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라주던 매력을 알아봐준 단 한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과 나는 어떤 인연일까? 어떤 의미일까...
세편의 단편 뒤에는 [공명을 위한 온도와 속도] 라는 저자의 에세이 한편이 작가후기 처럼 덧붙여져 있다. '나의 길, 나혜석' 이라는 전시를 수원에서 본 이야기를 하며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 대한 작가로서의 소회를 밝히고 있었다. 나혜석 작품 전시회를 본 기억이 나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저마다 감상은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만일 이 책에 담긴 세 편의 소설을 즐기는 동안 살면서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 되뇌어보실 수 있다면, 자신을 지키고 삶의 쾌적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떠한 형태의 관계를 맺을지 조율해보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p. 146)' 라는 작가의 말을 보며 작품내내 흐르는 '온기'를 재확인 할 수 있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선 동성애가 자주 보인다. 황정은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 만 해도 피투성이였던 사랑은 이제 가볍고 산뜻한 분위기로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 무거웠던 가족이라는 가까움이 내삶에서 거리를 두고 멀어져간 사이 다른 관계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관계'도 변했을 것이다. 그렇게 변화된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가장 '쾌적한 온도'를 찾아내는 과정을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들이 쉽게 읽혀서 더욱 좋았던 책이었다.
ps. 세 편의 작품 제목들로 뭔가 연결되는 문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유치하지만) 한번 생각해 봤다.
'오프닝을 건너뛰지 않고 차근차근 보다보면 늘 마시던 미지근한 술도 어느날 쾌적한 한잔으로 느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날 아마 외치게 되지 않을까, 한잔 더! 앙코르! 하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