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회사 오신 날 - 사무실에서 따라 하면 성과가 오르는 부처의 말씀들
댄 지그몬드 지음, 최영열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직장생활이 어려운 당신을 위한 부처의 처방전

일도 챙기고 마음도 챙기는 오늘의 말씀

책날개에 쓰여있는 저자 이력이 신선하다. '작가이자 데이터 과학자면서 선승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굴지의 미국기업에서 일하면서 수도하는 선승이라니... 파란눈의 스님이 연상되었다.

하지만 저자의 글은 첫장부터 스님같은 인상을 싹 지워버린다. 통통 튀고 재치있으며 실용적이다.

부처는 평생 단 하루도 일하지 않았다. 약2500년 전 고대 인도에서 태어나 응석받이 왕자로 자란 싯다르타는 부유한 삶을 버린 채 떠돌이 수도승이 되었고, 존경받는 영적 스승으로 일생을 마쳤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을 통틀어 단 한 번도 급여를 받고 일한 적은 없었다. (p. 6)

서문의 첫 문장부터 웃음이 나왔다. 이런식으로 부처를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부처를 결코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부처의 말씀을 회사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므로.

큰 깨달음을 얻고 말 그대로 부처가 된 싯다르타는 깨달음의 여덟 가지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올바른 생계'를 꼽았다. 부처는 일의 중요성과 더불어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p. 8) 부처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온전히 수도자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평범한 사람들이 올바르게 일할 수 있게 돕는 것이야말로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일이 아닌, 진정으로 깨어나도록 하는 필수 요소로서의 일.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다. (p. 9)

부처의 가르침이라고 하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수련한 후에 찾아오는 커다란 깨달음... 뭐 이런 것들이 떠오르지만 저자는 부처의 가르침을 가볍게 풀어낸다. '직장에서 행복과 성취감을 주는요소는 다른 곳에서 우리에게 행복과 성취감을 가져다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p. 13)' 라며 부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 자기계발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증명한다.

부처는 일과 가정생활의 정반대 방향에 모든 소유물과 애착을 포기하는 삶이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즉, 떠돌이 승려로 사는 쪽이 깨달음을 얻는 데 좀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길이 모든 사람에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다. 한편 부처는 자신의 행복을 좇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참으로 끔찍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부처는 '정직한 직업'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p. 22~23)

부처의 가르침을 직장생활에서 적용하려면 먼저 가르침의 핵심과 일상에서의 접목이 필요하다. 저자는 어려운 경전을 인용해와서 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하고 깨달은 것을 통해 부처의 가르침을 실용적으로 설명한다. 핵심은 분명하다. '행복은 직업적 성공으로 이어진다. 절대로 그 반대가 아니었다. (p. 29)' 다시말하자면,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이다.

스타트업의 생리가 그렇듯 불교가 성공한 궁극적인 이유는 품질에 있었다. 무엇보다 부처가 찾아낸 상품에 그 요인이 있었다. 부처는 고통이라는 문제를 보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효과가 있었다. 기적처럼 알아서 팔려나가는 제품이 출현하자, 그 뒤로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p. 37)

스타트업이라니 ㅋㅋ 절묘한 표현이다. 이 책이 술술 읽히는 재미는 이런 식의 표현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말은 글로 남은 그의 가르침을 인용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처의 강연은 녹음된 적이 없고, 부처가 직접 글로 쓴 적도 없다. 심지어 부처가 쓰고 읽을 줄 알았는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p. 39) 부처가 세상을 떠나고 몇 달 뒤,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신도 500명이 지역 왕의 초대로 모였다. (중략0 그들은 교대로 한 명씩 부처의 강의를 시연하며 암송했다. 그 내용이 몇 세대에 걸쳐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서서히 불교가 퍼져나갔다. (p. 40)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복사본은 그로부터 적어도 1000년 후에 기록되었다. (p. 41) 다시말해, 내가 이 책에 인용한 부처의 말은 누군가 부처의 가르침을 암기한 내용을 부처 사후 수 세기 후에 최초로 글로 옮긴 뒤, 번역에 번역을 거듭한 사본을 출처로 한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건 딱 그 정도 선이다. 하지만 그렇게 남아 있는 글에 따르면 부처는 '깨달음'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았다고 한다. 방황하는 왕자 시절에 싯다르타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p. 42)

예수도 마호메트도 공자도 소크라테스도 그리고 부처도 그 누구도 직접 글로 쓴 것을 남긴 적은 없다. 후대가 외우고 서로 짜맞추고 정리하여 경전이 되고 교리가 된 것이다. 결국 각자의 해석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여하튼, 부처의 가르침 중 중요한 것은 '우리는 나쁜 일이 일어나서 고통받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 고통받는다. (p. 44)' 라는 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문제에 부딪혔을 때,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런 문제가 일어난 것을 받아들이고 나아가야 한다고 부처는 가르친다. (p. 46)' 라면서 '부처는 이 길을 걷는 데 도움을 줄 중요한 기술을 발견(p. 46)' 했으므로 이에 관해 상세히 이야기하겠다며 본론을 펼쳐낸다. 이 본론은 책의 2장의 내용이고 직장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수행법'에 대한 구체적 예시들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그 중 마음에 드는 문장을 소개해본다.

>> 지혜의 반대말은 무지가 아니라 오만이다. 무지는 온전히 존중받아 마땅한 상태다. 무지는 모든 궁극적인 지식의 근원이다. 오만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다. 초심자여서 좋은 점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안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때때로 그것을 잊곤 한다. (p. 72) <<

>>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초심자의 마음으로 당신의 삶 전체를 대하는 것이다'라고 풀이할 수 있다. 깨달음이란 모든 것을 아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쪽에 훨씬 가깝다. (p. 78)<<

소크라테스가 생각나지 않는가?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자신의 이름이 신전에서 호명되었을 때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 라고. 삶의 지혜를 담은 철학은 서양이고 동양이고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진리 뭐 그런 것인가 보다.

어떤 사람들은 부처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고 말하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p. 131) 부처는 일반적으로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대개 평화롭고 만족스러워 보이며, 위엄있고 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절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사실 부처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타입이 아니었다. 부처는 노력했다. 본인이 열심히 노력한 것은 물론이고 제자들도 열심히 노력하기를 바랐다. (p. 132)

저자는 부처의 가르침과 수행법에 대해 유머러스하다 싶을 만큼 가볍게 쓰면서도 기존의 편견들을 과감히 깨뜨린다. 명상, 마음챙김, 호흡법 같은 익숙한 단어들이 제시될 때는 그런가보다 하다가도 이렇게 색다른 표현이 등장할 때면 더 깊이 아 그렇구나 하게 된다. 붓다의 가르침을 이렇게 웃어가며 읽게 될 줄이야 ㅎㅎㅎ

이 책의 목적은 당신을 불교신자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내 목표는 그보다 훨씬 소소한 동시에 원대하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고 덜 고통받는 데에 부처의 가르침 중 일부를 참고하도록 돕는 것이다. 주로 직장생활을 염두에 두고 썼지만 당신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다. 잠시 행복한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닌 참되고 깊은 행복을 누리길 기원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깨어났다' 라고 표현하는데, 결과적으로는 같은 의미다. (p. 228~229)

불교의 가르침과 수행법을 배우게 되면서도 자기계발서로 읽게 되는 이 책은 가볍지만 나름 치열하고 치열하지만 나름 평온하다.

자, 이제 사무실에서든 집에서든 '깨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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