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 - 지속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선언
이병한 지음 / 가디언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간이 더 이상 지구를 망치지 않기 위해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자연과 기술의 대결합

균사체로 대체고기와 대체가죽을 생산하는 마이셀프로젝트,

해조류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는 마린이노베이션,

태양과 금융이라는 천상과 가상 자원을 결합한 루트에너지,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로 농업을 살리는 심바이오틱.

'[유라시아 견문] 문명사학자 이병헌 교수의 새로운 지구사를 위한 진화적 질문' 이라는 홍보문구에서 내 눈길을 잡아끈 것은 새로운 지구사도 진화적 질문도 아닌 [유라시아 견문] 이라는 책 제목이었다. 역사를 좋아해서 이런저런 역사책을 읽다보니 유라시아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이런저런 여건상 손도 못대보고 그저 눈으로 제목만 훝어내린 책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 하나였던 책이다. 고대사학을 연구하는 문명사학자가 지구미래적 책을 썼다니,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에 우리가 살고 있기에 역사학자가 바라보는 미래기술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어쩌다 이런 책을 쓰게 되었을까.

이른 새벽 머리말을 쓰려고 자리에 앉아 새삼 자문해 보게 된다. 어느새 여덟번 째 책이다. 그간 한국, 북조선, 동아시아, 아시아, 유라시아에 대한 여러 책을 써 왔다. 영역은 갈수록 커졌지만, 인문사회과학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퉁 쳐서 '문명사'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법 엉뚱하다고도 할 수 있다. 더는 과거를 탐사하지 않는다. 미래를 천착한다. 미래 첨단을 달리고 있는 기업인들을 인터뷰하고 내 생각을 보탠 첫 책이다. '미래사'에 진입하고 개입한다. (p. 7)-글을 시작하며 中-

시작부터 저자 스스로 되묻고 있는 책, 어쩌다 이런 책을... ㅎㅎ 저자의 20대는 사화과학도였고 30대는 역사학자였으나 40대는 개벽학자이자 지구학자이며 미래학자를 지향한다고 한다. 20대에 '좌녹평 우창비'로 녹색평론과 창작과비평을 애독하고 30대의 성과로 <유라시아 견문>시리즈를 완성한 저자는 작년 지독한 코로나블루를 겪었다고 한다. 그리고 40대는 동학을 계승한 개벽학자이자 미래를 탐구하는 깊은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고 나서야 그 우울한 시간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고.

하나의 학문을 전공해서 한평생 써먹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음을 저자의 학문변천을 읽으면서도 느낄수 있었다. 역사를 통해 깨달은 바가 많았을 저자가 미래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수순같아 보이기도 했다. '무위자연의 이상향은 이미 존재하지 않'다고 '그러함에도 '오래된 미래'라거나 '생명으로 돌아가기' 등 노스탤지어형 동어반복을 읊조리고만 있는 것이다.(p. 9)' 라는 저자의 지적에 공감한다. 자연이 중요하고 환경이 중요하고 기후가 중요하다 말하면서 과거 인간이 손대지 않았던 자연과 환경과 기후를 되돌리자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다. 이미 변한것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변화적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오래된 미래'보다는 '깊은 미래'로의 대전환을 꾀하는 편이 실질적이라 하겠습니다. EARTH 4.0 '제4차 지구'라는 지구사적 단계를 직시하고,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불가피한 인류사적 물결과 합류해 가는 미래형 생태문명을 상상하고 현실로 구현해 가야 하는 것입니다. (p. 14)' 라는 일면 거창해보이기도 하는 이 선언을 현실적으로 체감시켜줄 만한 4개의 기업이 이 책에 등장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만난 4명의 인터뷰집 형태를 띠고 있다.

테크놀로지 테이스트 - 미생물, 인류를 보존할 히든 카드 : 마이셀프로젝트

생태운동과 생명공학의 간극은 그동안 과학기술이 노정했던 속성과 그로 인한 모순들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과학계에 만연한 환원주의나 기계론적 자연관으로 학문이 지나치게 세분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난제들이 숱아게 쏟아졌지요. 또 자본과 결탁한 과학기술이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고 소비자지상주의, 공동체 해체 등 여러 사회문제를 초래했고요. (p. 35) 그런데 그분들은 시스템 자체를 거부하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정말로 절실하게 산업문명 이후의 새로운 문명을 갈망한다면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서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제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양자 간의 간극은 사고방식과 해결 방법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p. 36)

우리의 환경은 그저 '나 돌아갈래~' 하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너무 변했고 석기시대로 돌아가서 살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산업문명과 생태계의 조화라는 문제에서 왜 굳이 양자택일을 하려 하는가? 생태시스템을 존중한 산업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타당해 보였다.

- 생태주의의 고전으로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있습니다. '라다크로부터 배우다'가 부제인데요, 저 또한 과거로의 회귀가, 과연 미래를 열어줄 것인지 반신반의하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중략) '오래된 미래' 보다는 '깊은 미래'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까닭입니다. (중략) 마이셀프로젝트가 확보한 테크놀로지야말로 딥테크가 아닌가 싶습니다. (p. 39)

- 마이셀의 기술적 본질 또한 버섯농업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기술로 버섯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산업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데 활용할 것인가? 질문에 따라서 기술의 가치가 바뀌는 것입니다. (p. 40) 식탁은 인간과 자연을 잇는 생태적 연결고리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본이 만나는 기술적 연결망이기도 합니다. (p. 41)

생태주의의 고전으로 <오래된 미래> 라는 책을 읽었다. 환경학의 고전이라는 <침묵의 봄> 도 읽었다. 하지만 읽으면서도 지금 때가 어느때인데 수십년전의 책이 소용있을까 싶었다. 생태계와 환경은 수십년전 책속의 그때와 너무나 달라졌고 무엇보다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이제는 좀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는 생태주의와 환경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나또한 '깊은 미래'가 좀더 실질적으로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축산업이 기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에 관심이 기울여질때는 유행처럼 비거니즘이 번지지만 고기를 대체하는 식품들의 원재료(대표적으로 콩)가 자라는 거대농장도 자연을 황폐화시키기는 매한가지다. 그런점에서 '균류'를 이용한 대체고기와 대체가죽은 신선한 발상이다. 균류는 그야말로 자연에서 시작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야말로 '균' 이다. 너무나 친환경적인 것이다. 또한 동물해방의 측면에서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일단 현재의 기술적 수준에서 배양육은 모순이 너무나 많습니다. 동물세포를 실험실 안에서 배양하는 데에는 소태아의 혈청(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 태어나기 전의 소태아에서 혈청을 뽑아내서 줄기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이죠. 소태아 혈청은 도살장에서 갓 잘라낸 소태아의 박동하는 심장에 바늘을 찔러 넣어 추출해요. 태아가 죽을 때까지 약5분 동안 심장에서 피를 뽑아내고 그다음에 혈청을 추출하는 것이죠. (중략) 즉 배양육의 수요가 늘어난다면 그만큼이나 많은 소의 태아가 필요하다는 말이 됩니다. (중략) 게다가 소태아 혈청은 무척 비쌉니다. 1리터에 70~80만원을 호가해요. 최초로 배양육 패티를 쓴 햄버거 하나를 생산하는데 50리터의 혈청이 필요했다고 해요. 어처구니 없을 만큼 비싼 햄버거였던 까닭이지요. (p. 57)

<클린 미트>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진짜 고기가 아닌 배양육을 진짜 고기 대신 먹겠는가 에만 초점을 두어서 소태아혈청에 대한 이야기는 몰랐었다. 저렇게 잔인하게 추출해서 저렇게 많이 필요하다고는 언급되지 않았었다. 그저 비싼 첫 배양육 패티에 대해 지금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니까 기술이 나아지면 가격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만 희망적으로 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 소태아 혈청을 쓰는 것 아닌가. 그게 진짜 고기를 먹는 것보다 무어 그리 나은건지 모르겠다. 배양육의 배경에 이런 문제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이 책을 읽게 되어 참 다행이다.

플랜트 오션 프로젝트 - 해조류 부산물의 새로운 탄생 : 마린이노베이션

인공물의 무게는 21세기, 지난 20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다. (p. 88)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매년 인공물은 300억 톤씩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20년이 흐른 2040년 무렵에는 3테라(3조)톤에 도달하게 된다. 인공물이 상징이라 할 플라스틱만 하더라도 지구상 모든 육지와 해양의 생물 무게를 합한 것보다 무거워질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이 주조한 인공 지구, '플라스틱 플래닛'이 되는 것이다. (p. 89)

'지구地球'라는 단어부터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발상이다. 지표면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은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함에도 이 행성을 '지구'라고 명명한 것이다. 2/3를 넘는 광활한 영역이 바다인고로 수구水球나 해구海球라는 명명이 실상에 더욱 가깝다. 그린그린한 녹색 지구의 면적은 15퍼센트 안팎이지만, 블루블루한 청색 해구의 면적은 70퍼센트에 달하기 때문이다. (p. 99)

비닐봉지가 처음 나왔을 때 나무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이라 열광했다고 한다. 당구공용 소재로 플라스틱이 처음 나왔을 때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기 위한 이 인공물에 또한 동물을 보호할 수 있다며 열광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비닐과 플라스틱이 지구를 덮고 있다. 인공물은 결국 인공물인 것이다. 정말 친환경적이고 동물보호적이려면 자연물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해조류 부산물로 신소재를 만든다는 것은 역시 기막히게 멋진 발상이다.

'지구'라는 명칭이 인간중심적인 말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저자의 말을 읽고나니 정말 그렇다. 지구라는 말의 탄생조차 너무나 환경에 어울리지 않았다니... 아 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휴머니즘이란.

해조류 부산물을 원소재로 삼는 기업은 아마 전 세계에서 마린이노베이션이 유일할 겁니다. (p. 104) 추출물로 하는 기업은 몇 있습니다. (중략) 단점은 비용적인 측면이죠. 추출물 자체 원재료가 비쌉니다. (p. 105) 저희는 버려진 해조류, 즉 부산물을 다시 재활용하고 재가공해서 환경에 이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부산물로 달걀판과 종이컵, 종이접시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p. 106)

당장 저 종이컵을 사서 쓰고 싶었다. 하지만 시중마트엔 아직 없나 보다 ㅠ 이 업체는 정부로부터 공식 인증도 받고 이런저런 상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홍보를 제외하면 딱히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고 한다.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 상은 줬으나 후속지원 없이 그냥 지켜본다라... 알아서 쑥쑥 잘 클 수밖에 없다니... 다른 건 몰라도 정책적으로라도 전환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고 했다. 플라스틱 규제나 친환경 소재 진흥 같은 정책만 서도 이런 업체들이 한결 큰 힘을 얻을 텐데...

앞으로는 더더욱 인성이 중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손발로 하는 일은 차츰 기계까 대체해 가겠죠. 착한 인성의 사람들이 모여서 마음을 잇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주말에 봉사활동도 함께하고 있어요. 사명감으로 기업을 해야 합니다. (p. 127)

13년을 준비해서 이제 시작한 업체의 대표가 사명감으로 기업을 한다니, 이런 마인드 사실 흔하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환경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신생 벤처기업 운영자들이 대부분 비슷한 마인드였다는 것이다. AI시대 인간이 설자리가 없다고? 글쎄... 대세는 '인성' 이다!

에너지 로컬 파이낸스 - 미래 에너지를 위한 시그널 : 루트에너지

지구를 비롯한 여타 행성은 태양이 형성된 뒤 남겨진 찌꺼기를 뭉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 안에는 지구만 한 행성이 100만 개나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지구와 1억5천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음에도 그 존재감이 또렷하다. 태양의 핵융합이 산출하는 빛과 열이 46억년 지구 진화사를 추동해 왔던 에너지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p. 143)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은 그 소중함을 그 특별함을 모르기 마련이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건 다 태양덕분이다. 그 태양이 지구가 백만개나 들어갈 만큼 커다란 줄은 몰랐다. 그렇게나 컸나... 그정도는 커야 빛이 이정도가 오는 것이었나... wow

'잘 살아 보세'에서 '잘 살려 보세'로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잘 살려야 하는 것은 지구환경만이 아니었다. 태양 정확하게는 태양의 빛도 잘 살려 써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느날 제가 속해 있던 덴마크 공대의 연구실로 연락이 왔어요. 제 연구실이 어떻게 하면 풍력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장 손실을 줄이면서 사용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곳이엇거든요. 밀양 송전탑 같은 것을 굳이 짓지 않아도 되는 기술적인 대안이 있는지를 자문해 온 것이죠. 한국에서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p. 158)

국내에서 에너지를 제대로 연구하는 곳이 없어 덴마크로 유학을 갔는데 밀양 송전탑 문제를 보며 국내 사회문제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을 보면, 친환경 벤처의 마인드는 사회적 기업에 버금가는 것 같다. 물론 외국의 사례와 국내의 사정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양쪽을 다 경험했기에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금융과 지역주민의 결합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사업화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민간 차원에서 저희가 더 많이 더 깊이 더 넓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의 힘은 국민에게서 주민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2030년이 오기 전에 100만 명의 국민이, 1000만 명의 주민이 신재생에너지 혹은 탄소중립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도 하고 금전적인 소득도 올릴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이유입니다. (p. 167)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걸음마 수준인것 같은데 벌써부터 금융과 연결지은 사업까지 생각해내다니 또한번 놀란다. 이 책에 나오는 기업들은 정말 하나같이 모두 놀랍다. 태양광 산업관련해서도 정책이 말썽이다. 일관성있고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스타트업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데... 이분야 한국 스타트업들은 유럽에 비해 참 힘들다고 한다.

'에너지 시민성'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부와 대자본이 주도하는 흐름에 수동적으로 따라가고 끌려갈 것인가, 아니면 내 돈을 내는 자발성과 직접성으로 시민이 주도하는 에너지 대전환을 견인해 낼 것인가. (p. 186) 그러기 위해서라도 좋은 정보를 계속 제공해야 하고, 좋은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어져야 할 거예요. (중략) 제 아들이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었을 미래를 내다보면서 사업을 유지하기 때문에 지긋하게 꾸준하게 지극한 정성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일구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후회가 없도록, 아낌없는, 남김 없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p. 187)

참여에너지 라는 것에 대해 에너지 시민성 이라는 개념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았다. 세상이 새로워지고 있는 만큼 참 새로운 개념도 많아지고 있구나를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다. 여하튼, 자신의 아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후회없이 하는 일이라니, 이것이야말로 정말 제대로 된 미래지향 아닐까.

K-애그리테크 프런티어 - AGRI-TECH FOR YOU : 심바이오틱

마이셀프로젝트는 땅에서 피어나는 곰팡이, 균사체에서 지구의 미래를 구한다. 마린이노베이션은 지구의 7할, 바다의 해조류에서 청정한 환경의 대안을 찾는다. 루트에너지는 태양이 떠 있고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로부터 지속가능한 인류의 내일을 열어 가고자 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우뚝 솟아난 것이 산이다. 한국은 국토의 7할이 산이라고 한다. 그 산에서 산삼을 키우는 여성 CEO가 있다. 그런데 사람이 산삼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었다. 로봇이 한다. (p. 195) 로봇이 정말로 필요한 곳은 한국의 농촌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노령화가 한국처럼 급속도로 진행되는 나라가 없다. 인구소멸이 농촌의 자연소멸을 이끌고 있다. 농촌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인공농민'이 필요했다. (p. 205)

산업화시대에 로봇하면 공장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 공장에 기계가 들어찰수록 사람들이 내쫓긴다고 한다. 그래서 로봇의 일자리 대체문제가 심각하겠거니 했다. 하지만 로봇이 정말로 필요한 곳은 농촌이었다. 노령화 시대에 육체노동으로 이루어지는 산업현장인 농촌에 로봇이 설 자리를 왜 그동안 만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기존처럼 3차 산업에 최적화된 공장용 로봇이 아니라, 농림수산업 즉 1차 산업의 자연 현장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심바이오틱의 경쟁력이 있습니다. (p. 212) 작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충원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로봇이 농촌을 지속시키고 농업을 유지하면서 농민을 보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p. 214)

무엇보다도 이 업체의 장점은 모든 것을 '직접' 해본다는 것이다. 강원도에 직접 땅을 사서 농사를 지어보면서 로봇을 실험시키고 관련된 모든 기술을 직접 연구하고 만들어내고 있다. 신혼부부 단 둘이서.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사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싶어요. 우리가 확보한 기술을 통해 농촌과 농업과 농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통해서 이윤을 창출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다면 더없이 영광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p. 219)

멋진 포부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며 클린미트 못지 않게 충격적 현실을 알게 된 것이 '스마트팜'이었다. 친환경 농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팜 아니던가. 그런데.

요즘 농촌에서 지어지고 있는 스마트팜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아요. 대규모 설비 위주로 공급되고 있고요. 초기 비용 투자는 너무 큰데 생산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농장이 아니라 공장을 짓는 것이죠. 사실상 고비용 그린하우스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안에 설치된 컴퓨터를 정상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에어컨을 풀가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겨울에는 매우 춥고, 여름에는 엄청 더운 환경이라는 근본적인 딜레마도 있죠. 환경적 영향이나 생태적 비용을 따지면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스마트팜이 적지 않습니다. (p. 223)

비닐하우스에 컴퓨터 들여놓는다고 스마트해진 것이 아니었다. 최첨단 공장식 농장을 만들면 사용되는 에너지는 몇배가 필요했다. 스마트팜은 빛 좋은 개살구 같기도 하다. 좀더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인 팜에는 로봇일꾼이 더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2의 기계시대, 인류의 미래는 신생물학적 문명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기술과 척을 지는 생태문명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생물과 활물이 융합되어 가는 미지의 미증유의 '생명문명'이다. (p. 234) 생물화 활물 사이에 인간이 자리하는 것이다. 초록색 자연환경과 푸른색 인공 생명을 연결하는 커넥터로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다. 즉 활물과 더불어 생물을 돌보는 일이 인간의 역할이고 책무가 될 것이다. (p. 235) 나는 이 지구사의 새 지평을 EARTH 4.0이라고 표현한다. 지구의 탄생이 1.0 이요, 생명의 탄생과 진화가 2.0 이요, 생각의 탄생과 인간의 진화가 3.0 이었다면, 4.0 단계에서는 인공 생명과 인공 생각이 인공적인 지구의 진화를 추동해 가게 되는 것이다. (p. 237) 공교롭게도 지구를 살리는 어스테크, 비즈니스 액티비스트들과의 인터뷰는 여주에서 시작해 원주에서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해월 최시형 선생님이 묻힌 곳에서 출발하여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이 잠든 곳에서 마감한 것이다. 그 동학의 후예들, 한국의 생명 사상가들은 일찍이 '사람이 하늘이다' 라는 인내천 만을 읊은 것이 아니었다. 사사천 물물천, 만물과 만사 모두가 전부가 하늘이라 이르신 것이다. (중략) 바로 그분들의 말씀이 시대정신이 되고 지구의 정신개벽이 상호진화하는 생생활활한 미래가 열리고 있음을 한없이 기쁜 마음으로, 끝없이 들뜬 마음으로 두 손 모아 정성껏 맞이하고 싶다. (p. 241)

동학의 맥을 이은 개벽사상가라고 자신을 표현하더니 글의 곳곳에서 동학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또한 4개의 기업들 못지 않게 신기했다. 유라시아를 연구한 역사학자가 미래를 바라보는데 세운 사상이 동학이라니. 그런데 그것이 묘하게 꽤 잘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여하튼, 동학까지는 아니더라도 개벽사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또한 이 책에서 4개의 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껏 알지 못했던 미래가 열리고 있는 것 같아 한없이 기쁜 마음이 되고 끝없이 들뜬 마음이 되었다. 지금껏 읽은 그 어떤 미래관련 책들보다 이 책한권이 주는 희망이 훨씬 깊이있었다. 서두에서 언급한바 있듯이 '오래된 미래' 로 돌아가는 것도 '침묵의 봄'을 되뇌는 것도 우리의 미래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지구 4.0 그 버전에 힘차게 내딛고 있는 어스테크 기업들을 힘껏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