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 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
탁현규 지음 / 지식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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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간송미술관 학예사와 떠나는 지식여행

일주문부터 산신각까지 절 곳곳의 궁금증을 풀어주다

가을이다. 걷기 참 좋은 계절이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등산까지는 못하더라도 산의 정취는 느끼고 싶을 때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마 절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전통이자 유적지인 절을 천천히 거닐다보면 마음까지 고즈넉해져서 그 분위기가 좋아서 종교에 상관없이 가끔 절에 가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절을 찾아다니다 알게 된 것은 절 구성이 다 다른 것 같아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큰 틀에서 비슷해도 똑같은 절은 있지 않았다. 절은 모두 산속에 있었고 산 지형은 모든 절이 달랐다. 그러니 똑같은 절이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집 이름이 절마다 조금씩 다른 것도 흥미로웠다. (p. 9) 이 책은 그 차이들에서 뽑아낸 공통점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물론 공통점을 특정 미술품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절에서 만나는 불교미술품에서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작품을 정하여 이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p. 10) 이 책에서는 절로 들어가며 처음 만나는 일주문부터 절을 빠져나오며 마지막으로 만나는 부도림까지 여러 공간에 모셔진 조각상과 탱화들의 의미와 특징을 살펴보았다. (p. 11) -들어가는 글 中-

산책이 되었든 여행이 되었든 한국에 살면서 절에 한번도 안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그 절들에서 보고 오는 것은 정작 절이 아니고 나무나 꽃이나 산이나 길이기 일쑤이다. 다 비슷한 집같고 다 비슷한 불상같아서 뭐가뭔지 모르겠기에 그냥 대충 쓱 보고나오면서도 허전하고 아쉽곤 했다. 이 책은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요긴한 책이었다. 책한권을 읽는 동안 절에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한적하지만 꼼꼼한 여행을 시켜주기에 읽고나면 마음이 왠지 흡족해지는 책이다. 자, 이제 절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보자.

우리나라 절들은 계곡 옆에 터를 잡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절에 사람이 살며 가장 필요한 것이 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은 능선 길보다 계곡 길이 오르기에 좋아서 웬만한 절들은 모두 계곡 옆 너른 터에 자리잡는다. 산이 깊으면 물이 많고 물이 많으면 돌다리를 크게 세워야 하니 무수한 절에서 무수한 무지개다리가 세워졌다. (p. 17)

산속에 세워진 절은 산의 지형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지어질 수밖에 없지만 절도 사람사는 곳이니 물 가까이 세우게 되고 그래서 절에 가기위해서는 돌다리를 건너는 경우가 많다. 이 돌다리를 무지개다리 라고 한다. 반려동물이 명을 달리했을때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절로 들어가는 무지개다리 또한 차안(우리가 사는 이 세사예에서 피안(깨달음의 세계)로 건너가는 것이니 다른 세상을 연결해주는 다리라는 의미에서 무지개다리 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 것 같다. 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입구에 커다란 문이 있기 마련이다.

기둥2개위에 지붕만 있는 형태의 이 문을 일주문이라고 한다. 일주문을 지나고 나오는 문이 금강문인데 이 문은 양옆에 공간이 있어서 금강역사 라는 건강한 장승 둘이 삿된 것들을 막고 있다. (4천왕과 금강역사의 차이점은 금강역사는 하의만 입고있고 있는 씨름선수 처럼 보인다면 4천왕은 갑옷을 입은 장군 같다.) 하지만 금강역사 보다 절 하면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 아마 4천왕 일텐데 금강문 다음에 나오는 천왕문안에 이 4천왕이 있다. 우락부락한 표정의 거대한 그 4천왕 ㅎㅎ 이 4천왕들은 부처님을 지키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자, 이제 입구를 통과하여 절마당으로 들어섰다. 절 마당으로 가기위해서는 계단을 조금 오르기마련인데 이 계단위에 루(다락집)이 있는 경우가 많다. 2층형태이지만 1층이 계단이라 2층이 절마당과 평행을 이루어 절마당에서 바로 루로 연결되는 구조다. 산의 기울기를 이용한 때문이라고 한다. 루에는 '사물'이 있는데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이렇게 4가지를 일컫는다. 아침저녁 예불때마다 법고-목어-운판-범종 순서로 치는데,

법의 소리가 나는 북이라는 뜻의 법고는 땅에 사는 중생들이 그 소리를 듣고 해탈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친다. 목어는 나무로 만든 물고기로, 배속이 비어 있어 여기에 나무막대기 2개를 넣고 앞뒤로 움직이며 배 안쪽을 친다. 물속에 사는 중생이 해탈하길 기원한다. 운판은 청동으로 만든 구름 모양 판으로, 나무망치로 가운데를 두드린다. 하늘에 사는 중생이 해탈하기를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범종이다. 범종은 땅 윙, 물속, 하늘 위 모든 중생들이 해탈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아침에는 28번, 저녁에는 33번 친다. 28은 불교에서 말하는 삼계인 육계, 색계, 무색계가 28천으로 이루어진 것을 상징하고 33은 수민산 정상에 있는 33천을 상징한다. 가죽, 나무, 청동이란 3가지 재질로 된 물건을 나무로 때리면서 나는 소리는 산사를 깨우고 잠들게 하는 법의 소리다. 사물은 모두 스님들이 친다. (p. 57)

라는 상세한 설명이 너무 좋았다. 아~ 그런거였구나~!!!

루에서 내려오면 마당한가운데 석등이 있기 마련이다. 석등의 보이지 않는 빛은 부터님 말씀을 의미한다고 한다. 부석사 석등이 가장 오래됐고 화엄사 석등은 후백제 견훤이 세운 것이라니 놀라웠다. 이 화엄사 석등안에는 특이하게도 공양하는 스님상이 있는데 공양자의 시선이 향한 곳에 3층석탑이 있어 공양자가 탑에 경배드리는 의미라고 한다. 이렇게 석탑으로 넘어간다.

석등과 석탑은 모두 돌이어서 절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물건인데 석탑은 부처님 사리를 모신 일종의 무덤인 셈이라고 한다. 석탑의 최고봉은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이다. 사리를 모신 석탑이 하나가 아니라 둘인 것도 특이한 경우인데, 다보탑은 다보불의 상징이고 석가탑이 석가모니불의 상징이라고 한다. 다보불은 석가모니불의 설법이 옳고 바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땅에서 솟아난 탑 안에 앉아계시던 부처라고 하는데, 자 이제 부처가 사시는 집을 볼 차례다.

<한국 절의 중심 전각은 대부분 대웅전이다. 대웅이란 석가모니불의 다른 이름이다. (p. 75)> 대웅전을 설명하면서 석굴암 불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양 페이지가 다 사진들인 경우 가운데부분이 책장 사이에 묻혀 잘 안보이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여하튼, 석굴암에 갔을때 부처님 불상만 보고 오곤 했는데 주변을 둘러싼 그 모든 조형물들에 제각각 의미가 있는 것을 읽고보니 석굴암이 다시 보고 싶어진다. 내게 가장 참고가 됐던 내용은 석가모니불 앞 양쪽에 있는 존재가 지혜 문수보살과 실천 보현보살이라는 것이었다. 이 삼존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이 가장 뜻깊었다. 이 삼존은 조선 후기에 <석가모니불, 약사불, 아미타불 세 불을 함께 모시는 것으로 확장되는데, 이는 조선 불교의 종합화 현상이다. (p. 98)> 삼존불 탱화에서 부처님 세분이 그려졌더라도 여하튼 석가모니불 앞 좌우에 서계신 두 존재는 지혜 문수보살 과 실천 보현보살 이다. 불상 뒤 벽에는 항상 탱화가 있기 마련인데, [용주산 대웅보전 후불탱] 에 정조임금과 효의왕후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그려졌다는 점이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했다. 탱화 속 정조대왕의 얼굴은 우리에게 익숙한 초상화 속 그 얼굴과는 다르지만 상상으로 그려진 어진보다 이 탱화속 정조대왕의 얼굴이 더 실물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유심히 보게 된다. 대웅전에 후불탱으로 영산탱이 걸리고 대웅전 좌우 벽에도 탱화가 걸리는데 왼쪽 벽에 걸리는 탱화가 감로탱, 오른쪽 벽에 걸리는 탱화가 신중탱 이라고 한다. 대웅전에서 만나는 마지막 탱화는 대웅전에 보관하다가 꺼내어 대웅전 앞마당에 거는 괘불탱인데, 탱화 하나하나의 의미를 읽다보니 그림책을 보는 기분이었다. 쓰윽 지나쳐볼때는 탱화들도 다 비슷해보이더니 절마다 전각마다 이렇게 제각가 다른 사연을 품은 탱화들이 있었구나~.

다음은 대웅전 주변의 전각들을 하나하나 둘러보자. 부처님 일생을 8폭그림으로 건 집을 '팔산정'이라고 하는데 이 탱화를 팔상탱이라 한다. 글을 몰라도 이 8폭의 그림을 보면 부처님의 80 생애를 파노라마처럼 볼수 있다. 이중 두번째 폭에서 부처님 탄생관련 내용, '태자가 탄생계를 마치자 하늘에서 9마리 용이 나타나 입에서 물을 토하여 태자를 목욕시켜 준다. 여기에서 '구룡'이라는 단어가 생긴다. (p. 149)' 을 읽으니 올여름 다녀온 구룡포에서 본 청동상이 생각났다. 아홉마리의 용이 서로 얼키고설켜있는 거대한 청동상이었는데 그 '구룡'이 불교에서 나온 것이었구나. 다섯번째 폭에서 스스로 삭발을 하는데, '불교에서 삭발을 하는 것은 높은 터번으로 상징되는 신분을 포기한다는 표시다. (p. 159)' 라는 의미였다니, 불교가 외국에서 들어온 종교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터번은 없었지 않은가. 마지막 폭에서 열반 내용이 나오는데 '관이 활활 타오르면서 무수한 검은 알갱이가 사방으로 쏟아지니 이것을 '사리'라 부른다. 사리는 인도말로 '유골'이란 의미로 불교에서는 화장한 후 몸에서 나오는 구슬을 뜻한다. (p. 179)' 의 그림을 보며 까만 알갱이들과 (투명한 구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사리가 같은 것이라는 게 처음엔 잘 연결되지 않았다. 구슬보다는 재로 보이는 그림을 보면서 사리의 변용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전각은 '대광명전'이라고 한다. 비로자나불은 부처님 법이 몸을 갖췄다하여 '법신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석가모니불의 손자세를 항마촉지인 이라고 하는데 비로자나물은 지혜주먹 모양을 하고 있다. (왼손 주먹을 오른손으로 감싼 형태)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을 살짝 구부린 형태의 손짓을 가진 부처님상은 설법 손짓이라고 하니 이제 손 모양만 봐도 부처님상을 조금은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극락의 주인 아미타불을 모신 곳은 극락전 이고, 병을 고쳐주는 약사불을 모신 곳은 약사전이라 한다.

지옥 왕들에게 죄를 심판받는 명부전이 없는 절은 없다는데, 명부전에는 염라대왕 말고도 왕이 9명이나 더 있어 이를 시왕이라 한다고 한다. '원래는 십왕이지만 발음이 부드럽지 못해 '십'에서 'ㅂ'을 빼 버려 시왕이 되었다. 명부전은 그래서 시왕이 사는 집이다 하여 시왕전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시왕전 주존은 시왕이 아니라 지장보살이어서 명부전, 시왕전을 지장전이라고도 부른다. (p. 211)' 보살이 주존인 두번째 집이 '관음전' 인데 현실 고통을 없애주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이다.

부처님, 보살 에 이어 옛 스님들을 모신 전각을 보자. 번뇌를 떨친 아라한이 사는 집이 '나한전' 이다. '아라한(산스크리트어 아르하트의 음역)은 부처님 말씀을 직접 듣고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결실인 아라한과를 얻은 스님을 말한다. 아라한과는 모든 번뇌가 소멸한 단계이고, 아라한은 더 이상 생사 윤회를 하지 않는다. 석가모니불 제자 1,250명은 모두 아라한이라 부를 수 있고 부처님 열반 후 아라한을 믿고 따르는 신앙이 생겼다. (p. 237) 아라한을 모신 집을 나한전 혹은 응진전 이라고 한다. 응진 이란 '진리에 상응하는 자'란 뜻으로 아라한의 다른 이름이다. 중국인들은 산스크리트어를 음역한 아라한을 줄여 나한이라고 불렀다. '아'가 부정의 접두어이고 '라한'이 '번뇌가 있는'이라는 뜻으로 '아라한'은 '번뇌가 없는'이란 말인데 만약 '나한'만 하면 '번뇌가 있는'이란 뜻이 된다. 하지만 언어란 관습이어서 '나한'은 중국 한자에서 일반명사가 되었다. (p. 238)'

절을 세운 스님을 '으뜸되는 스승' 이라는 말로 조사 라고 하는데 절을 창건한 스님의 초상화를 봉안한 전각을 '조사전'이라 한다.

부처님에서 보살을 거쳐 스님까지 왔으니 이제 토속신앙과 만난 전각을 볼 순서다.

산신을 모신 '산신각', '홀로 수행하는 성인' 이란 뜻의 독성 나반존자를 모신 '독성각', 북극성과 북두칠성이 의인화되어 부처로 모셔진 '칠성각' 까지 보고나면 이제 절에서 나오며 스님의 돌무덤은 '부도'를 마지막으로 보게 된다. 부도란 스님 사리탑을 말하며 승탑이라고도 하고 이 부도가 많이 세워져 부도의 숲인 '부도림'이 조성된다.

절을 둘러보면서 이렇게 세심하게 눈여겨 본 적이 있었나 싶다. 새록새록 신선한 내용들을 하나하나 알아갈 때마다 너무나 즐거운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절에 가면 이 책을 떠올리며 아~! 라는 감탄사를 즐기고 싶다.

ps. 참 유용한 책인데 표지가 너무 옛스러운것이 좀 아쉬웠다. 선뜻 읽고 싶어지는 표지가 아니라서;;; 표지가 좀더 산뜻하고 감각적이었다면 이 유익한 책에 좀더 많은 사람들이 손을 뻗어 집어들지 않을까 하는... 여하튼, 절에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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