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사회 - 공정이라는 허구를 깨는 9가지 질문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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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철학자 이진우 교수의 한국 사회 읽기

"공정을 간절히 외치는 사회는 불공정사회다"

'공정' 이라는 단어가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은 분명한데, '공정'이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꺼낼수조차 없던 시대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단어일텐데, 언제부턴가 사회문제를 말할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되었다. 그렇게 친숙해진 이 단어는 분명 불공정한 현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해주는 단어일텐데 우리사회의 어떤 모습이 불공정한 것일까? 이 책에서 철학자 이진우가 불공정한 사회에 대해 9개의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동일한 질문에 다른 대답, 그것은 우리가 시대적 한계를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대한 사상가도 시대의 자식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정치철할적 질문에 영원한 답은 없다. 영원한 질문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그것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질문이다. (p. 6)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이 책은 또다시 정치철학의 본질적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왜 우리 사회는 이래야만 하는가?' '불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정의는 과연 가능한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을 중심으로 지난 10년 동안 포스텍에서 수업한 내용을 기반으로 집필했다. (p. 8) -머리말 中-

저자의 이름은 니체의 책을 찾아 읽을때 알게 되었다. 한국니체학회 회장, 한국철학회 회장등을 역임한 저자의 책은 니체관련 책이 대다수이다. 니체의 책을 읽을때 저자가 니체전문 철학자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주전공이 정치철학이었구나... 니체와 현실 정치철학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기분인데;;; 여하튼 니체전문가인만큼 현실의 정치철학을 논하는 중에도 니체의 철학은 자주 등장한다.

불공정사회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논하는 대신에 '부정적 자유'처럼 정의를 제한하고 침해하는 사회적 조건에 초점을 맞추었다. (p. 13) 민주주의는 언제든지 퇴보할 수 있고, 문명은 언제나 야만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부정적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가는 비판적 의심이다. 공정은 허구이다. 그렇지만 우리를 정의로운 사회로 안내할 수 있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허구이다. 이러한 허구에 이끌린 이 책이 공정을 방해하는 요인들에 대한 비판적 여정의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 (p. 17) -서설 中-

의심하는 철학자라는 이진우 저자는 '공정은 허구' 이지만 '이 책이 공정을 방해하는 요인들에 대한 비판적 여정의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본론을 시작하지만 '30여년의 강단 생활을 마무리하며 쓴 책이 명료한 답을 제공하는 대신 여전히 질문과 의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나의 질문에 독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서기를 기대할 뿐이다. (p. 8)' 라고 시작부터 이 책은 '질문' 중심의 책임을 밝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질문의 책에서 답을 찾기를 바랬었다. 혼자 속으로 이 사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의심과 질문을 되뇌었던가? 그런데 나보다 더 진지하고 논리적으로 진중하게 오랫동안 고민해왔을 철학자에게서까지 질문만 듣고 싶지는 않았다. 철학책을 종종 읽었을 때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 재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나는 아무래도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될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법적인 것은 반드시 정당한가?

능력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가?

뛰어난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가?

내 것은 정말 나의 것인가?

부는 집중되어야 생산적인가?

경쟁은 효과적인 분배 방식인가?

연대는 언제 연고주의로 변질하는가?

정의는 이념 갈등에 중립적인가?

신뢰는 더는 사회적 덕성이 아닌가?

라는 아홉가지 질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왜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지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사실 이 아홉가지 질문은 질문이 아닌 명제로 명치를 찌르는 듯한 아홉가지 문장이기도 했다.

위의 아홉가지 질문을 바꿔말하면,

합벅적인 것이라고 반드시 정당하진 않고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뛰어난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날 수 없고

내 것은 정말 나의 것이 아니며

부는 집중되어야 생산적이지 않고

무한경쟁은 효과적인 분배방식이 아니며

연대는 쉽게 연고주의로 변질되어 집단주의화 되고

정의는 이념 갈등에 중립적이지 않아 왔으며

신뢰는 사회적 덕성이지만 현실은 너무나 저신뢰 사회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했다.

왜 우리 사회에는 공정의 논란이 유독 많은가? 공정이 제도화되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면, 공정에 대한 목소리는 크지 않을 것이다. 공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 우리 사회는 이토록 불공정한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불공정사회의 원인일 것이다. 그것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공정사회로 나아간다. (중략) 불공정 사회에서 공정사회로 나아가는 길은 이렇게 의심하고 질문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p. 282)

마이클 샌델의 <공정이라는 착각>을 읽으며 느꼈던 허무감이 차라리 나았던 것 같다. 꿈같은 이상이나마 그나마 답을 주었던 그 책이 갑자기 그리워 졌다. 저자는 아홉가지 질문으로 나누었지만 사실 본내용들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볼수 있었다. 돈이 능력이 되고 학벌이 그 능력을 공고히 해주는 사회에서 특권계층이 권력을 쥐고 있는 사회가 불공정한 사회라는 것은 아홉가지로 나눠서 현학적으로 질문하지 않아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지 않나. 그런 현실에서 공정에 대한 질문만 던지고 있는 것은 사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형국이다. 우리가 그동안 정말 질문하는 능력이 없었던가? 우리가 그동안 정말 아무 의심 없이 믿고 따라만 왔던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늘 의심했고 왜냐며 따져왔다. 그래서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변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불공정사회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보다는 답을 구해야 할 때가 아닐까. 어려운 질문을 쏟아놓고 독자에게 그 해답을 찾아보라는 책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철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오래 깊게 고민하여 답을 내놓는 철학자의 책을 읽고 싶다. 하지만 그 시작은 분명 질문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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