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안아준다는 것 - 말 못 하고 혼자 감당해야 할 때 힘이 되는 그림책 심리상담
김영아 지음, 달콩(서은숙) 그림 / 마음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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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하고 혼자 감당해야 할 때 힘이 되는 그림책 심리상담

시도 때도 없이 울컥하고 감정 조절이 힘들어서

그림책 심리상담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독서치유상담사이자 치유심리학자이다. 그림책 심리성장 연구소를 운영하고 한겨레교육에서 독서 및 그림책 심리 지도사를 양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그러한 저자의 심리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다.

여기까지 보면 그닥 특별할 건 없어 보이는 책일 수도 있다. 언제부턴가 심리상담 책들이 많아졌고 하나의 방법적으로 책이 소개되는 경우도 많았고 어른을 위한 그림책 소개를 하는 책들도 종종 있었고 무엇보다 심리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들은 끊임없이 나왔고 나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특별함' 이라는 것은 사실 굉장히 개인적인 감상이기에 누군가의 글이 내게 '특별해지는 순간'은 그 책이 전해주는 '진정성'에 힘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저자의 진심이 담백하게 전달되는 책이었다.

이 책은 '나'를 만나기 위해 떠났던 상담 여행의 기록이다. (p. 7) 사실 그들의 마음을 아무 조건 없이 실질적으로 안아준 것은 심리 상담도 상담이지만 그림책 역할이 더 컸다. 나는 독서치유상담사다. 그러다 보니 상담하면서 내담자의 상황에 맞는 책을 소개해 주는데, 특히 그림책을 적극적으로 권해준다. 내담자의 마음을 그림책을 통해 스스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p. 8) 이 책은 그들의 그림책 상담 이야기를 들려준다. (p. 9)

심리상담의 치유방법 중 하나로 책을 권해주는 것을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소설 한권 오롯이 읽어내는 것도 버거워하는 이들이 많아져서 일까 뒤늦게 깨닫는 그림책의 따듯함이 더 위로가 되기 때문일까, 마음에 위로가 되는 책들의 글밥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림책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그림보다 글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나의 조언은 말하자면 '긍정적인 착각'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아픔을 말하는 내담자에게 상담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아픔에 동행해 주면서, 내담자가 자기 아픔에 치어 미처 보지 못하고 생각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말해주는 것이다. 사랑이든 무엇이든 최종 선택은 어차피 자신의 몫이고, 자신이 하게 되어 있다. (p. 27)

미국의 그림작가 로런 밀즈의 <누더기 외투를 입은 아이>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읽은 젊은 엄마는 자신의 초라한 과거를 더이상 초라하지 않은 추억으로 생각할 수 있었고, 윤지회 작가의 <방긋 아기씨> 라는 그림책은 '주고받은 것의 크기는 준 사람이 아니라 받은 사람에게서 결정된다. (p. 40)' 라는 어쩌면 당연할 수 있는 내담자의 억울함을 안아주었다. 영국의 작가 올리버 제퍼스의 <마음이 아플까 봐> 라는 그림책은 '감정은 자신의 의식과 별개로 또 하나의 인격을 갖추고 있다. (p. 61)' 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 살면서 놓아버린 감정들을 늦게나마 차근차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삶, 무엇인가를 위해 꼬박 밤을 새우는 시간이 한 번도 없는 삶, 성취하고 싶은 자기만의 목표가 없는 생활은 죽은 삶이다. 허무는 별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허무다. (중략) 단 한 번도 무엇을 적극적으로 욕망하거나 신념을 세워 본 일이 없다. 자아실현의 욕망이 없는 삶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되면 산다는 일이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가 비슷한 날들의 반복일 뿐이다. 그런 사람이 죽음을 생각해 본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죽은 듯이 사는 거나 그냥 죽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p. 76)

어릴적부터 자신의 성향을 멸시당하며 좌절감 속에 성장해 온 내담자에게 저자는 캐나다 작가 가브리엘 루아의 <내 생애 아이들> 소설과 서아프리카 가나 작가 제임스 에그레이의 <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 그림책을 권해 주었다. 또 차재혁 작가의 <이 선이 필요할까?> 도 추천했다. 그리고 내담자는 가슴으로 그 책들을 읽었다. 의존증이 심한 젊은이에게는 불가리아의 그림작가 마리아 굴레메토바가 쓴 <울타리 너머> 를 권해 주었다. '실패의 경험이 살마을 좌절시키는게 아니다. (p. 100)' 라며 자발적인 의지로 도전해 보는 것의 가치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 번도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병원에 입원하면 육체의 고통보다 먼저 심리적으로 당황한다. 작은 병에도 마음이 먼저 크게 놀란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아파본 적이 없어 타인의 아픔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p. 108)'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이 단 한번의 실패에 너무나 크게 흔들렸을 때 저자는 유설화 작가의 <슈퍼거북> 그림책을 권했다. 미국의 그림작가 코리나 루이켄이 쓴 <아름다운 실수> 그림책도 함께 권했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며.

감정 상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상처! 그 앞에서 도망쳐 버린다면 우리는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p. 129)

노르웨이의 그림작가 그로 딜레가 쓴 <앵그리 맨> 그림책은 내담자의 어린 시절 상처와 대면하게 해줌으로써 읽어내기 어려운 그림책 일수도 있었다. 제시 밀러가 쓰고 바버라 바커스가 그린 <청바지를 입은 수탉>으로 자존감을 깨닫고 미국의 그림작가 피터 레이놀즈가 쓴 <점> 그림책에서 만날 수 있는 따듯한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응원해 주기도 했다. 그 따듯한 사람이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얼굴만 알던 지인이 될 수도 있고 심리상담가일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연대감의 힘이다. '우리네 삶의 저 무성한 상처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우리를 지켜내는 연민과 공감의 힘을 믿을 수 있었다. (p. 159)'

대부분의 불안과 그로 인해 일어날 일에 대한 공포는 과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의 뇌가 부정적 경험을 데이터화하기 때문이다. 뇌의 부정적 경향성 때문에 과잉불안을 야기하고, 또 이것은 예측에 있어 과잉평가를 하게 해서 우리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p. 168)

정상적 불안과 병적인 불안을 구분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불안증은 너무나 익숙한 감정이 되어버린 듯 하다. 이탈리아의 그림작가 프란체스카 산나가 쓴 <쿵쿵이와 나> 그림책은 불안을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동화작가 조수경이 그리고 쓴 <마음샘>은 불안을 '창조력과 상상력을 높여주고, 끊임없이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p. 177)' 하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전해주려 한다. 호주의 그림작가 헨리 블랙 쇼가 쓰고 그린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 라는 그림책 처럼 '내면 아이'의 존재는 언젠가부터 누구에게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 김희연 작가가 쓰고 그린 <내 친구 무무> 그림책에서 볼 수 있듯 소통이 중요하다. 다만 그 시작이 누구인가에 너무 치중하지 말것을 저자는 권한다. '상대가 바뀌어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상대가 바뀌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건 상대에게 의존하는 일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상대에게 맡긴 채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다. 내가 바뀐다는 건, 상대는 놀고 있는데 나만 일하는 그런 게 아니다. 해결의 열쇠를 내가 쥐고, 내가 주도한다는 의미다. (p. 208)' 새삼스럽지만 당연하게도 '지금 여기' 가 중요하다. 조미자 작가의 <불안> 그림책이 보여주듯이 과거의 나를 중심에 두지 말고 지금여기의 나를 중심에 두고 맞대면 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무기력이든 무엇이든 현재의 문제에서 벗어나는 길은 잠시만이라도 그것을 생판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 있을, 그때 찾아진다. 그러면 사람들이 달리 보인다. (p. 246)

저자는 전소영 작가의 <적당한 거리> 그림책 문구들이 가슴에 임팩트 있게 꽂힌다고 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이기도 한 올가 토카르축의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 에서도 이 '적당한 거리'의 중요성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가족과의 거리감이 너무 지나쳤던 것이 상처가 된 내담자에게는 영국 작가 믹 잰슨이 쓰고 존 브레들 리가 그린 <우리가 잠든 사이에> 그림책이 더 임팩트 있을 수 있다. 미국의 동화 작가 모 월렘스의 <때문에> 그림책도 '연결' 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거리감와 연결의 적절한 조화가 사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단번에 끊을 수는 없다. 조금씩 성장해 가며 상처를 고치고 싸매는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 그러한 시간의 대가를 지급할 때 치유의 기적은 온다. (p. 274)' 라는 메시지를 나는 믿고 싶다. 나도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기에...

저자는 고정순 작가가 쓴 <가드를 올리고> 그림책을 한동안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강한 역동이 올라와서였다고... 이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저자의 이야기이다. 세상에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다만 그 상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삶은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어내곤 한다. '여전히 상처로 가슴 먹먹한 채 울고는 있지만 여전히 남들처럼 성큼성큼 가지 못하고 기어서 가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나'로 있지 않은가. 그리고 여전히 넘어져서도 그대로 널브러져 있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나를 보았다. 끝없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내 안의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기어이 잠재우고 지금-여기에서 내 나름 설 수 있었던 것을 나는 감히 '기적' 이라고 말한다. 그 기적은 어떻게 왔을까? (p. 278)'

기적이 왔다면 그건 누구의 선물도 아니다.

바로 내가 만든 것이다. (p.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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