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 이 있고 '무엇을 분명하게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을 나도 나이들어가면서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인 프레임도 그렇지만 현실에 대한 인식도 그러하다. 지금 미국 사회에서의 흑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런 이야기를 할때가 되어서가 아닐까... '환영을 보는 재주 (p. 430)'를 가진 마커스는 운명처럼 마조리를 만난다. '고향에 온 걸 환영해 (p. 444)'
<누가 죽음을 두려워 하는가> 라는 소설과 <세일럼의 검은 마녀 나 , 티투바> 라는 소설을 통해 핍박받는 삶속에서 지켜지는 아프리카 토속적인 '이어짐'을 느꼈다면 <워터댄서>라는 소설을 통해 보여지는 흑인노예로서의 참혹한 현실이 <프라이데이 블랙> 과 <롱 웨이 다운> 이라는 소설속 현실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밤불의 딸들> 은 그 모든 것을 다 풀어내고 있었다. 한명한명의 삶의 몇장면을 읽는 것만으로 300년 흑인노예 역사책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이 소설은 쉽고도 몰입감 높게 읽히는 소설의 장점과 구체적 현실감이 느껴지는 역사로서의 장점을 모두 갖춘 책이었다.
흑인의 삶을 다룬 소설이 자꾸 나오고 호평을 받는 다는 것은 지금 우리시대가 읽어야 하고 알아야 할 것들이 그 작품들 속에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가 읽기를 권하는 책은 더 잘 캐치해서 읽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또 많은 나라에서 읽혀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의 미국사회에 특히 백인들에게 널리 읽히고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고 많이 평등해진 것 같지만 삶엔 여전히 투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