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명우의 한 줄 사회학 EBS CLASS ⓔ
노명우 지음 / EBS BOOKS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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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사회학자와 함께

우리가 사는 세상에 관한 지식을 완성해가는 즐거운 기획

사회학이란게 뭘까? 얼핏 인간에게 너무나 당연한 학문같으면서도 막상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는 것이 사회학인것 같다. 호모사피엔스가 동물로 남지 않고 인간으로 특화된 것은 특유의 사회성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는 문장만큼이나 굉장히 당위적 문장이다. 그러니 한번쯤 제대로 사회학적 사고를 해보고 싶었다. 사회학자가 한줄로 사회학을 정리해줄 것 같은 이 책을 펼치게 된 이유다.

속담은 사회학자보다 세상 경험을 더 많이 했고, 그래서 사회를 구석구석 더 잘 알고 있고,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생생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 만들어냈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전수된 지식 체계라는 점이 장점입니다. 속담은 학문적 언어가 아니라 민중의 언어로 표현된 사실상의 사회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p. 26)

가깝고도 먼 학문인 사회학을 가깝고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사회학자가 골라낸 것은 '속담'이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한 줄 사회학' 은 곧 '속담'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12개의 속담을 사회학적으로 풀어낸다.

저는 사회학자로서의 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학자가 아닌 사람과의 만남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학교 안에만 있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캠퍼스를 벗어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생한 해석을 들을 수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발길이 닿은 서울시 은평구 연신내 골목길에 '니은 서점'이라는 작은 서점을 차렸습니다. 니은 서점은 제가 세상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사회학자의 공간이자 사회학자가 토속민의 언어, 골목길의 언어를 익히며 세상 사람과 교류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p. 31)

대학과 대학원 그리고 해외유학까지 교수가 되기 위한 과정은 그야말로 엘리트코스를 밟아야 가능하다. 저자는 그러한 코스를 거쳐 사회학 교수가 되었으나 학문이 학문인만큼 자신을 학교안이라는 울타리에 안주시키지 않고 세상으로 나와 사회를 보려고 노력한 것 같다. 사회학자가 운영하는 서점이라... 가보고 싶다. 나는 서점을 참 좋아하는데... 여건만 된다면 작은 서점 하나 차려놓고 내가 읽었던 책을 추천해주며 살고 싶은 것이 소망이라면 소망인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라서... 저자의 서점이 무척 부러울 따름이다...

사회학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도 없고 출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문도 아니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뒤 보다 인간이고 싶을 때, 산다는 것의 의미를 파악하고 싶을 때, 어떻게 살아야 내가 올바르게 살 수 있을지 궁리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회학자인 저는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속담을 통해 저에게 도움을 주시고, 저는 사회학의 렌즈를 통해 세상에 대한 더 풍부한 해석을 여러분에게 제공하면서 우리가 함께 <한 줄 사회학>을 완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p. 35)

저자는 사회학을 전공하고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면서도 본인이 학문으로만 접하는 사회학에 대해서 스스로를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사람일 수 있다며 첫번째 속담풀이를 시작한다. 뒤이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서울 가서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 '개도 텃세한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개천에서 용 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는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한다' 는 속담들을 사회적으로 풀이한다.

사회학자도 잘 모른다는 사회에 대해 우리도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사람일 수 있지만

'자리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부패와 위선을 한두번 경험한게 아니고

도시 사람들만의 사회적 분위기와 예의가 어떻게 깍쟁이처럼 혹은 '눈 감으면 코 베어' 갈 정도로 차갑게 느껴지는지 모르지 않다가도

SNS 세상에서 '발 없는 말이 천리' 가 아니라 만리 억리를 순식간에 가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망각하고 살고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사회 안전과 안정의 상실에 대해 무뎌지고

데이터는 내가 쌓아주는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받는' 것이 남의 얘기인줄로만 알며

둘 만 모여도 느껴지는 '텃세' 를 체감하면서도

'친구 따라' 기꺼이 강남뿐만 아니라 그 어디든 따라하고 따라하기도 한다.

비교가 흔해진 시대에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은 당연하지만 티를 못내는 사회가 되었고

'개천에서 용이'나는 시대도 시대도 지났는데

온 세상을 흙탕물로 만들어 버리는 '미꾸라지' 한 마리를 잡지 못해 오늘도 우리는 비오 안오는데 바짓단을 흙탕물로 적시며 걸어가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하고 쉽게 말해온 '속담'에 대해서 이렇게 사회적으로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어쩌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상상력은 우리를 무지와 무력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사회학은 개인의 무능력과 무지함이 결합해서 빚어지는 체념에 개입하는 공적인 시도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원하는 미래 사회를 생각하는 상상력입니다. (p. 333)' 라며 저자는 사회학적 사고를 시도해볼 것을 권유한다.

읽다보면 철학과 심리학을 오가는 사고실험이나 사회분석들이 사회학이라는 학문적 경계를 더 모르겠는 안개속으로 들이미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사회학의 범주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이 생각할 수 있는 성찰의 논리적 정점의 학문들을 엮어서 개인이 아닌 개인이 구성하는 사회를 들여다보는 것은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살아오는 내내 축적된 그 지혜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 그것이 '속담'이었다. 쉬운 속담을 사회학적으로 어렵게 풀어내는 시도는 해봐도 좋고 안해봐도 사는데 아무 지장은 없다. 다만 한낱 속담이 '지혜'라는 것 그 지혜가 사회를 이해하는데 얼마나 탁월한지 새삼 느껴보고 싶다면 저자의 사회학적 속담풀이를 읽어봐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사회적 지혜(=속담)'를 수월히 사용하는 사회학적 사고방식을 이미 하고 있음에 사회를 이루고 사는 개인 한명한명이 모두 사회학자인 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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