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인문학 - 동물은 인간과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이강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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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인간과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인류의 역사를 바꾼 동물 이야기

인간의 역사와 인문학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최근엔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에도 관심이 가고 있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인류 문명 발달사에서 동물이 빠져 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니지 좀더 분명하게 말하자면 동물에서 인간만 따로 떨어져 나와 보려 했으나 인간은 결국 동물에 범주에 들어가는 것을 감춰왔다고 해야 하려나.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인간이 더 커다란 범주 이고 그 안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생겼다고 해야 하려나. 여하튼, 그렇게 인간의 역사 속 조연이든 배경이든 등장했던 동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이 책이었다.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동물의 왕국> 에서는 소, 사자, 호랑이, 표범의 생존에 대해 <2부 동물과 인간이 만든 역사> 에서는 개, 고양이, 소 등이 역사에 등장했던 장면들을 소개한다. <3부 중국사를 만든 동물 이야기> 와 <4부 세계사를 만든 동물 이야기> 에서는 인간의 역사에 동물을 연결하여 의미적으로 풀어낸다. 예를 들어 중국사에서는 돼지고기가 중요하다던가 세계사에서는 인간의 사냥욕망으로 변화된 생태계 라던가 등등

농업경제학자들은 우경의 시작과 보급을 농업 혁신의 변곡점으로 보기도 한다. 한국 고대사에서 이런 일을 한 왕은 신라의 지증왕(재위 500~514)이다. (p. 16)

수사자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무리를 떠나야 하는 운명이고, 암사자는 평생 자신이 태어난 무리를 떠나지 않는다. (p. 38)

호랑이의 아종 중 체구가 가장 큰 것은 시베리아호랑이다. '시베리아 호랑이'라는 명칭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아무르호랑이라고 칭하는 것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팩트 체크를 해보면 시베리아호랑이의 서식지는 시베리아가 아닌 아무르다. 아무르는 아무르강 인근을 뜻하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 지역을 포괄한다. (p. 43)

[삼국지]-위지>동이전은 동예의 특산품을 몇 가지 소개한다. 탄력이 좋아 사정거리가 긴 단궁, 작은 체구의 말인 과하마, 표범 가죽인 문표가 그것이다. (p. 57) 100년 까지만 해도 산에서 표범과 조우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한반도의 많은 야생동물을 해로운 동물, 즉 해수로 규정하고 학살했다. (p. 61)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다보니 역사 속에서 동물들과 관련된 내용을 읽는 것은 무척 흥미로웠다. '추운 지역의 항온동물은 그렇지 않은 곳의 동종보다 체구가 크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p. 45)' 는 '베르그만의 법칙'으로 시베리아호랑이의 커다란 체구를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며 그래서 네안데르탈인이나 북유럽 게르만족들의 체구가 컸던 것일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지증왕이 우경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동예에 그렇게나 표범이 많았다니 게다가 일제강점기때만해도 표범이 그렇게 많았다니 놀라워 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였다. 1부에서 다룬 서너종의 친근한 동물들 이야기는 더 다양한 종으로 확대되지 않고 곧 마무리 되었으며 2부부터 등장하는 역사속 동물 이야기는 그닥 새로울 것이 없었다.

대항해시대를 가능케 한 이유 중 하나가 배에 고양이를 태웠기 때문이라던가 개가 목축업에 이용되면서 인간이 고기를 자급자족 풍요롭게 먹게 되었다던가 하는 개와 고양이는 이미 너무 많이 알려지고 익숙해진 이야기들이었다. 사향소와 라쿤의 냄새는 강렬하지 않았고 호랑이와 사자의 대결은 서식지가 달라서 맞붙을 가능성이 없다로 어이없이 정리될 뿐이며 다른 동물들 몇몇은 핵심적이지 못했다. 중국사에서의 판다와 돼지 이야기는 동물 이야기 보다도 무역과 음식이라는 중국사 자체의 이야깃거리였고 '세계사를 만든 동물 이야기' 라기엔 세계사 속 동물들이 너무 엑스트라였다. 뒷부분에 가서는 멸종과 생태계 변화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드러냈지만 모피와 먹기위한 소 그리고 사냥하기 위한 맷돼지 는 생태계 문제를 심각하게 와닿게 하진 못했다.

이 책에 실린 글 대부분은 [신동아]에 연재한 글을 정리하고 다듬은 것이라고 한다. 연재됐던 글을 모은 책이 대개 그러하듯이 이 책의 글들도 중복이 잦은 편이었다. 글 마다 하나하나로서의 완전함은 있었으나 그런 글들이 모아진 것을 책으로 읽다보면 읽은 것을 또 읽는 기분이 들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한 잦은 중복은 등장하는 동물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었기에 더욱 아쉬운 부분이었다. 동물과 역사를 연결한 인문학적 동물이야기를 기대하고 읽었지만 인문학이라는 제목을 붙이기엔 다소 제목에 대한 욕심이 과하지 않았나 싶다. 과한 포장을 걷어내고 그냥 읽으면 가볍고 재밌게 읽혀지는 동물관련 에피소드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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