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수록 호정의 우울감에 공감보다는 솔직히 지쳐가는 마음이었다. 대체 왜 저럴까... 왜...
은기와의 관계와 호정이의 상처에 대해 알게 되었어도 지친 마음은 이해로 넘어가지지 않았다. 그 정도의 일에 뭘 그렇게까지...
하지만 나도 모르지 않는다. 우울에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다. 그동안 읽었던 청소년 문학에서의 성장과 치유를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 작품엔 왜이리 마음이 복잡해지고 꼰대같은 마음이 드는 것인지...
변한건 내가 아니라 시대였다. 그때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아닌 것들이 있곤 하다. 굶지만 않아도 좋겠다 싶은 시절이 밥과 김치만 있는 것이 못참겠는 시절이 될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밥그릇 하나에서 김치로 다른 반찬들로 고기로 그 가짓수를 늘려가면서 그 전의 밥상에 대한 고마움은 이해할 수 없게 되어가는 것이다. 나는 밥에 고기반찬이 당연한 세대가 아니라서 결국 어쩔 수 없는 심정이 되고마는 것이다. 호정이가 아니라 호정의 부모 마음이 되버린 것이다. 이제 나는 더이상 호정이처럼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없고 호정이의 부모처럼 잘못을 뒤돌아봐야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세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게 참... 씁쓸했다.
하지만 또한 나는 알고 있다. 같은 상처에도 깊이와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누구에겐 상처가 되지 않는 일이 누구에겐 상처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과거엔 상처인줄도 모르고 지났던 일들이 지금은 커다란 상처로 반드시 치료하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 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호정이의 마음에 좀더 다가가보려 한다. 호정이의 마음이 녹고 잔물결이 일면 반가워할수 있도록 호숫가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지켜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