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이 책은 니체로 시작해서 니체로 끝나는 책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니체'는 천진한 아이 같다. 사실 니체도 자신의 철학에서 궁극적으로 아이의 모습을 추구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인간의 정신이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널리 알려진 '낙타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의 비유다. (p. 282) 비록 파도에 허물어지더라도 끊임없이 모래성을 쌓으며 즐거워하는 아이, 생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늘 긍정적으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아이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쉬의 전형이다. (p. 283)' 미술과 가볍게 조우하는 철학책인줄 알았더니 이렇게 니체를 가볍게 만나게 될 줄이야. ㅎㅎ
이 책에 추천사를 쓴 정여울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림을 사랑함으로써 철학을 더더욱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고 했고 김만권 정치철학자는 '마음이 고플 때 그의 책을 펼치면 식탁이 된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철학이 만든 온갖 맛있는 지식과 곳곳에 스며든 온기를 만날 수 잇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저자가 맥주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지 종종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게 만든 이 책은 내게 일종의 술상이었다. 얼큰달큰 술술 넘어가서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마시던 술처럼 그림에 취하고 철학에 취해서 술술 넘겨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어버린, 그런 책이었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