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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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약한 강도 꿈나무와 더럽게 말 안 듣는 인질들의 대환장 소동극!

세상의 바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가장 눈부신 이야기

"꼭대기 층에 있는 인질인데요, 여기 하와이안 피자 좀 갖다주세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레드릭 배크만은 정말 대단한 작가다. 이번 작품에도 역시나 홀딱 반해버렸다.

흡인력 강한 스토리, 한명한명 모두가 주인공 같은 입체적인 인물들, 무엇보다 감동어린 따듯함.

이렇게 시크하면서 웃기고 웃기면서 따듯하며 따듯하면서 치밀한 구성을 알차게 버무릴 줄 아는 작가는, 게다가 스릴러 소설이 아님에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스릴러 못지 않은 반전 묘미를 선사할 줄 아는 작가는, 이 시대에서 프레드릭 배크만이 으뜸이지 않을까.

은행 강도, 인질극. 아파트를 급습하려는 경찰들로 가득한 계단. 이 지경에 다다르기까지는 수월했다.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다. 정말 한심한 발상 하나만 있으면 됐다.

이건 여러 가지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남들을 바보로 단정하기는 쉽지만 인간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바보같이 어려운 일인지 잊어버린 사람이 아닌 이상, 남들을 바보로 단정하지 못한다는 점을 미리 짚고 넘어가는 편이 좋겠다. 특히 누군가에게 아주 좋은 인간이 되어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그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말이다. (p. 15)

소설에서 첫문장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들어봤지만 솔직히 소설을 자주 읽으면서도 첫문장의 중요성을 느껴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책 읽는 법'에 대한 어떤 책에서 첫문장 의 함축성에 대해 깨닫고 나서부터는 소설의 첫문장을 좀더 주의깊게 보기로 했다. 이 소설의 첫문장은 위에 옮긴 바와 같다. 그리고 소설을 다 읽고 이 첫 단락을 다시 읽으니 '바보'같은 똑똑한 사람들에 대해 다시한번 마음한곳이 뭉클해져온다.

딱 하나의 지독하게 한심한 발상. 그것만 있으면 된다. (p. 17)

복면을 쓰고 권총을 들고 은행강도가 은행을 털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그 은행강도는 은행강도라 할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르다가 은행직원이 경찰에 신고하자 겁에 질려 맞은편 아파트로 달아났다. 마침 그 아파트에서는 오픈하우스로 열려있는 아파트가 있었고 갑자기 인질극으로 사건이 변모되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인질 여덟 명은 무사히 걸어나왔고 곧바로 경찰이 급습했을때 아파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본론에 집중해주시겠어요?"

"오키도키요"

"그 아파트에 도면에 없는 공간이 있나요?"

"그리고 애들 키우기에도 정말 좋아요!"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냥 짚고 넘어가고 싶었어요. 입지 말이에요. 애들 키우기에 정말 좋거든요! 사실 뭐... 오늘 이런 인질극이 벌어지긴 했지만, 그것 빼고는 애들 키우기에 환상적인 동네에요! 그리고 애들은 경찰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거 아시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질문에 대답해달라는 것입니다만"

"죄송해요, 질문이 뭐였죠?" (p. 25)

작은 도시였고 인질들을 조사할 수 있는 경찰관은 두 명뿐이었다. 인질이었다가 풀려난 사람들을 조사하려는데 이 사람들이 하나같이 경찰관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정신없는 와중에 스톡홀름 본청에서 협상가를 비롯한 전담팀이 파견되기로 했으나 새해를 이틀 앞둔 때라 고속도로가 막혀 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때 젊고 의욕넘치는 경찰관은 본인이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사실 붙잡혀 있던 사람들은 그들이 풀려난 이후 경찰이 아파트를 급습하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중략) 은행강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한 발의 총성으로 응수했다. 경찰이 아파트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늦었다. 거실로 들어가보니 바닥이 피투성이였다. (p. 33)

인질들은 협조와 비협조를 오가는 대화로 젊은 경관이 원하는 사건의 실마리를 주지 않는 것 같고 은행강도는 빠져나갈 곳이 없는데도 아파트 안에서 사라졌다. 인질들 중 누군가가 분명 은행강도를 도운 것 같은데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다. 게다가 고참 경관까지 신경을 긁는다.

"어이!" 고참 경관이 외친다.

"안녕하세요" 젊은 경관은 조금 무시하는 투로 답한다.

"커피 한잔 권하고 싶지만 여전히 커피는 마시지 않겠지?" 고참 경관은 그게 장애라도 되는 듯이 묻는다.

"네" 젊은 경관은 상대가 권한 것이 인육이라도 되는 듯이 대답한다.

고참 경관과 젊은 경관은 음식이나 음료에 관한 한, 아니 그 어떤 것에 관해서도 공통점이 거의 없다. (p. 34)

사실 이 두 경관은 부자지간 이다. 아들은 '10년 전에 다리 위에서 그 남자를 맨 처음 본 사람은 아버지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장래희망이 바뀌지 않은 10대 소션이었다. (p. 44)' 그리고 10년 전 그 남자는 다리 위에서 뛰어내렸다. '청구서 더미와 텅 빈 침대, 수면제, 알코올, 모든 게 견딜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밤이면 그는 나가서 어둠과 추위와 정적을 뚫고 몇 킬로미터를 달렸고, 발이 인도를 두드리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져도 목적지나 목표를 정한 적은 없었따. 사냥꾼처럼 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사냥감처럼 달렸다. (p. 49)' 일중독자처럼 일하고 더나은 일자리제안도 거부한채 작은 도시에서 아버지와 경찰관을 하고 있는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늘 불안했다. 10년전의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들도 내색은 안해도 사냥감처럼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인질들도 불안해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불안해보이지가 않았다. 불안해해야 할 사람은 불안해하지 않고 불안할거라 보이지 않는 사람은 불안한 상황.

사실 10대 소년에게 경찰의 꿈을 심어준 사람은 다리 위의 그 남자가 아니었다. 일주일 뒤에 똑같은 난간 위에 서 있었던 10대 소녀였다. 뛰어내리지 않은 그 아이였다. (p. 54)

누군가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경험과 누군가의 죽음을 막은 경험은 둘 다 소년에게 경찰관이 되어야할 이유가 되었다. 그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구원의 기회를 얻는 사람보다 버림을 받는 사람이 더 많은 법이다. 그렇게 버려진 사람 중 한 명이 은행 강도가 되었다.

은행이 은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금 없이 운용되는 '캐시리스' 은행이 있는 모양이니, 그건 소위 말하는 짝퉁 아닌가? 카페인 없는 커피, 글루텐 없는 빵, 알코올 없는 맥주가 넘쳐나니 사람들이 헷갈리고 사회는 엉망진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은행 강도가 되지 못한 은행 강도는 은해잉라고 볼 수 없는 은행 안으로 들어가 권총을 들이대며 자신의 방문 목적을 선포했다. 하지만 창구에 앉아 있었던 스무 살의 런던은 인간의 사회성을 파괴할 정도로 SNS에 심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은행 강도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외쳤다. "당신 장난이에요, 뭐에요?" 강도는 실망한 아버지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보고 권총을 흔들며 이렇게 적힌 쪽지를 내밀었다. "나는 강도다! 6천 5백 트로나 내놔" 런던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6천하고 5백? 0을 두어 개 빠뜨린 거 아녜요? 아무튼 여긴 현금 없는 은행인데, 진짜로 현금없는 은행을 털 생각이에요? 바보에요, 뭐에요?" (p. 68)

창구 직원이라고는 단 한 명 뿐인 작은 은행 지점, 권총을 든 은행강도 앞에서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강도의 요구금액과 무지에 콧방귀를 뀌는 어린 직원, 늙다리가 된 기분에 멍해졌다가 은행을 털려던 생각이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깨달은 현실자각의 시간속에 은행강도가 얼이 빠진 사이 은행 직원이 외친다. '"저기, 나 지금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p. 70)' 은행강도가 되려다 실패한 은행강도는 허겁지겁 도망간다. 도주 계획 따윈 애초부터 없었다. 겁에 질려 아무곳이나 열린 문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들어가고 보니 사람들이 우글우글 했다.

아파트 안에 있던 여자 하나가 권총을 보고 "어머, 어떡해, 강도가 들었어요!" 라고 외쳤고, 그와 동시에 계단에서 빠른 발소리가 들리자 은행 강도는 경찰인가 보다 싶어(그게 아니라 집재원이었다) 딱히 대안이 없었던 관계로 문을 닫고 권총을 마구잡이로 겨누며 처음에는 "아뇨...! 아뇨, 강도가 아니라... 나는 그냥..." 이라고 외쳤다가 생각을 바꿔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음, 어쩌면 강도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여러분이 타깃은 아니에요! 어쩌면 지금 이건 인질극에 가까울지 몰라요!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가 참 복잡하게 꼬였네요!" (p. 76)

아파트 안에는 총 여덟 명이 있었다. 한명은 부동산중개업자이고 신혼부부 한 커플, 중년부부 한 커플, 그리고 고급패션의 여성 한 명과 할머니. 여기까지 세면 총 일곱 명인데 왜 여덟 이냐고? 한 명은 나중에 토끼로 등장한다. 토끼... ㅋㅋㅋ 여하튼, 이들 모두는 은행 강도에게 인질이 되었지만 이들 모두는 은행 강도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은행 강도가 너무... 딱했다.

10년 전에 다리 위로 올라간 남자와 어느 아파트에서 인질극을 벌인 은행 강도는 서로 아무 연관성이 없다. 서로 만난 적도 없다.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럴 해저드다. (p. 79) 모럴 해저드? 그 일곱 살짜리는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 직전에 그 단어를 배웠다. (p. 81) 은행 강도는 이날까지도 그 말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얼마나 기분이 처첨했는지가 아니라, 엄마를 싫어할 수 없으니 얼마나 희한한지에 대해 생각한다. (p. 82) 다리 위로 올라간 남자는 모럴 해저드를 운운했던 은행 직원 앞으로 편지를 썼다. 그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적었다. 그러고는 뛰어내렸다. 은행 직원은 그 편지를 10년 동안 핸드백에 들고 다녔다. 그러다 은행 강도를 만났다. (p. 83)

10년전 한 남자의 자살 그리고 10년 후 허술한 은행 강도에게 붙잡힌 인질극, 두 사건은 관련이 없으면서 연결된다. 은행과 집 두 공간은 관련이 깊으면서도 상관없어 보인다. 그리고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비밀을 공유한 끈끈한 사이가 된다. 은행강도와 인질들 그리고 경찰관.

당신은 평생 무슨 일이든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왔다. 대책 없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도움을 구걸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오고 당신은 고독한 절망으로 몸부림치며 그날을 보낸다. 아이들이 당신하고는 설날을 같이 보내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해 이틀 전날, 당신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겠다는 변호사의 최근 편지와 그날 안으로 월세를 내지 않으면 내쫓길 줄 알라는 집주인의 편지를 주머니에 넣는다.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순간에 당신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휘청거릴 수 있다. 정말 한심한 발상 하나면 충분하다. 당신은 진짜처럼 보이는 장난감 권총을 찾는다. 검은색 털모자에 구멍을 뚫어서 얼굴이 덮이게 내려 쓰고, 당신이 돈이 없기 때문에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은행으로 들어간다. 월세 6천5백 크로나만 받아내자고, 월급을 받자마자 갚으면 된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p. 100)

은행강도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소설의 첫 장부터 바보같은 발상 한심한 발상이라고 말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소설속 공감요소에 누구나 마음이 동요하게 될 것이다. 어느날 배우자가 자신의 직장 상사와 바람이 난걸 알게 된 것도 모자라 맨몸으로 집에서 쫓겨나며 이혼당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참았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도 빼앗길 처지에 몰리고 나자,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순간에 이성은 휘청거렸고 한심한 발상이 불안을 극대화시켰다. 그렇게 은행강도가 되었다. 그런데 은행엔 돈이 없었고 도망친 곳에선 희한한 인질들이 자신을 둘러싸기 시작한다.

사라가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동안 심리 상담사는 상담실에 앉아서 하늘로 둘러싸인 그림 속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자가 생을 끝낼까 고민 중일지 모른다고 한 사람은 사라가 처음이었다.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해석한 적이 없었다. 심리 상담사도 여자가 수평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유는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움 아니면 두려음. 그녀가 그 그림을 그린 이유도 그걸 상기하기 위해서였다. 그건 심리학자들이 사랑하는 주제였다. 그림을 아무리 오랫동안 들여다보더라도 가장 확연한 부분을 놓칠 수 있었다. 여자가 다리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말이다. (p. 134)

그리움 아니면 두려움.

이 소설은 두려움으로 시작한다. 불안한 사람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멀쩡해 보이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불안에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저마다의 다리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자신만의 수평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은행강도사건+인질극 이 터졌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낯선 상황 속에서 서로의 불안을 직면하게 됐을 때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 혹시... 그리움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전부 복잡하고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가 이야기의 주제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이 이야기도 은행 강도나 아파트 오픈 하우스나 인질극이 주제가 아닐지 모른다. 심지어 바보에 대한 이야기도 아닐 수 있다.

어쩌면 다리에 대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p. 158)

그리고 어쩌면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책은 두툼하고 읽은 페이지보다 읽어야 할 페이지가 훨씬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책장을 점점 빨리 넘기게 될 것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분명 조금은 (혹은 많이) 행복해지게 될 것이다.

"그냥... 엎드려주시면 안 될까요? 잠깐만? 나는 지금... 아니 그러니까 나는 은행을 털려고 했지... 이건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요!" (p. 192)

"흠,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뿔뿔이 흩어져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요, 먼저 각자 자기 소개를 하면 어때요?" (p. 195)

은행 강도는 가서 화장실 문을 잡아당겼다. 잠겨 있었다. 이로써 이것이 토끼에 대한 이야기로 돌변했다. (p. 204)

"내 말을 듣는 사람이 없네! 당신들은 최악의 인질이에요!" (p. 221)

웃다가 찡하다가 하다보면 그렇게 점점 소설속 인물들은 현실속 우리의 모습이 되어온다. 그리고 사이사이 시크하고 삐딱하지만 의미심장했던 문장들에 대해 뒷북치며 아하! 하게 되기도 한다. 예를들어, '스톡홀름은 어떤 장소라기보다 하나의 표현이다.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짜증나는 인간들을 한꺼번에 지칭하는 상징적인 단어이다. (p. 229)' 처럼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에 대해서 소설에서는 내내 이런저런 비하적 상징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서울사람들 이라고 할때도 그런가? 생각해보지만 잘 모르겠다. 그러다가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스톡홀름'은 증후군이 될 수도 있다. (p. 231)' 라고 한다. 스톡홀름을 그렇게 까내리다가도 단번에 이미지를 바꿔버리는 능력, 역시 프레드릭 배크만이다. (하지만 가장 압권은 스웨덴 어로 읽었을 독자들의 부동산중개업체 상호 에 대한 농담 일 것이다. ※ p. 22)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복잡한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가 진실이 복잡하길 바라는 이유는 먼저 간파했을 때 남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다리와 바보들과 인질극과 오픈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여러 편의 사랑이야기다. (p. 309)

소설의 진행은 나름 독특하지만 자연스럽다. 작가적 설명이 종종 등장하면서도 언제 그랬나 싶게 인물들간의 상황 속으로 몰입된다. 그런데... 결국은 사랑이야기 여서 그랬을까... 불안도 그리움도 다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가... 그 따듯함이... 그래서 였을까...

"아들, 코끼리를 먹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그는 똑같은 농담을 천 번 들은 아이답게 대답했다. "조금씩 천천히요" 그녀는 부모답게 천 번째로 박장대소 했다. 그러고는 그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없어. 심지어 사람조차 바꿀 수 없을 때도 많지. 조금씩 천천히가 아닌 이상. 그러니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어떻게든 도우면 돼.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면서. 최선을 다해. 그런 다음... 그걸로 충분하다고 수긍하고 넘어갈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지. 실패하더라도 그 안에 매몰되지 않게." (p. 292)

어쩌면 혼자여서 우리 대부분 '불안한 사람들' 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프레드릭 배크만 소설은 늘 일깨워 준다. 우리가 아직은 혹은 우리가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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