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운동은 기존 운동을 비판하는 데에서 발전한다. 결점은 우리를 이루는 일부다. 우리는 확신에 찬 사람들끼리 모인 돌 무더기가 아니다. 인간의 삶이란 분명하지도 확고하지도 정해져있지도 않다. 다양한 목소리와 작은 다짐을 이어 붙인 조각보, 허하다고 실한 곳으로 튀는게 아니라 그 허한 곳 한가운데, 텅 빈 그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 허한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낸다. 그래도 허하긴 허하다. (p. 78)
인간의 본성 중에서 좋은 게 하나 있다. 뭔가를 '잘 못하는 능력'이다. 잘할 수 있는데도, 잘 못하는 능력, 가장 빠른 길을 알면서도 골목길을 돌아돌아 유유자적하는 능력. (중략)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능력을 덜 발휘하지 않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새들은 최선을 다해 울고, 고양이는 있는 힘껏 쥐를 잡는다. 너나없이 최선을 다하는 사회는 야수사회다. (p.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