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카이사르'일 필요는 없었다. 저자의 말처럼 예수였어도 되고 그냥 특별하지 않은 흔하디흔한 동물이었어도 되었다. 다만 좀더 강렬한 호기심을 일으킬만한 '숨'쉬는 존재이면 되었다. 왜냐하면 공기없이는 십분도 못버티는 인간이 공기에 대해 생각해본적은 십분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오존파괴니 기후변화니 등등의 환경이야기는 일상에선 좀체 느껴지지 않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매일 호흡하는 '숨'에서 시작함으로써 주의를 환기시킨다. '숨' 즉 공기 이야기는 생각보다 흥미롭고 생각보다 친숙하며 생각보다 엄청난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한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의 의도는 성공적이다. ^^
총3부로 구성된 이 책은 각 부 마다 3개씩의 장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지구환경적 공기의 탄생부터 인류가 공기를 인식하고 이용하게 되는 과정을 지나 지구를 넘어선 우주적 공기이야기로 확장되는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과학정보와 과학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때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못다한 이야기' 의 에피소드와 책뒤의 <노트>코너에 모아진 자잘한 참고내용들을 통해 보충되면서 깊이있는 과학책임에도 그저 이야기처럼 술술 읽게 된다.
연대기적 역사책처럼 차근차근 시간순으로 설명되어지다 보니 읽기가 더 수월했는데 흥미로운 과학적 내용들도 인상깊었지만 나도 모르게 옆길로 빠지는 생각들도 개인적으론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예를들면, 지구의 초기 공기 생성 이야기를 하면서 화산 분화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54p의 미국 세인트헬렌스산의 분화 사진을 보면서 그 날짜가 1980년 5월18일인 것을 보고 그때 미국의 화산이 폭발하지 않았다면 한국사회에 벌어진 사건에 대한 영향력이 달라졌을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양차대전에서 독일이 그런 선택들을 하게 된 배경에 '비료' 문제가 있었던 것을 읽으며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역사에 대해 새로운 국면을 발견한 기분이 들기도 한 그런 생각들.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역사 이야기들을 새로 발견할 때가 가장 재미있긴 했다. 예를들어, 독가스 연구를 한 독일과학자 하버를 전범으로 봐야할지 질소의 핵심인 암모니아 추출법을 알아냄으로써 식량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수백만명의 생명을 기아에서 구해낸 과학자로 봐야할지라는 노벨에 대한 평가 못지 않게 어려운 딜레마, 그 유명한 과학자 라부아지에 가 프랑스 혁명때 단두대형을 당했다는 것, 자연발화에 대해 디킨스와 과학자들의 논쟁, 노벨이 여기저기 쫓겨다니며 연구를 해야 했던 시절의 사회적 분위기, 주기율표에 새로운 기둥을 추가한 과학자들의 도전 같은 에피소드들은 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게 읽혔다.
하지만 과학책이니만큼 새로운 과학정보들에 더 놀라워하며 읽게되긴 했다. 예를들면, 오늘날 대부분의 곤충이 작은 이유는 공기중의 산소농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던가, 마취제의 발견과정, 와트의 증기기관이 그의 사후 75년이 지날때까지 변하지 않은채 유지된 것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던 상황에 대한 과학적 상황 재연은 전해지는 이야기와 다르다는 것, 지구의 크기를 사과에 비교한다면 대기층은 사과 껍질보다도 훨씬 얇다는 사실 등등은 어려운 과학정보들 보다 재미난 깨알정보로 내게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사실 모든 과학책들의 결말은 지금 현실을 바탕으로 한 미래를 예상하는데 초점을 두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