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우리가 앞서 근대 이전 건축을 돌의 건축과 나무의 건축으로 나누고 지역을 구분한 것은 기념비적 건축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돌 조적조 건축 지역인 유럽이나 인도에서도 일반 시민의 주택은 대부분 나무로 짓는다. (중략) 나아가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유럽에도 북유럽의 스타브식 교회처럼 기념비적 건축조차 나무를 사용하는 지역도 있다. (p. 59) 다시 말하지만, 건축 문명권을 나무 가구식과 돌 조적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최고급 기념비적 건축물을 어떤 구조로 지었는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p. 60)
중국 건축 문화권에서 특별한 점은 궁전과 사찰도 모두 나무로 지었다는 점이다. 경복궁 근정전이거나 시골 초가집이 사실상 같은 건축 시스템을 사용했다는 점이 특별하다. (p. 61) 중국계 목조 건축에는 장점이 많다. (p. 63) 그렇다면 돌을 못 쓴 것이 아니라 안 쓴 것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것이다. 몰라서 못 쓴 것하고 알고도 안 쓴 것은 엄연히 다르다. (p. 70) 고대의 위대한 건축물로 피라미드를 들었는데, 고대 이집트인이 피라미드를 만들 때 중국에서는 갑골문을 남겼고, 그리스인이 신전과 조각상을 만들 때 중국인은 금석문을 만들었다. 다른 문명권과 떨어져 발전한 중국 문명은 생산력 수준에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았다. (p. 70)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에서 신상을 만들어 숭배할 때, 중국은 조상의 신주를 만들어 제사했다. 신주에는 조상의 이름이 적혀 있을 뿐이다. (중략) 이 차이는 영원에 대한 생각 차이에서 비롯한다. 유형한 것은 유한하다고 여기고, 영원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신체가 아니라 정신에 있다고 보았다. (p.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