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 고민 상담부 나의 괴물님 YA! 1
명소정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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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십 대, 너만을 위한 감성 판타지

"지우고 싶은 기억들, 내가 다 먹어 줄게"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이 모인 기숙학교가 있다. 아무리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라 해도 사람이 모이면 관계가 생기기 마련이고 관계가 생기면 갈등도 생기기 마련이다. 성적, 연애, 진로, 가족, 친구... 그런 고민거리들을 괴로운 기억들을 누군가 사라지게 해준다면?

"나는 화괴야. 이야기를 먹고 사는 괴물이지. 먹은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잊힌다는 게 흠이지만" (p. 16)

이세월이라는 소녀가 있다. 관계에 서툰 세월이는 갑자기 그만둔 사서선생님을 대신해 이용자가 적은 도서관 관리를 맡게 됐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자꾸 책이 사라져서 고민중이었는데 그 원인인 대상을 만나게 된다. 괴물의 모습에서 점차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눈앞에 서있는 그녀석을. 임혜성.

"나는 사람의 허락을 받아야만 이야기를 먹을 수 있어. 내가 설마 책만 먹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겠어? 세상에는 자신의 나쁜 기억을 잊어버리길 원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책을 먹지 않을 테니 기억을 지우려 하는 사람들을 찾아달라 이거지?"

"찾아줄 필요 없이, 기억을 지우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우리한테 오게 하면 되지" (p. 17, 18, 19 일부발췌)

전교1등 모범생인줄로만 알았던 임혜성이 화괴였다니. 하지만 세월이는 그닥 놀라지도 않았고 달아나지도 않았고 그저 도서관 책을 더이상 먹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하여 탄생하게 된 '고민 상담부' 실상은 '나의 괴물님'

사람의 기억을 지운다는 게 그리 좋기만 한 일은 아니지만, 만약 그런 게 필요한 학생이 있다면 화괴는 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공존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괴물이 인간과 함께 살았던 옛이야기 속 세상처럼. 화괴가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인간의 이야기가 화괴에게 도움이 되는 그 시절처럼. 적어도 그 당시의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p. 28)

시작은 쉬웠다. 사람의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세월이는 다른이의 고민에 대해 그 깊이에 대해 미리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고민을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월이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나는 그때 함부로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p. 44)' 는 것을.

갑작스레 들이닥쳐 화괴를 알아보고 부적을 던지며 세월이를 보호하려는 소원의 등장으로 고민상담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사람의 일은 사람끼리 해결해야 해. 괴물의 힘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네가 근본적으로 착각하고 있는게 있는데, 사람의 이야기를 먹는 건 그 사람 허락만 받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그럼 누구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당연히 기억의 또다른 주인들이지. 이야기는 혼자서 만들 수있는게 아니야. 물론 종종 예외도 있지만, 보통은 둘 이상의 사람이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게 이야기라고. 그런데 다른 등장인물은 신경 쓰지도 않고 한 명의 기억을 갑자기 지워 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p. 97)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조금 알고 나면 다들 한가득 고민거리를 품고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질풍노도의 시기 청소년들은 그 속이 얼마나 시끄럽겠는가. 세월이는 소원과 혜성이 함께하는 고민상담부를 운영하며 다른 이들의 고민을 들음으로써 그리고 그 해결과정을 지켜봄으로써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되짚어보게 된다. 누구보다 평온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쓰라린 아픔을 주는 그 이야기를...

학생들은 어떤 고민거리를 안고 상담부를 찾아왔을까?

퇴마사 소원과 화괴 혜성 그리고 무감한 세월이는 그들에게 어떤 해결방안을 내놓을까?

무엇보다 세월이의 감정변화는 그동안 괴로웠던 세월이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게 할까?

단순하게 고민을 먹고 기억을 먹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이 소설은 십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대학생인 저자의 풋풋함이 그대로 담겨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십대의 고민을 이십대 초반의 사고방식으로 풀어나가면서 감성적 판타지를 표방한 이 작품이 누군가에겐 훌륭한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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