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한다 고로 존재한다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1
이동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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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만 더! 게임 좀 하고 싶다는 십대

이제 그만!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부모님

게임은 정말로 쓸모없을까?

게임하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문제를 다룬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청소년들에게 부모대신 충고해주는 책이길 바랐었나 보다. 청소년문학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저런 청소년책들을 읽어오며 대부분의 청소년용책들이 어른으로서도 공감갈 만한 내용의 책들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청소년책이지만 청소년보다 어른이 더 좋아할만한 그런 청소년책들을 나도 모르게 선호했던 것일까... 완전 청소년입장인 청소년책을 읽으며 어른인 내가 어떤 입장을 가져야할지 난감해지면서 선뜻 저자의 말에 공감을 표해줄 수 없었다. 그런면에서보면 이 책은 진정 청소년인문서라 할 만하다. 청소년을 위한 게임 인문학 수업!

수많은 게임에서 얻은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항상 게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옹호했습니다. 그랬기에 제 아들에게도 당당히 게임을 소개할 수 있었고 함께 즐기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처음으로 피시방에 데리고 간 사람도 저였습니다. 아들도 저처럼 게임을 통해서 삶의 단면을 발견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게임을 미학적으로 바라봐 주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학업에 매진해야 하는 시기를 맞은 아이가 게임에 빠져있자 결국 제 입에서도 "이제 그만!"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집에 있던 게임기들을 정리해 창고에 집어넣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게임 영상을 보는 아이를 다그치기도 했습니다. 이제 게임은 아이의 공부 시간을 갉아먹고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나쁜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p. 5 -들어가며 中-)

저자는 문화 콘텐츠의 스토리텔링 연구자이자 기획자이고 해당학과의 교수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게임관련 문화 콘텐츠를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연구하는 학문이 나쁜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는 아마도 없을터, 저자또한 게임의 부정적 측면을 줄이기위해 늘 고민해온 사람이기에 이러한 책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서문부터 저자가 말하듯이 학업이 중요한 시기의 아이를 둔 부모입장이 되면 그러한 이성적 판단은 쉽게 내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부디 이 책을 읽으며 게임의 노예가 아니라, 게임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p. 9)' 라면서 청소년들에게 게임에 대해 알아두면 좋고 생각해보면 더 좋을 내용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다. 게임을 게임으로서만 볼 것이 아니라 성찰의 한 수단으로 볼 수 있음을 청소년들에게 알려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 부터 출발하여 게임의 역사와 세계관 그리고 영향력에 대해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지점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게임이란 무엇이고 게임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으며 게임의 원리가 무엇이기에 그토록 빠져들게 되는 것인지 등등등...

게임에는 정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려와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습니다. (p. 160)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스스로 내려오는 길을 찾아야만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게임을 즐기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해야 할 일을 잊은 채 주객이 전도되어 게임에서의 몰입만 즐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p. 161) 게임을 통한 몰입의 즐거움을 의도적으로 끊어 내는 것 또한 여러분의 또 다른 임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p. 162) 그래서 우리는 게임 자체보다는 플레이어가 문제적이라는 사실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플레이어는 페르소나와 퍼슨을 구분할 줄 알고 페르소나의 지식을 퍼슨에게 적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중략) 단순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p. 169)

게임중독이 아닌걸 알면서도 게임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자녀를 보면 게임중독자라고 소리지르게 된다. 하지만 잔소리하는 부모도 사실은 자녀가 행복하게 게임도 하고 열심히 공부도 하는 것을 바란다. 둘다를 함께할 수 있는 방법만 안다면 자녀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이 책이 그런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은 '전교 1등도 던전에 갑니다. (표지문구)' 라며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게임의 본질과 누구나 빠져드는 게임의 성질들을 학문적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게임하지 말라는 부모에게 항변할때 써먹을 만한 내용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음에도 나는 그런 자녀에게 훈계할만한 내용을 찾기 바빴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말고는 없었다. 그렇기에 저자는 청소년 스스로 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게임에 대해 좀더 인문학적 생각을 해볼 수 있게끔 유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그런 성찰적 생각을 스스로 하고 게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청소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서 잘 살아가야 하는 주체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주체도 여러분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아직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기존의 지식과 사고 체계만으로는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될 수 없어요. 다가올 세상은 새로운 가치관으로 멀리 내다보아야 합니다. (p. 212) 그러기 위해서 미래 세계의 기반이 되는 게임 세계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통찰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게임을 단순한 유희적 활동이 아니라 미래의 삶이 펼쳐질 세계로 바라보는 작은 한 걸음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p. 213)

나또한 청소년들이 '게임을 단순한 유희적 활동이 아니라 미래의 삶이 펼쳐질 세계로' 바라보고 '게임세계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통찰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정말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전교 1등도 던전에 간다고 해서 던전에 가는 모든 이가 전교 1등과 같지 않음을 우리는 누구나 안다. 학업에 치인 청소년들이라면 더욱 그러한 현실을 절절히 안다. 게임의 쓸모있음없음을 논하는 것도 본인의 자아가 확고할때 가능하다. 게임에 빠지고 게임으로 회피하고 게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 그 어떤 말보다 조용히 기대고 쉴 수 있는 어른의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러든저러든 각자의 삶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나는 현재를 살지만 지금의 청소년들은 미래를 살게 될 세대이다. 그 미래를 좀더 진심으로 생각하며 게임도 즐기길 바라고 바라며 지켜보고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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