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향기 강석기의 과학카페 10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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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그 열번째 책

당신을 취하게 하고 홀리게 한 과학의 총집합

십년 동안 매년 한 권씩 꾸준하게 과학카페 글을 책으로 냈다는데 나는 열번째 책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 아주 예전에 이문세의 콘서트에 갔을 때 (내 생에 첫 콘서트 관람이었는데도) 이문세가 자신이 이 컨셉으로 백번째 하는 콘서트라며 처음 온 사람 손들라고 했을때 번쩍 들었다가 생각보다 그 수가 많지 않아 놀라워하며 스스륵 내렸던 기억이 난다. 십년만에 처음 알게 된 이 책에 대해서도 그런 아쉬움이 들려나 ㅎㅎ

저자가 과학전문기자 였다가 과학전문작가 인 만큼 책은 전반적으로 쉽게 읽히면서도 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었다. 최근 이슈부터 화학, 신경과학, 의학, 환경, 천문학, 물리학, 생명과학, 인류학 등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어서 과학정보는 매년 저자의 과학카페 시리즈를 한권씩 읽으면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책의 인쇄상태가 훌륭했다. 번들거리지 않는 종이이면서도 다양한 자료의 컬러 및 작은 글씨 까지 잘 보여서 꼼꼼한 편집에 일단 박수를 쳐주고 싶은 책이었다.

아무튼 두 백신 모두 의학사의 한 획을 긋는 의약품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발전한 뒤 채1년이 안 된 시점에서 개발에 성공한 데다 최초의 'RNA 백신'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쓰는 생백신이나 사백신 같은 기존 방식을 제치고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유형의 백신이 가장 먼저 (긴급이기는 하지만) 승인을 받아 현장에 투입됐다는 건 현대과학의 위대한 성취다. (p. 15)

첫 이슈는 코르나 백신이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mRNA 백신 두 가지는 화이자 와 모더나 백신을 말한다. 이 두 백신은 아스트로제네카 백신 과 얀센 백신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백신이라고 하면 저자 말마따나 생백신이나 사백신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연결매체인 mRNA 를 이용해서도 백신을 만들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리고 내가 백신을 선택해서 맞을 수 있다면 화이자 나 모더나 백신을 맞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책 자체가 최신 과학정보를 폭넓고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 배우게 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은,

언어 정보의 핵심인 단어는 좌뇌에서, 음악 정보의 핵심인 멜로디는 우뇌에서 주로 처리한다는 것, 세포고기(=배양육)에 대한 내용, 새로운 파란색 안료를 만들기 위한 계속적인 노력, 파란빛은 우울감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 낮의 파란빛은 오히려 우울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즉 타이밍의 문제라는 것), 하루에 25cm씩 자라 침수속에서도 길게 자라는 '심수벼' 에 대한 내용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책의 과학적 내용과는 별개로 인상적인 내용이 심리학·신경과학 챕터에 있었는데 심인성 발열에 대한 예시였다.

소녀는 왜 학교에만 가면 열이 났을까. 얼핏 보면 이해하기 어려웠다. 소녀는 온순하고 차분한 모범생 스타일로 등교를 거부하는 불량소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리 상담을 한 결과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소녀는 학교생활을 좋아했지만, 신체장애가 있는 친구가 같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너무 괴로웠던 것이다. 오카 교수는 부모에게 아이의 전학을 권유했고 학교를 옮긴 뒤에는 등교 발열 증세가 사라졌다. (p. 92)

음??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의 문제가 해결되도록 선생님이나 학교측과 상의한 게 아니라 그냥 전학을 갔다고?? 그럼 그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가 상담자였다면 뭐라고 조언해주었을까?? 이것이 과연 심신의학과 전문교수가 권해줄만한 방법인가;;;;

'심인성 발열은 사람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은 포유류와 조류에서도 관찰된다. 즉 진화적으로 보존된 현상으로, '투쟁 토피 반응'의 하나로 설명된다. (p. 92)' 라는 내용은 크게 새로울 건 없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이해됐지만 예시가 참... 일본사회는 이런식으로 해결하는가... 싶어 우리사회 예시가 아닌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고생물학/인류학'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인류학 분야에도 최근 수년 사이 뜬 핫플레이스가 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남서부 마로스-팡켑 지역이다. 450㎢에 이르는 이곳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으로 수많은 동굴이 있는데, 이 가운데 무려 300여 곳에서 과거 인류가 남긴 벽화가 발견됐다. 연대측정 결과 이 가운데는 현생인류 화가의 가장 오래된 작품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p. 286)

아프리카를 인류의 기원 지역으로 보면서도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가 유럽지역 곳곳에서 발견되었다보니 서양인들 중에는 문화적 현생인류의 기원이 유럽인것마냥 자긍심을 가졌던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더 오래된 동굴벽화가 동남아시아에서 발견되었다니 배시시 웃음이 나는건 뭐지 ㅎㅎ

이 동굴벽화 이야기 외에도 황하문명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앞서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있었다는 걸 중국도 인정하게 한 '훙산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관심이 많았던 분야이지만 동북공정문제도 그렇고 과학에 집중해야 하기도 하고 해서인지 이 책에선 강수량과 문명의 발달 관련한 연구내용을 소개한다.

책의 뒤에는 부록으로, 전 해에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보게 한 내용을 붙여놓았는데, 오래전 위인들로서의 과학자들만 알았다가 현재적 과학자들의 업적이나 생애를 짧게나마 알수 있어서 나름 의미있었다.

전반적으로 알찬 정보가 가득한 이 책을 보고 나니 앞선 시리즈들도 궁금해진다.

과학 한잔 하실래요? 를 시작으로 사이언스 소믈리에,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사이언스 칵테일, 티타임 사이언스, 과학의 위안, 컴페니언 사이언스, 과학의 구원, 과학을 기다리는 시간 등 매번 다른 제목으로 책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겠다 싶다. 그리고 매번 우수과학도서로 인정받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시리즈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최신과학칼럼을 모아모아 한권으로 보고 싶다면 강석기의 과학카페 에서 과학 한잔 해보기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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