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이유미 지음,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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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진심인 식물학자와 평생 들꽃을 기록한 사진작가의 이야기

다정한 이웃이자 위로가 되어 준 마음속 들꽃을 찾아서

어릴때 자연관찰 책을 생각하면 살아있다는 느낌은 주로 움직인다와 동의어로 다가왔던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주로 동물 책들을 보고 그렇게 커서 동물원에 가면 신기해하며 구경하고 그러다 어른이 되면 자연이고 뭐고 먹고살기 바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꽃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어쩌면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되는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동물을 쫓던 내 눈길은 있는줄도 몰랐지만 늘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식물에 머물게 된다. 갑자기 자연에 감사하고 숲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런 나와 달리 평생 식물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합작품인 이 책을 읽는 것은 지금의 내게 적절한 인생의 단계 같았다.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 과 <내 마음의 나무 여행> 두 권을 한데 묶고, 내용을 가다듬은 이 책으로 여러분을 만납니다. 첫 마음과는 달리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긴 추억과 인연을 충분히 사색하지 못해 선생님의 주옥같은 사진들이 빛바랠까 걱정했던 초판의 부족함을 보완하고자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부디 선생님의 사진에 담긴 수많은 순간순간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제 모자란 글이 이 땅에 사는 우리 식물의 아름다움과 고결함을 보고자 마음을 품는 독자분들의 여정에 참고가 된다면 행복할 듯합니다. (P. 5 - 여전히 제 마음을 흔드는 존재는 들꽃입니다 中-)

저자는 평생을 우리나라의 식물을 연구해온 학자인데 과거에 '한국의 야생화' 탐사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던 야생화전문 사진작가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전문가의 사진과 전문가의 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것이다. 기존에 나왔던 두 권의 책을 합본한 책이니만큼 책은 크게 2부로 나뉜다. 1부는 '아름다운 들꽃 산책' 이고 2부는 '행복한 나무 산책' 이다. 구분을 月단위로 했기때문에 한달한달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1년을 책 한권으로 둘러본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식물이 이토록 다채로웠나 새삼 놀라게 된다.

사실 알고 보면 숲속은 이 햇볕을 차지하기 위한 긴장감 넘치는 경쟁터입니다. 하지만 부지런한 초봄의 꽃들은 나무들이 잎을 펼쳐 하늘을 가리기 전에, 주변의 다른 풀들이 키를 올려 그늘을 만들기 전에 남보다 먼저 열심히 올라와 꽃을 피워 아무도 가리지 않는 이른 봄의 햇볕을 독차지합니다. 이런 혜택을 받기 위해선 언제나 남들보다 한발 앞서야 합니다. (P. 12)

봄꽃들을 보며 그저 대견하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앞다투어 꽃을 피워낸 식물들은 그 누구보다 한발 앞서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거였다. 길가에 피어난 작은 풀꽃 조차도.

바람꽃 집안은 학명으로는 아네모네속 입니다. 아네모네는 희랍어로 '바람의 딸'이라는 뜻이니 우리말 이름이 '바람꽃'이란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지요. (P. 18)

색깔 중에서 보라색을 '바이올렛'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제비꽃의 보라색을 보고 이름 붙였기 때문입니다. (P. 34)

붓꽃은 그 꽃봉오리가 글씨를 쓰려고 먹물을 찍은 붓과 같아 '붓꽃'이라고 합니다. (P. 54) 붓꽃 집안을 통틀어 부르는 집안 이름, 즉 속명은 아이리스 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 여신의 이름이기도 하지요. 붓꽃의 꽃잎에 있는 알록한 무늬가 무지개 같아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P. 56)

연보라색 꽃잎들 중 위에 달린 꽃잎 1장만 색이 진하고 노란 점이 박혀 있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봉황의 눈을 가진 연꽃'이라 하여 '봉안련'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부레옥잠 p. 132)

약모밀, 메밀과 비슷한 잎을 가졌는데 약이 되는 식물이어서 '약모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약모밀은 '어성초'란 이름으로 훨씬 유명합니다. (중략) '어성초'라는 이름은 한자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잎을 데어 살짝 비벼보면 정말 비릿하고 유쾌하지 않은 생선 비린내 같은 것이 풍겨 옵니다. (p. 148)

냄새 나는 살구색 열매 껍질을 벗기면 딱딱한 은빛의 중간 껍질이 나오고, 그 속에는 갈색의 얇은 속껍질이, 그리고 기름에 살살 볶아 먹으면 맛나는 알맹이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은 은 銀' 자와 '살구나무 행 杏' 자를 써서 '은행나무'가 되었답니다. (p. 250)

잎을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흘러나와서 물푸레나무가 되었답니다. (p. 306)

꽃 이름이나 유래를 알게 되는 과정은 무척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 많은 식물명을 한번에 다 기억할 순 없다. 저자는 과학적 체계를 조금 알아두는 것이 좋다며 ' '먼저 집안의 특징을 알고 그 안에서 다른 식별 포인트를 기억하라' 이것이 제가 권하는 식물을 제대로 익히는 비결의 하나입니다. (P. 33)' 라는 팁을 알려준다. 여하튼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알아두는 것은 자연을 숲을 더 친근하고 반갑게 느낄 수 있는 첩경인것 같긴 하다. 이름의 유래와 상관없이 '음나무'가 등장했을때 사진을 보고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집 현관에 그 나무 가지가 걸려있다. 액운을 막아준다며 이사할때 집안어른이 걸어주신 건데 경상도분이신지라 '엄나무' 라고 부르셨고 나는 여태껏 그 가시나무가 '엄나무' 인줄 알았다. 그런데 '음나무' 였네. ㅋㅎㅎ

우리나라 숲에서 가장 널리, 그리고 가장 많이 땅 위를 덮고 있는 풀은 무엇일까요? (P. 38)

꽃이 피지 않는 나무, 꽃이 없는 나무도 있을까요? (p. 255)

무궁화 꽃은 여름이다 싶으면 하나둘 피기 시작해 한창 피다가 가을까지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무궁화 꽃 한 송이는 얼마나 오래 피어 있을까요? (p. 336)

생각해 본적 없는 질문에 대해 의외의 답을 알게 될때마다 놀라고, '애기나리' , '꽃이 없다 하여 이름도 '무화과'가 되어 버린 나무 (p. 255)' 속에 숨은 꽃, 하루 라는 답을 읽으면서도 새삼스럽고 새로웠다. 정말? 하면서.

'금강초롱'은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된 초롱꽃과 유사한 식물이어서 붙은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 식물인데 전 세계가 함께 쓰는 학명은 애석하게도 하나부시야 아시아티가 나카이 입니다. 일제 강점기때 '나카이'라는 일본인 학자가 이 식물을 발견하고 '하나부사'라는 후견자의 이름을 우리나라 특산 식물의 고유 집안 이름에 붙여 공포한 것이지요. 정말 안타까워도 전 세계의 약속에 따라 붙인 것이니 이제와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습니다. (P. 57)

가장 아쉬운 것은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야생 나리를 가지고 우리의 백합 품종을 만들어 수출하기보다는 로열티를 물어 가며 외국에서 만든 백합 품종을 들여와 사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p. 100)

섬초롱꽃은 지구 상에서 우리나라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입니다. 그래서 울릉도와 함께 있는 독도의 아름답고 독특한 자연을 말할 때면 이 꽃도 등장하는데, 일본인 학자가 '다케시마'라고 학명을 붙여 매번 가슴이 아픕니다. (p. 108)

안타까운 지점들을 알게 될때마다 아쉽고 또 아쉬워지기도 했다. 과거에야 어찌할 수 없었다할지라도 앞으로는 우리것을 우리가 잘 알아내고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양귀비과 식물들은 줄기를 자르면 유액이 나오는 것이 특징 (P. 60)

가장 진화된 식물의 집안이 난초랍니다. 진화의 방향이야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에 따라 복잡해질 수도 단순화될 수도 있지만, 난초과 식물이 진화된 식물이라는 것에는 학자들 사이에 아무런 이견이 없습니다. 세상의 그 많은 꽃 가운데 가장 진화되었다니, 얼마나 영리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한번 엿볼 만하지요. (P. 74)

백합은 꽃이 흰색이어서 백합이 아니라 땅속에 하얀 비늘줄기 100개가 모여 있다 하여 백합百合입니다. 영어로는 릴리Lily, 학명으로 말하면 릴리움속에 해당하는 식물입니다. (p. 96)

정작 우리가 칼라로 부르는 식물은 잔테데스키아속으로 분리되었으니 어찌 불러야 옳은 것인지 고민입니다. (p. 140)

귀화 식물은 외래 식물하고는 좀 다릅니다. (중략) 외래 식물은 '누가 심지 않는다면 이 땅에서 살아가지 못하는 식물' 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우리가 잘 아는 해바라기나 장미 같은 식물은 외래 식물입니다. (p. 142)

자주닭개비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보라색이던 꽃이 분홍색으로 변하거나 색이 없어진답니다. 그래서 방사선 누출 사고를 대비하는 지표 식물로써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곳에 많이 심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p. 152)

우리가 보는 동글동글한 꽃송이는 아주 작은 꽃들이 마치 작은 공처럼 둥글게 달려 있는 꽃차례입니다. 간혹 토끼풀의 수술과 암술을 찾을 수 없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동그란 꽃차례를 이루는 하나하나의 꽃을 펼치면 그 속에 들어 있습니다. (p. 160)

민들레라고 부르는 대다수가 서양에서 건너온 귀화 식물인 서양민들레 입니다. (중략) 토종민들레인 '민들레'와 '산민들레'는 그렇지 않답니다. (p. 166)

식물도감에서 들국화를 찾아보면 나오지 않는답니다. 공식적으로 들국화란 이름을 가진 식물이 없다는 이야기지요. (p. 170) 국화과 식물들은 아주 진화된 식물입니다. 우리가 흔히 '한송이 국화꽃'이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 수십, 수백 개의 꽃들이 모여 있는 꽃차례입니다. (p. 171)

식물도감에 '계수나무'라는 정식 이름을 가지고 올라와 있는 나무는 따로 있습니다. (p. 244)

한방에서는 뿌리와 줄기를 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스피린의 원료 성분으로 쓰여서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 조팝나무 p. 258)

이름이 '앵도 櫻挑'에서 유래한 것이어서 '앵도나무'인데, 열매는 '앵두'여서 혼동되기도 합니다. (p. 260)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줄기가 아래까지 늘어져 빼어난 자태를 뽐냅니다. 한동안 구상나무를 심으려는 노력들이 여기저기에서 있었는데, 갑자기 심어진 나무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더군요. 게다가 고산성 수종이라 너무 까다롭다고 알려져 심으려는 노력도 포기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멀리 유럽에서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정원수가 바로 한국전나무, 즉 구상나무라고 합니다. (p. 271)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개나리'도 특산 식물입니다. 더욱이 학명이 'Forsythia koreana', 말 그대로 '한국개나리'라서 한국 특산임을 자랑스럽게 명시하고 세계가 함께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더 심각합니다. (p. 272)

북한에서는 함박꽃나무를 두고 '목란'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 목란이 북한의 나라꽃입니다. (p. 282)

한때 영어 이름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만들었다는 도그우드Dogwood와 같아 심어졌다가 아닌 것이 밝혀져 제거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우아하게 아름답습니다. (산딸나무 p. 298)

성탄절과 이 나무가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에서 가시관을 쓰고 이마에 파고드는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며 고난받을 때, 그 고통을 덜어 드리려고 갸륵한 새 로빈이 몸을 던집니다. 이 작은 새가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잘 먹어서 사람들은 이 나무를 귀히 여기고 기쁜 성탄을 장식하며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p. 400)

책을 읽으며 그 무엇보다도 다양한 식물들의 정보들을 하나하나 배워갈때의 느낌이 가장 좋았다. 그중에서도 꽃차례 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실질적으로 가장 놀라운 정보였다. 해바라기 한송이 코스모스 한송이가 사실은 한송이가 아니었다니! 내가 알고 보고 익숙했던 꽃들 중에 의외로 '꽃차례'가 정말 많았다!!

희귀한 식물이 살아가는 자생지는 그대로 보전하고, 곁에 두고 키우고 싶으면 증식된 포기를 구입하여 심는 게 꽃 사랑의 시작입니다. (P. 86)

희귀한 식물의 상당수는 (중략) 수생식물이었습니다. 식물을 살 수 없게 만드는 수많은 요인 중에서 수질 오염은 가장 급속하고도 직접적인 원인의 하나였으니까요. (p. 121)

망을 치면 망 위로 올라가 한란을 훼손하고, 망 위까지 모두 덮으면 땅을 파고 들어가 캐어 가는 집요한 도채꾼들과의 싸움의 결과이지요. (p. 214)

특산 식물은 전 세계에서 오직 우리 땅에만 자라는 식물입니다. (중략) 중요합니다. 식물 보전을 생각해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넓은 지구 상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식물이 존재하지만, 특산 식물은 우리가 보전하지 않으면 이 땅은 물론 지구 상에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자원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요. (p. 268)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생하는 나무들의 풍부한 유전자 풀이 잘 보전되어 있어야 비로소 개량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p. 343)

새로 알게되는 다양한 정보들도 좋았지만 사이사이 저자가 건네는 쓴소리도 귀담아들을만 했다. 도채군의 만행에 대해서는 와우 그정도였나 싶어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여하튼, 데이터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은 식물연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유전자 풀은 클수록 좋다. 하지만 멸종되어 가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녹지가 많아지고 자연환경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그것이 진짜 자연보호냐 라고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물론 그런 면적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생물의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양적 질적 데이터의 확보를 위해서라도 모두가 함께 자연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꽃 우리나무에 대한 연구가 좀더 주체적으로 활발해지기를 응원한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니 갑자기 수목원에 가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동네 뒷산부터 다시 찬찬히 들여다봐야 할것 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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