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아무리 궁금해도 상대가 말해주기 전에는 결코 묻지 않는 사람이잖아. 사람이란 이상한 거야. 묻지 않는 사람에게는 말해주고 싶거든. 그래서 동료들도 너에게 많은 얘기를 한거겠지. 아마 동료들의 개인사는 네가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걸. 묻지 않는 사람에겐 본능적으로 안심을 하는 게 사람인가 봐. 새어 나갈 일이 없을 것 같거든. (p. 108)' K의 묻지 않는 이런 성격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사람들은 K에게 이야기를 하고 K는 그들이 말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낸다. 이곳은 지옥이고 따라서 K가 있을 만한 곳인것 같긴 하다. 하지만 저택에서 하루하루 보낼 수록 의문은 쌓여가고 마침내 K도 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 얘기는 묻고 싶지 않았지만 할 수 없이 물어야겠군. 도대체 너의 계약이란 게 뭐지?" (p. 116)
저택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과 갈등이 펼쳐지면서 K의 과거도 설명되어지는데 "아버지가 특수부대 출신이었죠. 조기교육이랍시고 일곱살때부터 가르쳤고, 절 완성한 건 교관이었던 티모센코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칼이 일품이라고요? 케이의 의미가 나이프(Knife)의 K라더군요" (p. 197) 라는 문장을 통해 전작 <침입자들> 과 확실히 같은 K임이 밝혀진다. <침입자들> 에서는 티모센코의 전화로 시작되고 끝났다면 <파괴자들>에서는 안나의 전화로 시작되고 끝이 나는 셈인데, 거기에 마리 라는 새로운 인물까지 늘어났다. 아마도 다음 작품에서는 K의 이 확장된 인간관계를 통해 새로운 사건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지금처럼 다양한 영상매체들이 있기 전 비디오세대로서 홍콩누아르에 익숙했던 사람들이라면 정혁용 작가의 K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이 시리즈를 무척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시리즈가 아닐수도 있고 따로따로 읽어도 즐기는데 아~무 지장이 없긴 하지만 시리즈로 K라는 인물을 계속 만나게 되길 기대해본다. 침입자들 에서 파괴자들이었으니 다음은 수호자들? 해방자들? 이런건 어떨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