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 -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대수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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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을 때

욕망의 유혹, 한계, 착각과 두려움 너머

원하는 나로 변화할 수 있는 과학적 사고법

사람의 심리를 어루만지는 책은 늘 있어왔다. 때로는 문학이기도 했고 때로는 에세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심리학책이기도 했지만 근래엔 뇌과학적 접근이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뇌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을 살고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지난 25년간 뇌를 연구한 한 과학자가 연구 결과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뇌 사용설명서다. 독자들이 한걸음 떨어져 자신의 뇌를 관찰하고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뇌 과학 지식들과 경험을 담고자 했다. (p. 13)

'뇌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을 깨닫게 하는 책은 아니었지만 뇌과학적 지식을 통해 나의 뇌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한 책이기는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전사용설명서를 꼼꼼이 읽지 않듯이 뇌사용설명서도 꼼꼼이 기억하게 될 것 같진 않다. 그만큼 내가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책의 제목을 유혹적으로 지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국어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수학자, 철학자에게 각각 '공간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라고 질문한다면 아마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국어학자 :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는 장소이다.

물리학자 : 어느 한 위치가 3개의 좌표 축에 의해 기술되는 것을 말한다.

천문학자 : 우주에서 물질 외에 모든 빈 부분이다.

수학자 : 내가 말해줘도 당신은 이해하지 못한다. 유클리드 공간, 힐베르트 공간, 확률공간, 위상공간 이다.

철학자 : 공간은 관계인가, 실체인가? (p. 126)

저자는 뇌의 공간인식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유머러스하게 위와 같은 표현을 했을 뿐 뇌과학자로서의 답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답을 궁금해하기 전에 나는 이 대답들을 읽으며 빵 터져서 혼자 웃었더랬다. 뇌과학 책을 읽으며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 저자의 능력이다. ㅎㅎ 뇌과학자인 저자는 아마도 '신경신호로 이루어진 실체없는 지도' 라고 답하지 않을까.

한 인간의 본성은 뇌가 모두 깨어 있을 때 판단해야 한다. 운전 중에 공격성이 증가하는 것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전두엽이 운전에 집중하다 보니 그만큼 시상하부의 공격성을 다스리는 일에 소홀하게 된다. (중략) 공격적인 언행을 하며 되갚아주기보다 너그러이 이해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만큼 상대방 뇌의 전두엽 기능이 부실한 것이고 그로 인해 그는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p. 201)

뇌과학자라서 그런지 프로이트적 무의식에 대해서는 크게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뚜렷한 자기 소신을 부드럽게 설명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공격적 언행을 하는 상대방을 '뇌의 전두엽 기능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여기라는 데에서 또한번 웃음이 났다. 사실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태도는 나자신을 너그럽게 만든다. 상대방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 그것이 뇌과학적 지혜라니! ㅎ

생존을 위한 적응의 규칙은 시공간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뇌는 정해진 규칙에 적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규칙에 적응하기 위한 기제다. (p. 236)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뇌의 능력은 대부분 고정적인 지식을 판단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뇌의 기본 성질은 '변화하는 규칙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인류가 현재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주어진 정보와 정해진 답만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보다는 변화에 적응 가능한 뇌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믿으며 조금은 안심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해봐도 되지 않을까싶다.

이 책을 집필할 때,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아는 최소한의 지식만 전달하자는 것이다. 독자들이 다른 책이나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얼마 되지 않는 뇌 과학 지식일지라도 독자들에게 생각할 재료가 된다면 성공이라 생각했다. 이제 5부에 걸쳐 뇌가 가진 특징과 한계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전달했으니 나의 임무는 끝났다. 끝으로 내가 뇌 과학을 통해 깨달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면서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p. 255)

책은 6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6부의 제목이 책제목과 동일한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 이다. 1부에서 5부까지는 뇌과학적 지식과 정보를 다양한 연구결과들과 함께 쉽게 전달해주고 6부에서 좀더 실생활적인 팁을 알려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저자의 마무리 인사말을 책의 제목으로 뽑은 건 책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여하튼,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팁 몇가지를 옮겨놓아본다.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가 쓴 베스트셀러 [기브 앤드 테이크]에는 세 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구분한다.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인 기버,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챙기려는 사람인 테이커, 받는 만큼 주는 사람인 매처다. 이 중에서 테이커에 해당하면서 겉으로는 기버인 것처럼, 때로는 매처인것처럼 행동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p. 264)

인정. 적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단어다. (p. 273)

나는 슬프게도 지금까지 테이커에 해당하면서 겉으로는 기버인척 때론 매처인척 행동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여럿 만난 것 같다. 문제는 내가 늘 기버 였다는 점이다. 그때 이 책 내용을 알았더라면 나았을까? 하지만 지나간 시간에 대해 '만약에'라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 그저 그땐 그랬지 하며 '인정'하고 넘기는 수밖에. 그리고 지금도 내 주변에 있는 테이커에 대해 특히 ~척하는 테이커에 대해 조심하자고 마음다잡아 볼 뿐...

뇌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교육 및 사회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 되고 있다. 어릴때부터 나와 뇌의 생리학적 신호를 분리해 스스로 뇌를 관찰하고 교육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스스로 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교육하고, 발전시키는 능력을 소유한 소수의 사람들이 성공과 보람을 갖게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p. 256)

저자는 티비강연에서 봤던 김대수 교수였다. 강연을 참 재미있게 봤던지라 '카이스트 학생들을 사로잡은 최고의 명강의' 라는 홍보문구에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하지만, '일과 생활의 모든 과제에 뇌 과학이 답하다' 라던가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항해할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이고 명쾌한 안내서' 라는 문구는 좀 과하다 싶다. 물론 읽기 전엔 이러한 '답'과 '안내'를 기대하고 읽은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러한 과한 홍보문구가 없었다면 더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은 충분히 재미있고 잘 읽히며 유용했지만 홍보문구의 방향과는 맞지 않았다. 적절한 홍보문구가 이 책을 수식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정재승 박사의 추천사도 좀 과한 것 같다. '글을 읽으면서 내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삶이 힘들거나 지쳤을 때, 내 삶에서 길을 잃거나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울 때, 누군가에게 상처받았거나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할 때, 과학으로 밝혀낸 작은 진실이 위로와 조언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모든 페이지에서 증명한다. 어설픈 장광설보다 따뜻한 과학자의 냉정한 뇌 과학이 더 큰 위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라는 추천사를 보며 정말 혹 했었다. 하지만 정재승 박사는 글도 잘 쓰지만 추천사를 더 잘 쓴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칭찬도 너무 과하면 불편한 법이다. 기분좋을 만한 적절한 칭찬이 바람직하다. '어설픈 장광설 보다 따뜻한 과학자의 냉정한 뇌 과학이 더 큰 위안이 될 수 있음'을 알지만 이 책은 위안이라기 보다는 지식에 가까운 책이었다.

여하튼, 다시한번 말하지만 책은 술술 잘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강연에서 느꼈던 그대로 글도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내고 있어서 가볍게 읽히니 좋았다. 뇌과학이라는 단어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저자가 풀어놓는 뇌과학은 어렵지 않았다. 과한 홍보문구와 추천사 가 아니었어도 책 자체가 주는 정보와 편안함만으로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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