대체 어떤 대단한 사람들이 입학사정관이 되나 더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직업이 어디에 속해있는지를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입학사정관은 입시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각 대학내에서 일한다. 저자는 둘러둘러 입학사정관의 특성과 중요성에 대한 설명하지만 읽어나가면서 정리하고 보니 '입학처에서 일하는 교직원' 이었다. 딱 그거였다. 대학에도 다양한 행정업무 직원들이 있다. 그중 입학처에서 일하는 직원을 뽑으면 그들이 결국 '입학사정관'인 것이다. 기업에서 영업직을 뽑고 홍보직을 뽑고 관리직을 뽑으면 그들이 영업사원이 되고 홍보사원이 되고 관리사원이 되듯이 대학에서 일하는 교직원 중에 입학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결국 입학사정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굳이 왜 그들만 그 직원들만 별도로 입학사정관이라고 부르는가?

여전히 입학사정관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문제는 늘 여기서 시작한다. 우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일수록 잘못 알기 쉽고, 오해하기 쉽다. (p. 57)

2007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입학 정원의 일부에 한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기 시작하면서 각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p. 68) 입학사정관은 채용사정관, 전환사정관, 교수사정관 그리고 위촉사정관으로 구분한다. 생각보다 구분이 다양한 셈이다. 입학처에서 근무하는 입학사정관은 수로 따지면 채용사정관이 대부분이다. 위촉사정관은 평가 기간에 일부 참여하지만, 오히려 그 수는 채용사정관보다 훨씬 더 많은 편이다. 위촉사정관의 대부분은 학교 소속 교수 중 전공 단위별 또는 학부 단위별로 위촉하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 2에서는 입학사정관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하기 위한 대학의 학생 선발에 관한 일을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법령 어디에도 입학사정관이 몇 세 이상이어야 하고, 무슨 전공을 이수해야 하고, 최소한 어느 학위 이상을 소지해야 한다는 조항이나 규정은 없다. 없는 법령을 만들거나 그 기준을 정비하는 것보다 우리가 하기 쉬운 것은 비평이다. 그래서 한동안 입학사정관의 나이, 전공, 학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p. 69)

입학사정관은 엄청난 수련 기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고시에 해당하는 자격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고등교육 이상을 이수한 자가 대학 행정과 교육 관련 업무를 이해하고, 꽤 많은 시간 교육을 받고, 실제 업무에 투입될 뿐이다. (p. 72)

그러니까 입학사정관에 대해서 검색해도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었던 건 그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입시에 민간한 나라에서 대입에 이렇게 직적접으로 관여하는 직군에 대해 그 명확한 기준이 아직 없다는 것은 실로 이상해보인다. '어떤 사람이 입학사정관이 되어야 하는가. 어떤 역량과 자질이 필요한 것인가. 이것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제도가 시작된지 10년이 지난 지금, 앞으로 내디딜 필요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p. 75)' 는 저자의 말에 동의 한다. 복잡해진 입시전형의 혼란을 단순화하는 것으로 번져가는 논란의 불씨를 꺼트리는데만 급급하느라 그렇게 '정성평가'에 대한 외부적 요인에만 신경썼을 뿐 여전히 남아있는 '정성평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내부적 요인에 대해선 너무 관리가 없었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수치화된 것들을 단순 계산하는 평가 방식(정량평가)에 비하면 이 평가 방식(정성평가)은 경제적이지 못한 게 분명하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해야 하고, 꽤 오랜 시간 토의해야 한다. 이 평가 방식이 완전무결하지는 않더라도, 또한 바로 그렇기에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대학의 인재가 될 학생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서류의 면면을 샅샅이 살펴보기 위한 공부에 매진한다. 그리고 이렇게 선발된 학생들이 학과 내에서 어떤 수업 태도와 결과를 보이는지를 직접 목도하는 교수도 어느새 이 평가 방식에 미래를 투영한다. (p. 84)

입시를 코앞에 둔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입시전형에 대한 원래의 취지를 생각하기 어렵다. 내가 들어가야 하는 대학을 판단할땐 내가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그 반대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본적 있을까? 대학은 왜 그런 입시전형을 선택했을까, 그 결과들에 대해 지난 10년간 축적된 결과들은 어떠할까, 그렇게 논란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입시제도가 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평가를 받는 입장이 아닌 평가를 해야 하는 입장을 생각해보면 입시에 대해 조금 다른 이해의 측면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역지사지의 생각은 입시준비를 하는 입장에서도 분명 도움이 될 부분이 있었다.

대입제도에 무엇이 어떻게 반영되는가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 교사 그리고 사교육기관까지 움직인다. 우리는 서로 이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누구 하나 쉽사리 손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대입제도의 개혁만으로는 바뀔 수 없다. 대입제도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이루는 만능키가 될 수 없다. 이쯤 되면 교육문제인지 사회문제인지, 사회문제를 교육문제로 조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치문제를 교육문제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듯 하다. (p. 180)

적절한 문제의식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은 공교육이 아니다. 철저히 필요에 의해 지원하고 뽑는 선택적 사교육이다. 그런 사교육의 정점인 입시문제를 공교육과 연결시키는 것은 정확한 포인트라고 할 수 없다. 어떤 문제가 이슈화될때는 항상 그 이슈화하는 사람들의 목적을 파고들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지금의 대입 현실에 대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쓴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학술적으로 그리고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를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미시적으로 써 내려간 글이다. 더불어 입학사정관이 하는 일의 모든 것 그리고 그 깊이를 담았다고 자부하지는 못하겠다. 그저 이 책을 통해서 입학사정관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환경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왜 그런 일을 해나가는지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p. 212)

저자는 입학사정관의 일년살이를 통해 입학사정관이 하는 일과 그 일을 하면서 느꼈던 고민들에 대해 가감없이 풀어내고 있다. 읽으면서 입학사정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기도 했고 더 아리송하게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일단, 감사했다. 저자의 이 책을 읽음으로써 입시때만 반짝 서류검토하는 사람들인줄 알았던 입학사정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됐고 그 일을 함에 있어 어떤 과정과 고민이 있는지 알게 됐고 일년내내 대학내에서 입시관련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게 됐다. 또한, '무엇보다 여전히 대입이라는 전쟁터에서 대입의 방향과 선발을 위한 평가 그리고 교육을 고민하는 입학사정관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응원한다. 나아가 그 노력이 큰 힘이 되어 조금이나마 제도적으로 안정된 틀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p. 212)' 라는 저자의 바람에 공감이 갔다. 저자와 같은 마음가짐과 고민을 멈추지 않는 입학사정관들이 많다면 그런 사람들이 하는 '정성평가'는 믿을만 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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