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학을 좋아한다. 수학은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푸는 방법만 알면 정답을 얻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생각이 많은 날에는 일부러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한다. 반대로 국어는 싫어한다. 국어는 내가 모르는 것투성이다. 작가의 의도나 주인공의 심리 같은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내가 그들이 아닌 이상 모르는 게 당연하다. 어떨 때는 내 마음도 잘 모르겠는데 남의 마음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p. 37)
오늘은 하루 종일 수업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리 수학 문제를 풀어도 잡념이 사라지지 않았다. 범인이 잡혔는지 궁금해 휴대폰으로 기사를 검색해 보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경찰은 어제 살해당한 여자를 사고사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여자를 죽인 살인범이 있다는 사실은 아예 모를 것이다. 살인범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를 것이다. 이제 나를 지켜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p.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