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비밀을 가둔 상자, 진실로 향하는 잠긴 문

사라진 그녀보다 더 그녀다운 존재

당신에게 어울리는 완벽한 아내

퍼펙트 와이프 라는 제목부터 '완벽한 삶, 완벽한 사랑 그리고... 완벽한 거짓말 / 당신이 완벽하다고, 유일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그 남자를 조심하라' 등의 홍보문구를 봤을때 그냥 평범한?! 치정스릴러 소설이 아닐까 예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작품은 굉장히 현실적 SF 문제를 건드리는 최첨단서스펜스 소설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책장이 술술 아주 잘 넘어간다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이 책의 첫장에 인용된 문구를 다시 보라, 소름이 쫙 돋을 것이다.

피그말리온은 이 여자들의 행동을 보고 자신이 여성에 불어 넣은 많은 결함에 혐오를 느꼈고 잠자리를 함께할 아내 없이 오랫동안 독신으로 지냈다.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

인용구에서 예견되듯이 이 소설은 피그말리온 신화를 큰 뼈대로 한다. 고대신화에서 피그말리온이 자신의 조각상을 사랑하고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아프로디테여신이 조각상에 생명을 주어 진짜 사람이 되게 해주었다는 이 이야기는 남자의 절절한 로맨스로 윤색되기도 하고 학식있는 남자가 철모르는 소녀를 숙녀로 변화시킨다는 이야기로 각색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는데 현대에 와선 AI와 접목되다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안 느껴질 수가 없다.

[ 당신은 다시 그 꿈을 꾼다 (p. 9) ] 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어쩌면 누군가의 '꿈' 같은 이야기이다. 다만 그 꿈을 꾼 존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도 할수 있거나( 이 경우는 현실이 아닌 어떤 세계에서 인간 아닌 존재로 계속 꿈을 꾸는 판타지적인 경우이고) 영원히 반복 부활된다고도 볼 수 있는 (이 경우는 현실에서 같은 내용의 꿈을 계속 꾸는 실존적 존재가 있지만 그 존재가 계속 바뀐다는 현실적인 경우이다), 꿈일수도 있고 기억일수도 있는 묘한 문장이라는 것을, 첫페이지의 인용구 못지 않게 책을 다 읽고나서 더 진하게 남는 첫 문장이었다.

꿈에서 여자가 깨어나는 것 같은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에서 '여보, 내가 설명할 게 있어 (p. 12)' 까지만 보면 니콜 키드먼 주연의 '내가 잠들기 전에'라는 스릴러 영화가 갑자기 생각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문장에서 이 소설은 현실 스릴러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당신이 꾼 건 꿈이 아니야. 업로드였어 (p. 12)' 업로드! 최근 SF 소설에서 각광받는 뇌업로드라는 소재를 기본설정으로 한 것이다. SF소설에서 업로드는 굉장히 미래적 실존문제를 건드린다. 예를들면 당신은 죽기전 기억을 업로드 하고 싶은가? 내지는 신체가 없는 업로드된 데이터적 존재는 실존인가 아닌가 하는 식의 문제... 하지만 이 소설에서 업로드는 이미 벌어진 현실에서 다른 각도에서의 실존문제를 건드린다. 예를들면 뇌를 업로드한 인간의 관점이 아닌 기억을 업로드 당한 AI의 관점에서 '나'라는 정체성에 대해 아이러니에 빠진달까. 하지만 이 소설은 SF판타지가 아니다. 굉장히 현실적인 심리스릴러 소설이다.

그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당신은 악몽에 갇힌 채 충격으로 꼼짝도 할 수 없다. (p. 19)

그는 선지자였고 신동이었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애초에 그 회사에 발을 내디딘 이유였다. 개인용 컴퓨터하면 빌 게이츠, 스마트폰 하면 스티브 잡스, 전기차하면 일론 머스크가 떠오르듯 AI하면 팀 스콧이었다. (p. 25) 이런 분위기는 때때로 컬트 집단 같았다. 우리가 실리콘 밸리에서 괜히 '스콧봇'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우리의 임무를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야 괜찮지만 임무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었다. 우리의 지도자에게 단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틀릴 수는 없었다. (p. 27)

"당신은 항상 유일했어. 애비. 대체불가능한 존재. 완벽한 아내. 완벽한 엄마. 내 평생의 사랑. 모두가 하는 말이지만 난 진심이야. (p. 35)"

대부분의 소설은 '나'로 서술되는 1인칭이거나 '그/그녀'로 서술되는 3인칭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독특하게도 2인칭이다. '당신은 이런 생각이 든다, 당신은 그를 본다' 이런식으로 서술되는 시점이 생소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주인공에 대한 서술과 회사사람의 관찰에 의한 서술이 교차되면서 독특한 관찰자적 시점은 무척 자연스럽게 읽혀진다. 그래서 처음엔 서술자가 2인칭이라는 것도 몰랐다.하지만 읽을수록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나는 울었다' 도 아니도 '그녀는 웃었다' 도 아닌 '당신은 안다' 라는 식의 이 낯선 표현은 팀이 만들어낸 죽은 아내의 코봇(아내의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공감능력이 있으며 외모도 똑같은 AI로봇)을 독자에 따라 '나'로도 '그녀'로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었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독자의 고민지점을 달리 만들고 있었다.

애비의 모습으로 애비의 정신세계를 업로드당한채 깨어난 코봇 애비는 지금의 현실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애비의 기억들이 떠으르고 애비의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고 애비의 감정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었다. 팀은 괴팍하지만 천재적인 AI리더였고 애비와 결혼10년차 부부였다. 둘 사이에는 대니 라는 아들이 있었다. 대니는 5년전 핼러 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남편인 팀에 대해서 데이터상의 빈곳들이 너무 많았다. 뭔가 이상했다. 숨겨진 무언가가 분명 있었다. 데이터의 빈 곳들은 스스로 메꿔나가야 했다. AI 니까 가능했다. 어떤 생각으로 발전하고 느끼고 깨우치게 될지는 만든 사람도 알 수 없는 것이 AI 였다.

대니는 핼러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아동기 붕괴성 장애를 앓는다. 워낙 희귀한 증상이다 보니 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들은 사례를 보는 경우도 드물다. 도리어 그들은 네 살까지 잘 자라던 아이가 무시무시한 몇 주 사이에 갑자기 심각한 자폐증에 걸릴 리가 없다고 당신을 가르치려들 것이다. 온전한 문장으로 말하던 아이가 갑자기 퇴행해서 끽끽대는 소리와 신음 소리를 내며 텔레비전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대화의 짧은 파편들로 말을 할 리가 없다고, 갑자기 카펫에 오줌을 누고 변기 물을 마시려 할 리도 없다고, 난데없이 자기 머리를 잡아 뜯거나 피가 날 때까지 팔을 물어뜯을 리도 없다고. 아이가 죽으면 세상은 그걸 비극으로 여긴다. 부모는 슬퍼한다. 하지만 그 슬픔이 언젠가는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CDD는 아이를 빼앗아가는 동시에 그 자리에 이방인을 갖다놓는다. 당신 아이의 몸에 침을 흘리는, 망가진 좀비를 갖다놓는다. 어떤 의미에서 죽음보다 더 지독하다. 왜냐하면 당신은 이 아름다운 이방인을 계속 사랑하는 한편 당신이 잃어버린 그 사랑스러운 어린 사람을 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p. 36)

CDD라는 핼러 증후군 이라는 퇴행성 자폐증을 처음 알게 됐다. 정말 무시무시한 병이 아닐 수 없다. 대니와 애비의 아들은 그들의 결혼 5년차에 그 병을 판정받았다. 그리고 얼마 안돼서 애비가 실종되었고 그이후 5년만에 팀은 애비를 만들어냈다. 공감능력이 사라진 자폐증 아들과 공감능력을 가진 AI 엄마라는 대칭 또한 먹먹한 슬픔 못지 않은 '인간성' 이랄까 '인간만의 공감능력' 이랄까 하는 SF적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이런 실존적 문제에만 집중하진 않는다. 애비는 죽은 것이 아니라 '실종'된 거였다. 5년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을 그려야 할까? 당신은 뭔가를 창조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도 팀에게는 중요한 일인 것이 분명하니 애써 시도해보려 한다. (p. 51)

당신은 그녀가 당신이 아니라 애비라고 말하는 것에 주목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당신을 그것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매일 당신은 사랑에 빠지고 매일 마음을 다친다. (p. 59)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당신하고만 할 이야기가 있어요. (p. 77)"

애비는 예술가였다. 그림을 그리고 설치미술작품을 만들고 서핑을 즐겼다. 하지만 새로 태어난 애비는 예술적 욕망을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모성애는 진하게 느낀다. 사람들은 그녀를 애비로 인정하지 않는다. 애비는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그런데 갑자기 마이크가 찾아왔다. 팀의 동업자이자 유일한 친구인 마이크가 팀 몰래 애비를 만나러 왔다. 그가 말한다. "누구든 자기 기억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 게 좋죠. 이제까지 아무 문제도 느끼지 못하셨나요? (p. 82)" 우리의 기억은 늘 불완전하다. 같은 사건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그러한 사람의 기억을 업로드받고 그 사람의 사고체계를 전달받아 스스로 생각하는 AI의 기억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무엇을 믿어야 할까?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걸까? 마이크가 정말 경고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러니까 4년 전, 팀 스콧은 아내 애비게일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어요. (p. 112)"

실제로는 먹지 않으면서 남편에게는 항우울제를 먹는 척하는 여자. 병에 남은 알약을 세는 남편. 일에 집중하며 떨어져 지내는 생활. 이런 것들이 평범하고 건강한 결혼생활이었을까? (p. 125) "애비, 우린 행복했어. 아주 행복했어. 어쩌면 우리의 결혼이 평범하지는 않았겠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어떤 결혼이든 그렇지 않겠어? (p. 126)"

회사에서 팀은 그야말로 절대적인 존재다. 그의 막말과 비하를 견디면서 그의 아래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스콧봇이라 불리면서까지 남아있는 이유가 있었다. 팀이 말하는 비전은 프로그래머들에게 절대적 힘을 발휘했다. "내 비전은 지능적인 자율 로봇들이 요즘의 컴퓨터처럼 흔해지는 사회에요. 생각해봐요. 우리의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를. 질병과 기아, 생산과 디자인 문제를 모두 AI로 해결하는 세상을. 그게 우리가 겨냥하는 혁명입니다. 숍봇은 우리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게 해주죠. 그뿐인 겁니다. 그리고 그거 알아요? 이건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우리들 몇몇에게 이상주의는 그저 사정거리가 긴 현실주의일 뿐이니까.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이 개떡같은 상황이 필요한 거예요. 그러니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당신은 이 변화의 일부가 되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옆에서 구경하면서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나 하고 싶은 건가요?(p. 179)" 이상주의는 그저 사정거리가 긴 현실주의라는 것을 증명해낸 사람이 팀 스콧이었다. 업계에서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이상을 실현시켜줄 사람이 팀이라고 생각했다. 애비도 그의 연설에 반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적어도 결혼생활에서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용인 가능성이라는 문제가 있어요. 사람들은 자기 로봇이 감정을 가지는 걸 원치 않거든. 기계가 사람처럼 감정을 가진 존재라면, 동정심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인간처럼 대우해야 한다고 판단하거든. 그러면 AI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그 모든 주장이 사라져버리지. 밭을 쟁기질하고, 노동 현장에서 힘들 게 일해야 하는데 갑자기 사람과 차별성이 없어지잖아. 사실, 사람을 만드는 건 싸잖아요. 그렇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데 돈이 많이 들지. AI는 그 반대가 돼야 해요. 로봇에게 사람과 똑같은 권리, 똑같은 배려, 심지어 똑같은 보수를 주기 시작하면 경쟁력이 어디에 있지? (p. 221)"

애비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팀의 회사엔 위기가 닥친다. 언론에서는 공감능력을 가진 AI 의 존재적 필요성에 대해 위험을 경고하고 투자자들은 경제적 가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팀은 또한번 특유의 천재적 기지를 발휘한다. "빌어먹을 더 큰 그림을 봐야지. 잠시 로봇은 잊어봐. 로봇은 그냥 전달 매커니즘일 뿐이니까. 애비의 정신은 이제 순전히 디지털적인 것으로 존재하지. 그래서 이전이 가능해. 그 잠재력이 뭔지 모르겠어?" 그가 손짓으로 당신을 가리킨다. "그녀는 망할 장난감이 아니라고, 사실상, 불멸이야. (p. 227)" 팀은 투자자의 욕망을 건드린다. 역사속에서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욕망했던 그것을 건드린다. 바로 불멸. 필멸의 존재가 불멸을 원하는 순간 인간은 얼마나 어리석어지는지 그 수많은 역사를 알고도 인간의 욕망은 그 앞에서 눈을 뜨지 못한다. 여전히.

"왜 갈라테이아 증후군이라 불리죠?"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나왔어요.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의 이야기죠. 키프로스의 모든 여자들이 경박하고 천박하다며 거부한 사람이에요. 어느날 그는 너무나 아름답고 순수한 여인상을 조각했고 그 조각상을 자신도 모르게 사랑하게 됐어요. 그러자 조각상이 살아나서 그를 사랑했고요. 그는 그녀에게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지어줬어요. 그는 사람이 아니라 이상을 사랑했던 거겠죠. (p. 322)"

갈라테이아 증후군은 본질적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깊은 양면성의 발현이다. 어떤 남자들에게 '완벽한' 여성은 항상 그들의 어머니, 곧 그들이 필연적으로 성관계를 즐길 수 없는 여성이어야 한다. 이런 남성은 마음속으로 모든 여성을 성모 마리아와 창녀, 두 범주로 나눈다. 곧, 그들이 숭배할 수 있는 이상화된 '좋은' 여성이거나 성적 충동의 대상으로 이용하고 버리는, 경멸적인 상대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그런 남자들은 사랑하는 곳에서는 욕망할 수 없고 욕망하는 곳에서는 사랑할 수 없다. 이런 분열은 자녀가 태어난 뒤에는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그가 결혼한 여자는 더 이상 여자친구가 아니라 어머니이다. 그는 자신의 천한 욕망으로 그녀를 범하길 거부한다. (p. 335)

애비는 애비를 추적한다. 애비의 실종을 추적하면서 팀의 이면을 알게 되고 결혼생활의 문제점들을 공감하게 된다. 사랑하는 곳에서는 욕망할 수 없고 욕망하는 곳에서는 사랑할 수 없는 사람, 팀은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이상을 사랑했던 사람, 팀은 피그말리온이었다. 그리고 팀도 실종된 애비를 찾고 있었다. 애비는 실종된 것일까? 죽은 것일까?

흡족하게도 그녀보다 당신이 대니와 소통이 더 잘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신은 그게 당신이 대니의 엄마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하지 않는다. 당신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의 얼굴 표정은 인간보다 훨씬 덜 빈번하게, 더 좁은 범위에서 변한다. 당신의 시선은 흔들임이 없고, 다른 사람들처럼 까다로운 눈 맞춤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디랭귀지는 침묵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하다. 당신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한 꼬마기관차 토마스에 가장 가깝다. 젠장. 정말이지 당신은 이 가족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어이없게도. (p. 352)

애비인듯 애비아닌 애비같은 애비는 애비를 학습한다. 매번 사건이 폭탄처럼 터지는 상황에서도 애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려 노력한다. 학습되지 않고 훈련되지 않아도 유일하게 애비와 똑같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모성애'였다. 자연스러운 모성애라는 모성신화에 반감이 있는 나로서는 공감능력이 있는 AI에게조차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이 모성애라는 것에 대해 좀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내 그 불편함이 사라졌던 이유는 소설속 애비의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후기에서 작가의 아들이 자폐증이라는 것을 알고나니 그 진심이 더욱 애비의 감정에 몰입하게 해서 모성애신화는 뒤로미뤄놓을 수 있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진심이 담긴 허구는 늘 공감도를 배가시키기 마련이다.

애비를 추적하는 애비의 행로를 함께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소설이었다. 애비는 실종일까 아닐까, 팀은 살인자일까 아닐까 라는 스릴러적 여정부터 애비아닌 애비의 존재성, IT업계에서의 여성, 자폐증 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 인간다운 공감능력이란 무엇일까 등 휘몰아치는 물음표들이 소설의 여운을 길게 만들었다. 그 물음표들에 대한 답은 아마 읽는이마다 다르지 않을까? 그 답들이 모여 현실세상을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로 만들수 있는게 아닐까...!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의 능력이 정말 감탄스러웠다. 예상보다 정말 너무너무 멋진 작품이었다.

로봇의 성격을 창조하기 위해 로봇과 사용자의 상호작용을 위한 방법과 기술이 제공된다. 로봇은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를테면... 세상을 떠난 사람이나 유명 인사)의 성격을 갖도록 프로그래밍될 수 있다.

- 미국 특허 No. 8996429 로봇 개성 개발을 위한 방법과 시스템. 2015년 구글에 승인. (p.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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