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에 여행을 예약하고 안내서를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과 여행지들에 대한 내용들에 집중하지만 그 안내서의 대부분의 내용은 사실 깨알같은 글씨로 쓰여진 주의사항 들이다. 저자도 (역사속) 어느 여행지를 가든 주의해야 할 사항을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그 주의사항 속에 정말 깨달아야 할 시간여행의 가치들을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 역사속 그 장면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중세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여행객들은 자신의 여행사에게 속았다며 번번이 불만스러운 평을 내놓는다. (p. 107)' 며 중세 시대의 모습을 재현시키는가 하면, '당신이 시간을 잘 맞춰 현장에 도착한다면 이 코덱스들을 슬쩍 가로채서 어딘가에 숨기자. 마른 동굴이다 구덩이에 감춘다면 아마 미래의 고고학자들이 당신의 과감한 행동을 훌륭한 업적으로 갚아 줄 것이다. (p. 144)' 라며 마야의 사라진 기록에 대한 미션을 제안하기도 하고, '공룡들이 그들의 과거에 편안히 머물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 마땅한 이유들을 먼저 살펴보려 한다. (p. 162)' 라며 과거의 역사를 그대로 존중해야 할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재미나게만 여겨지던 시간여행에 대해 '엄밀히 말하자면 약간이 아니라 상당히 큰 행운이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이 책이 출간되는 시점까지도 여행 일정을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p. 186)' 라며 경고하기도 하고, '과거를 향한 동경이 제일 적은 지역은 동아시아와 유럽이다. 본인이 속한 나라의 경제 상황이 좋을수록 과거보다 현재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진다. (p. 197)' 라며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정말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꿈꿀법한 '나 돌아갈래~ 그 시절에 살고 싶다~' 하는 여행이 아닌 아예 이주의 상황에 대해서도 '부유해지기 위한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그 전에 부디 한 번만 더 신중하고 철저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 오직 시간 여행의 모든 이론적인 문제들을 차치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부를 쌓으려면 일단 당신은 신원과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그리고 과거로 옮겨간 초반 당신에게는 이들 둘이 없다. 다시 말해 당신은 신분 증명 같은 서류가 없는 이주민이다. 이로 인한 모든 불이익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바로 그 과거에는 당신 자신이 이미 태어나 있으므로, 그곳에서 당신은 영원히 이중으로 존재하게 된다. (p. 210)' 라며 현실적 조언을 해주고 '지구로 떠나는 시간 여행에는 당연히 한계까 있다. 3억년 이상의 과러로는 떠나기가 어렵다. 그 이전에는 숨을 쉴 충분한 산소가 없기 때문이다. (p. 212)' 라며 과학적으로 시간여행지에 대한 충고를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듯 이런저런 과거의 시간대로 여행을 (방구석에서 책을 읽으며^^)하더라도 '만약에 ~이랬다면' 이라는 아쉬운 장면들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테마여행을 소개하는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과거로 돌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간 여행에 관해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아홉 가지 신화를 모아 보았다. (p. 224)' 라며 시간여행에 대한 오해와 사실들을 정리해주는데 또다시 과학과 역사를 오가는 문장들을 읽다보면 '세상 개선하기는 기운을 회복하고 충전하는 휴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오늘날의 시선에서 분명해 보이는 혁신적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과거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다. 일말의 관심이 존재하는 곳에서도 변화는 여전히 먼 일이다. (p. 250)' 라는 저자의 말을 수긍하게 된다. 시간여행은 '여행'일뿐이다. '여행'일 뿐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워 하는 시간여행자들을 위해 저자는 '당신이 발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돌' 과 '강행해도 되는 것들' 을 알려준다. 과거의 역사에 개입해서는 안되지만 아주 살짝은 괜찮다며 '역사에서 아쉬운 부분을 살짝 고치는 작업은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지 않으며, 특히 짧은 휴가 안에서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다. (p. 272)' 는 저자의 말에 점점 더 시간여행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도 한다. 저자는 홍보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ㅎ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정말 가능하다면 장단점이 무엇무엇일까? 3부에서는 '시간 여행자를 위한 필수 여행 정보'를 통해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으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생각해보게 한다. 일종의 여행제안서 처럼 읽히기도 한다. 이런 주의 사항이 있고 이런 위험이 있고 이런 준비가 필요한데 이 여행을 하겠느냐고 묻는 것도 같다. 그리고 책을 마무리 하며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라는 후기를 통해 시간여행의 불가능성을 토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