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머슨은 '이탈리아, 잉글랜드, 이집트로 여행을 가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미신이 교양 있는 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자기 문화가 없어 이런 일이 생긴다. (p. 53) 모든 사람이 사회가 진보했다고 자랑하지만, 진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회는 결코 진보하지 않는다. (p. 57)' 고 말하며 스스로가 볼수없는 것에 대한 허망한 상상을 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사회는 하나의 파도이다. 파도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파도를 만들어내는 물은 전진하지 않는다. (p. 59)' 라며 파도에 휩쓸리기 보다 파도를 일으키는 근본원인과 파도의 물적구성인 물 자체를 관찰해볼 것을 제안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기신뢰'를 얻을때 스스로가 충만해질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을 읽다보니 [시크릿] 이라는 미국식 자기계발서가 왜 탄생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다만, [시크릿] 과 [자기 신뢰]의 차이는 개인적 성공과 만인의 행복 이라는 목표지점이 다르다고나 할까.
[자기 신뢰]라는 에세이는 이 책에서 가장 쉽게 읽히면서도 가장 핵심적인 에세이였다. 이 짧은 에세이가 엄청난 파급력을 가졌던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어지는 에세이인 [운명] 은 운명론적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개혁하는 인간] 은 스스로를 개혁함으로써 공공에 베푸는 사람이 될 것을 강조하는데, [자기 신뢰]만큼 명확하게 다가오진 않으나 에머슨의 개혁적 '인류애'를 느낄 수 있었다.
에머슨은 심도깊은 연구를 한 사상가라기 보다는 활발한 강연자로 활동해서 그런지 세편의 에세이 모두 비교적 가볍게 읽혔다. 그러나 이 짧고 쉬운 언어들이 당대의 엄청난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들자면 엄청나게 무거워질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나는 아직 스피노자도 니체도 소로도 잘 알지 못하기에 앞으로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이들의 책이 올라가 있다. 그리고 에머슨의 에세이를 읽음으로써 나중에 범신론적 철학서들을 읽을때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