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생물 콘서트 - 바다 깊은 곳에서 펄떡이는 생명의 노래를 듣다
프라우케 바구쉐 지음, 배진아 옮김, 김종성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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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깊은 곳에서 펄떡이는 생명의 노래를 듣다]

플랑크톤부터 대왕고래까지,

바닷속 생물들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생명의 하모니

이 책의 독일어 원제를 번역기에 돌려보면 '바다가 빛나는 이유, 물고기가 노래하는 소리, 바다와 우리의 관계가 특별한 이유 - 신비한 세계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 이라는 긴 제목이 풀이된다. 이렇게 긴 제목을 선택한 저자의 의도는 아마도 '바다'에 대해 그만큼 넘치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는 것이 아닐까.

나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탈라소필thalassophile(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탈라소필'이란 바다를 사랑하고 해안가나 바다에서 사는 것을 선호하지만, 전적으로 거기에만 매달리지 않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p. 11) 나는 이 책을 통해 나를 매료시킨 바다의 매력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미지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여행에 여러분들을 데려가고 싶다. (중략)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바다에 대한 사랑을-그리고 그와 더불어 이 유일무이한 세계를 보호하려는 소망을-여러분들의 마음속에서도 일깨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p. 15) -서문 中-

역사책을 읽다보면 지도가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다. 역사를 읽다보면 지도를 봄으로써 한방에 이해되는 장면들이 있다. 그렇게 이미지들은 때론 수천자의 글보다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뭔가가 있곤 한다. 그림책도 아닌 (분류하자면 과학으로 분류될) 책을 읽으며 이토록 사진이든 그림이든 이미지가 절실하게 보고팠던 책이 또 있었나 싶다. 저자가 알려주는 바다속 생명체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놀랍고 신기해서, 평소 바다를 그리 애정하지 않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무나도 보고싶게 만들고 만다. 아주 미세한 플랑크톤부터 거대한 고래까지, 부유하는 유기체부터 심해의 반짝임까지.

플랑크톤이라는 이 단어는 '이리저리 떠다니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 고대 그리스오 '플랑크토스planktos'에서 유래했다. 플랑크톤은 물속에 살면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식물성 혹은 동물성유기체 전체를 지칭한다. (p. 22) 숨을 내쉬고 들이쉴 때마다 당신은 바다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왜냐하면 지구 전체 산소의 절반 이상을 식물성플랑크톤-크기가 0.0001밀리미터에서 1밀리미터에 이르는 극도로 작은 식물성 유기체-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식물성 플랑크톤은 '바다의 초록색 폐'로 불리기도 한다. (p. 27)

눈에 보이지도 않는 플랑크톤은 알면알수록 신기하고 위대한 존재이다. 다른 책에서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삼림이 사실 따지고 보면 '지구의 허파'가 아니라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비교된 것이 바로 바다에 부유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었다. 바다는 그저 수영을 하고 물고기를 잡는 곳이 아니다. 바다는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우리는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 '200년 전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인간들이 화석연료를 대랴응로 연소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급속도로 상승하였고, 그때부터 바다는 인간이 만들어낸 이산화탄소 중 대략 4분의 1을 수용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는 바다의 수용력과 그것을 변화시키는 능력은 무한하지 않다. (p. 29)' 관용어처럼 쓰이는 '바다는 생명의 어머니'라는 표현은 태아에게 젖을 주는 존재라는 직접적인 의미뿐만이 아니라 '숨'을 불어넣어주는 태초의 단계부터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중요성은 '숨' 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클로 가설'에 따르면, 식물성 플랑크톤은 지구의 온도조절 장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구름을 만들어냄으로써 공기 온도와 바닷물 온도가 효과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중략) 이 가설은 2011년 바르셀로나 해양학 연구소가 남태평양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사실로 입증되었다. (p. 35)

안타깝게도 '해조류가 만들어낸 구름만으로는 전 세계적인 기후 온난화를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 양에 비해 구름을 통한 태양광선 차단 효과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p. 35)' 식물성 플랑크톤의 어마어마한 역할도 놀랍지만 동물성 플랑크톤도 못지 않다. 동물성 플랑크톤이 수직운동을 함으로써 '바다의 믹서 같은 기능을 수행'(p. 40) 한다는 내용까지 읽고 나면 푸른바다는 그야말로 신비의 세계로 탈바꿈하여 다가오게 된다. 이제 이 '신비의 세계'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놀란입을 다물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호주 퀸즈랜드 해안에 2300킬로미터 길이로 펼쳐진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거의 3000개에 이르는 개별 암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주 공간에서도 보일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p. 57)

'극도로 작은 동물들, 즉 산호-폴립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가장 거대한 살아있는 구조물(p. 57)' 이 우주 공간에서도 보인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 산호초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의 이야기들도 그에 못지않게 놀랍다. 무엇보다도 '널리 통용되는 생각과는 달리 물고기들은 과묵함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p. 76)' 며 물고기들의 노랫소리 혹은 울부짖음 소리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들은 무척 신선했다.

산호초에 사는 생명체 라고 하면 <니모를 찾아서>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해진 흰동가리 물고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이야기를 생물학적으로 정확하게 들려준다면, 분명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자체검열 마크를 부착해야 하거나 아니면 아예 대중들 앞에 공개할 수 없을 것이다. (p. 87)' 라는 내용을 읽을 땐 그야말로 빵 터졌다. 음... 이 영화가 생물학적으로 정확하게 묘사되었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상영금지 되지 않았을까 ㅎㅎㅎ 여하튼, '지금까지 물고기들에게는 수많은 다양한 종류의 성이 있다는 것과 그것이 어떤 종류의 성이건 다른 종류와 꼭 마찬가지로 '정상'이라는 점을 알아보았다. (p. 89)' 라는 저자의 마무리는 성에 해한 편협성이 유독 인간에게만 강화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잠시 멈추어 생각하게 만들었다.

바닷속에도 '클리닝 스테이션'이라는 병원 역할의 장소가 있고, 물고기들도 즐거움과 고통을 느끼는 등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해조류를 재배하는 농부물고기들도 있는 등 바닷속은 그야말로 바쁘디바쁜 삶의 터전이었다. '고요한 바다'라는 이미지는 인간의 착각이다. 사실 이러한 '착각'은 플랑크톤 이야기부터 깨지긴 했다.

바닷물 속에 들어 있는 이 이온들의 성분비는 94:2:2:100으로 인간의 혈액과 거의 동일하다. 노이만의 주장에 따르자면, 이것이 바로 우리 인간들이 바다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라고 한다. 이 이론을 믿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어쨌거나 나는 그 이론이 매우 흥미롭고 그럴싸한 것 같다. (p. 150)

매우 흥미롭고 그럴싸한 이야기들은 바닷물의 이온성분비와 인간 혈액의 이온성분비가 같다는 이론 뿐만이 아니다. 해류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 같은 지구적 차원의 이야기부터, '용연향' 이라는 값비싼 향수 원료가 향유고래의 배설물 이라는 풍자적 이야기와, 해마다 모기와 개에 물려 죽는 사람들의 숫자가 이른바 바다의 악한(상어)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다는 (죠스라는 영화로 인해 왜곡된 상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이야기등등 저자는 바다에 대한 과학적 정보들을 다양한 생명체들을 통해 풍요롭게 풀어낸다. 하지만 저자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신비롭고 풍성한 바다를 인간이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이다.

심해에서는 모든 과정이 아주, 아주 긴 세월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파괴된 것이 다시 복구되는 데 설령 수백 년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저어도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p. 217)

인간은 생각보다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특히 '심해'에 대해서는 밝혀낸 것이 거의 없다. 그런데 자원에 한눈 팔려서 어두운 심해에 그보다 더 어두운 탐욕의 손을 뻗치고 있다. 그 후폭풍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채 섣불리 손을 대는 것은 자칫 자멸의 길이 될 수도 있음을 저자는 경고한다. '그처럼 폭력적인 방식으로 심해에 개입하기에 앞서서 먼저 심해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태계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아야만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런 심각한 자연 개입 행위가 우리에게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p. 246)' 메세지가 분명한 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내 의미만 강요한다면 책을 읽는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저자는 완급 조절을 하듯 심각한 내용을 이야기하다가도 눈길을 확 끄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내곤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파트는 아마도 '제5장 섹스와 바다'가 아니었을까. ㅎ

제 아무리 풍성하고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해달 수컷은 명백하게 지구상에서 가장 역겨운 동물이다! (p. 253)

아델리펭귄의 가장 어두운 비밀이 밝혀진 것은 20세기 초 조류학자 조지 머레이 레빅에 의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관찰한 내용에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그 내용의 일부를 고대 그리스어로 작성하였다. 이는 그 기록이 부적절한 사람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그는 고대 그리스어에 능통한 소수의 영국 상류층 지식인 남성들만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하겠노라고 마음먹었다. (p. 256)

귀여운 외모의 해달이나 펭귄의 성폭력 이야기처럼 섬뜩한 것도 있지만 '2008년 63세의 한 한국 여성이 몸소 체감한 것처럼 매우 효과적이다. (p. 266)' 라는 오징어 생식의 에피소드 처럼 키득거리며 읽게되는 이야기도 있었고 몇년을 먹지도 움직이지도 않은채 알을 지키는 문어 처럼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는 정말 바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바다는 거칠고, 너무나 아릅답고, 결코 길들여지지 않고, 끝없이 무한하게 펼쳐져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첫인상은 착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바다는 지금 현재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열대 산호초에서부터 남극해와 북극해에 이르기까지, 표해수층에서부터 심해 해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플랑크톤부터 고래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전부터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며 운행되었던 모든 해양생태계가 수십 년 전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우리들, 인간 때문이다. (p. 281)

이 책의 마지막장에서 서술되는 바다오염이야기는 읽을수록 마음 아팠다. 앞서 진기한 바닷속 생명체 이야기들을 읽어서 그런지 바다에 대해 한껏 치솟은 애정때문에 더욱 진하고 깊게 다가오는 내용들이었다. 그럴수록 더더욱 저자의 이야기들에 한번 눈길을 주고 한번더 귀기울이고 한번더 공감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야 다음 세대에게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바다를 남겨줄 수 있을 테니까.

우리는 우리의 삶이 바다에 달려 있다는 마음으로 바다를 존중하고 성심성의껏 보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바다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p.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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