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 테라피
최광현 지음 / 부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 테라피

저마다 건드리면 툭 터지는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있다!

내 안의 상처와 가족, 그리고 치유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을 기억한다. 작가와 책 제목 모두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었다. 심리서들을 한창 읽어대던 시절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저자였다. 어느새 10주년 리커버판이 나왔다고 하니 이런 격세지감도 오랜만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리커버판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위로받았다.

가족 심리학을 상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좀 더 대중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부부나 가족 문제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모든 사람이 가족상담을 쉽고 편안하게 받을 수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상담을 대신할 수 있는 가족 심리학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p. 7)

이 책은 가족 심리학 책이다. 저자는 이 분야 전문가이다. 독일에서 유학해서 그런지 내용 중간중간 프로이트적 무의식에 대한 언급들이 있어서 반가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프로이트를 존경하고 그의 학문에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프로이트의 학문을 계승하고 있는 학자들을 만나면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든다. 언제부턴가 심리학책이 흔해진 시대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족 심리학' 책은 여전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구분이 크게 필요친 않다. 그래도 차례에 따른 흐름을 정리해보자면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고 지금의 배우자를 살펴보며 상처를 주고받게 된 가족을 확인하면서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한 마음들을 배워보는 순서랄까. 이 책은 다른 가족관계보다도 부부관계에 좀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가족의 기본 토대는 부부라서 그런가.

부부가 이해할 수 없는 싸움을 계속하거나, 도저히 부부관계가 힘들어진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특히 자신의 어린 시절이 행복하지 않았다면 더욱 개연성이 높다. 전이감정을 일으키기 쉬운 사람들, 즉 '높은 전이감정 경향성'을 지닌 이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상처가 크다. 상처 받은 어린 시절의 내면아이가 지금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p. 19) 가족은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곳이다. 우리가 가족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감정을 경험하였는가는 평생 동안 간직될 감정의 채널을 고정시키게 만든다. 어린 시절 경험한 외로움이 평생 지속되는 이유이다. (p. 23)

심리서를 좀 읽어봤던 이들이라면 '내면아이'라는 개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엔 어린시절 또다른 내가 있다, 내면아이.

그 아이가 함께 자라서 떠날 수도 있고 자라지 못하고 머물러 있을 수도 있고 그림자처럼 숨어있을 수도 있다. 부부가 됐건 부모자식이 됐건 모든 가족관계는 결국 내 마음 속 내면아이의 감정채널과 연관된다. 가족문제는 결국 내마음 문제인 것이다.

부부는 자신이 근본적으로 뿌리를 둔 가족 전통과 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각 배우자는 이전 세대의 가족 문화와 전통을 새로 시작하는 결혼생활로 가져온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불행의 씨앗이든. (p. 67) 어린 시절 부모가 가정에 무관심하여 늘 외롭게 자라온 이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신을 무관심하게 대하고 그로 인하여 외로움을 느끼게 만들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자랄 때 가족들로부터 비난받고 무시당한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린 시절의 가족과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p. 89)

연어는 알을 낳기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회귀본능이 있다고 한다. 코끼리로 죽을 자리는 알아서 찾아가 죽기 때문에 상아무덤이 있다고도 한다. 사람에겐 좋건싫건 익숙했던 가족의 모습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패러다임의 변화다. 직시하고 인정하고 독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행의 패턴을 똑바로 바라보는 용기가 그 출발점이다. 직면의 대상은 어린 시절의 상처이다. 자신 안에 존재하는 상처 받은 내면의 아이를 고찰하며 자기 공감의 경험을 가져야 한다. (p. 102) 과거의 불행을 해결하려 무의식중에 헛되이 애를 쓰면서 현재의 삶까지 불행에 빠지고 마는 쳇바퀴를 벗어나는 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p. 104)

상담 치료도 한번으로 끝날 수 없듯이 스스로에 대한 직시도 한번으로 해결될 수 없다. 지속적인 노력, 그 사이 점진적으로 나아지는 내면아이... 내 마음속의 내면아이도 중요하지만 사실 부부나 가족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살펴야 하는 아이는 현실속의 아이다.

가족 내에서 어떤 갈들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은 아이다. 문제를 일으킨다고 아이만 닦달하거나 바꾸려고 애쓰기보다는 먼저 아이의 변화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시스템적 관점에서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p. 125) 부모에게는 누구든 한 사람만 그 역할을 맡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희생양이 된 자녀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의 고통스런 상태를 재빨리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죄책감을 과도하게 갖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만큼 겁이 많고 조화를 갈구하는 아이인 경우가 많다. (p. 157)

저자는 '가족 희생양의 원인은 대체로 부부갈등' 이라고 말하면서 '가족 희생양은 가족 중 한 사람의 희생으로 가족 구성원 전체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다고 한다. '부부 갈등의 회피 수단으로 희생양이 만들어 진다는 것' 이다. '희생양 매커니즘' 은 가족안에서 더욱 은밀하게 작동한다. 예민한 기질을 타고 난 것이 죄는 아닐터인데 타고난 기질이 가족에게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마음아픈 일이다. 하지만 '가족관계에서 스스로 맡아야 할 그 이상의 역할은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저자의 조언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오히려 가족의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라는 저자의 말을 믿어보자.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은 아무런 기대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서 어떤 식으로든지 '본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풀고, 자녀는 다시 부모가 되어 그것을 자신의 자녀에게 돌려주면서 돌봄과 베품이 세대를 통해 내려가는 것이 결국 인류의 삶을 면면히 이어지게 하는 기본 원리이다. (p. 171)

하지만 이 기본원리가 지켜지는 가정은 의외로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자식들에게서 본전을 뽑으려는 부모들은 상당히 많다. 내리사랑의 기본원리를 숙지한 부모가 많아질때 세상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텐데 말이다. 적어도 나만이라도 나부터라도 이 기본원리를 꼭 지켜보자고 다짐해본다.

어린 시절 힘들었던 경험은 우리에게 흔적을 남깁니다. 부모와의 관계나 집안 분위기 등 어린 시절 경험은 우리 인생의 안내자 구실을 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인생은 이 경험에 따라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집니다. 현재의 감정과 행동은 과거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나 결핍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p. 219) 불행한 어린 시절은 우리를 사막에서 필사적으로 물을 구하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우리는 사막에서 물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물을 구하지 못해 더욱더 물을 찾고자 사막 한가운데를 헤맵니다. 우리는 사막에서 물을 찾고자 헤맬 것이 아니라 사막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여기서 심리치료는 사막을 나가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p. 227)

사막 비유를 읽으며 무릎을 탁 쳤다. 아하 그렇구나 싶은 깨달음이랄까.

사막에서 물을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왜 굳이 사막에서 물을 구하려 하는가? 저자의 말처럼 사막을 나오면 될 것을!

넘어져 깨진 무릎에 딱지가 앉고 떨어져 흉터가 생길지언정 상처는 언젠가 아문다. 어린 시절의 힘들었던 상처를 계속 스스로 벌릴 것이 아니라 딱지가 앉고 아물수 있도록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희미해진 흉터를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가 경험한 아픔은 사랑과 얘정의 결핍이 아닌 소통의 문제였다. 나의 상처는 우리나라 가정에서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나는 사랑은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포옹을 통해 전달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p. 262)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데, 말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본인이 아니고서 그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마음은 표현해야 안다. 말은 들어야 안다. 사랑은 안아주어야 안다.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함과 담담하면서 힘있는 조언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사례들에서의 공감을 통해 저절로 마음의 치유를 돕는 책이다. '긴장과 갈등을 푸는 열쇠는 나 자신에게 있다. (p. 289)' 라는 저자의 말은 너무 당연해서 화가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는 현명한 팁이다. 결국 가장 힘든 것은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을 위한 답이 밖에 있을리 없다. 나 자신에게서 어떻게 그 열쇠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이 책이 알려주는 여러 힌트들을 통해 각자에게 맞는 열쇠를 찾게되기를...

ps. 예전에 저자의 책을 몇 권 더 읽었었다. <가족의 발견> 이라는 책이 정말 큰 힘이 됐었다. 이 책도 10주년 리커버판으로 다시 나와서 새롭게 읽어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