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는 철학자라는 이진우 저자는 '공정은 허구' 이지만 '이 책이 공정을 방해하는 요인들에 대한 비판적 여정의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본론을 시작하지만 '30여년의 강단 생활을 마무리하며 쓴 책이 명료한 답을 제공하는 대신 여전히 질문과 의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나의 질문에 독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서기를 기대할 뿐이다. (p. 8)' 라고 시작부터 이 책은 '질문' 중심의 책임을 밝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질문의 책에서 답을 찾기를 바랬었다. 혼자 속으로 이 사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의심과 질문을 되뇌었던가? 그런데 나보다 더 진지하고 논리적으로 진중하게 오랫동안 고민해왔을 철학자에게서까지 질문만 듣고 싶지는 않았다. 철학책을 종종 읽었을 때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 재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나는 아무래도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될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법적인 것은 반드시 정당한가?
능력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가?
뛰어난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가?
내 것은 정말 나의 것인가?
부는 집중되어야 생산적인가?
경쟁은 효과적인 분배 방식인가?
연대는 언제 연고주의로 변질하는가?
정의는 이념 갈등에 중립적인가?
신뢰는 더는 사회적 덕성이 아닌가?
라는 아홉가지 질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왜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지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사실 이 아홉가지 질문은 질문이 아닌 명제로 명치를 찌르는 듯한 아홉가지 문장이기도 했다.
위의 아홉가지 질문을 바꿔말하면,
합벅적인 것이라고 반드시 정당하진 않고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뛰어난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날 수 없고
내 것은 정말 나의 것이 아니며
부는 집중되어야 생산적이지 않고
무한경쟁은 효과적인 분배방식이 아니며
연대는 쉽게 연고주의로 변질되어 집단주의화 되고
정의는 이념 갈등에 중립적이지 않아 왔으며
신뢰는 사회적 덕성이지만 현실은 너무나 저신뢰 사회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