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명성이 높던 가우스도 자신이 어렵게 손에 넣은 것들을 잃을지 모르는 모험은 하지 않기 위해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입장을 취하지 않았고,
수학을 개조했으니 물리학도 개조할 수 있다며 뛰어든 수학자 힐베르트는 호되게 쓴맛을 보아야 했으며,
푸엥카레와 아인슈타인은 서로의 심리적 경쟁때문에 생전 서로에 대한 언급을 단 한번도 하지 않을 만큼 고집스런 태도를 보였다.
프리스틀리는 산소를 발견해놓고서도 플로지스톤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자신의 연구가치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고,
돌턴은 자신의 원자론을 수정하지 않기 위해 실험으로 입증된 법칙에 대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취햇으며,
멘델레예프는 자신의 주기율표를 지키기 위해 몇몇 원소의 원자량을 수정하여 자신의 주기율에 맞추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누가 먼저냐 라는 우선권 문제에서는 과학자들 끼리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했고,
애국심 강했던 독일과학자 하버의 독가스는 사상 최악의 희생을 가능케 했으나 하버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으며
오토 한은 자신의 연구가 원자폭탄을 만들어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갈릴레이가 파도바에서의 안정적인 연구생활을 버리고 고향 피렌체로 돌아간 것은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고,
뉴턴은 한정된 실험 사실에서 보편적인 추론을 도출했기에 색수차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며,
베크렐은 실험과 관찰만 중시하고 가설을 세우는 것을 무시했기에 방사선 연구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사기극이 아닐까 싶던 N선 연구에 프랑스 과학자들이 진심으로 몰입했던 것은 과학과는 관계없는 민족적 자존심이라는 감정때문이었고
마이컬슨은 죽을때까지 상대성이론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 관점을 유지했으며,
패리티 보존법칙을 고수하던 물리학자들은 그 법칙에 예외가 있음을 실험으로 증명되었을때도 곧바로 수용하려 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하면,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저자의 표현으로는) 실수담들은 거의다 과학자들의 보수적 태도와 권위적 사고방식과 자신의 이론만 옳다는 똥고집 의 향연들이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그 고집스런 태도들을 답답하게 읽으면서 천재적 과학자의 흑역사에 킥킥대보려던 나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은 '과학 거장들의 실수'라기 보다는 '천재들의 똥고집 혹은 과학자들의 보수성'이라고 하는게 더 맞지 않았을지...
물론 아무리 고집을 부리고 완강히 거부해도 새로운 발견들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갈 때마다 과학자들의 옹고집은 과거에 묻힐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좀더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자세로 협업을 했더라면 위대한 과학의 역사에서 불필요하게 소모된 시간들은 훨씬 줄어들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이 책속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의 일화들이 그들에게 모두 '흑역사'가 맞긴 하다. 여하튼, 이 책이 전해주는 메세지를 책속에 인용된 문장 하나로 요약한다면, '권위로 논증하는 예는 셀 수 없이 많고, 권위가 저지른 잘못도 흔하다. -칼 에드워드 세이건 (1934~1996)' (p. 60) 이 가장 적절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