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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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

나, 너, 우리의 무의식을 읽어낼 때 인생이 달라진다!

심리학이나 뇌과학 정신분석학 등등 정신의학자들의 책을 종종 읽다보니 정신의학의들의 책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는 것을 알았다. 프로이트 와 융. 그리고 대부분이 융의 후학들이었기에 [프로이트의 의자] 라는 책을 통해 프로이트의 뒤를 잇는 국내 정신분석의학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프로이트를 무척 존경한다.

책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여덟가지 행복 관리의 기술' 이라며 인생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조언을 여덟가지 판으로 구분해 놓았다.

첫번째 판 - 헤어져야 하는 것과 헤어지려면 : 상실감 다루기

두번째 판 - 꿈이 현실이 되려면 : 환상 다루기

세번째 판 -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 : 자기애 다루기

네번째 판 - 내가 숨긴 나를 찾으려면 : 정체성 다루기

다섯번째 판 - 확신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 초자아 다루기

여섯번째 판 - 망설이지 말고 움직이려면 : 열등감 다루기

일곱번째 판 - 다른 사람과의 경계선 지키기 : 공격성 다루기

여덟번째 판 - 끝없는 외로움에 잘 대처하는 법 : 고독감 다루기

그러나, 이러한 구분들이 뚜렷하지는 않다. 차례에서 이렇게 나눠놓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러한 주제들로 나뉠수 있으리라 생각지 못할만큼 글은 대부분 평이한 조언들이다. 프로이트적 해석도 딱히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오랜 세월 경험과 연구로 내공이 다져진 정신분석의의 에세이로 읽혀지는 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금은 단단한 힐링 에세이 라고나 할까.

첫 만남에서 분석가가 희망, 낙관을 이야기한다면 분석의 실체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의심을 해도 됩니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신선한 해석'을 던진다면 풋과일을 맛보라는 것과 같은, 미숙한 해석입니다. 분석의 견고한 기반은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알아보려는 태도입니다. 첫 만남부터 섣부른 해석을 하기보다는 초면의 사람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말로 옮겨 표현하도록 합니다. (p. 42) 자기 과시가 아닌, 이해하려는 태도를 분석가가 보여야 피분석자의 마음에 희망과 변화를 불러올수 있습니다. (p. 43)

역전이를 피할 수 있는 분석가는 없습니다. 알아채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모르고 분석을 진행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말과 행동이 나옵니다. (p. 69)

프로이트 사후에 정신분석가는 모름지기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널리 퍼졌습니다. 잘못된 견해입니다.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은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p. 205)

상투적인 질문, 뻔한 해석으로 마음을 헤집으면 분석이 아니고 분열입니다. 분석은 마음을 조각내는 것이 아니고 이미 조각난 것들을 연결해서 봉합하는 작업니다. (p. 207)

책을 읽으면서 정신분석가나 정신분석작업?!에 대해서 저자가 알려주는 내용들이 오해와 편견을 깨는데 도움을 줄 수있을 것 같다. 정신분석을 하고 싶은데 어떤 정신분석의를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면 저자의 조언들을 새겨두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명철하고 쓴 소리를 부드럽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어 보인다. 어떤 태도의 정신분석의가 좋은 의사인지 생각해보게 된 것도 좋았지만, 분열 과 분석을 명확하게 구분해준 것이 크게 와 닿는 깨우침이었다.

[꿈의 해석]은 읽기 어렵습니다. 꾹 참고 읽으면 꿈과 무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 고리를 깨닫게 됩니다. (p. 71)

세상을 돌아다니는 인생 대본은 두 종류입니다. '내적 성찰'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 그리고 '투사'에 기반하는 것입니다. 성찰의 정의는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입니다. 투사의 정의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등을 남에게 돌림으로써 자신을 정당화하는 무의식적인 마음의 작용입니다. (p. 89)

정신분석 중에서도 자아심리학이 보는 마음에는 세 가지의 중요한 장치가 늘 작동합니다. 이드(본능과 욕망), 초자아(양심, 도덕, 이상), 자아(나)입니다. 초자아와 자아는 각각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에 속합니다. 이드는 무의식에만 속합니다. 자아는 현실(상황,조건0, 이드, 초자아 사이에서 조정을 해서 합의를 보는 역할을 합니다. (p. 100)

프로이트의 업적의 핵심은 자이 성찰과 자기 부정의 반복이었습니다. 고심 끝에 내놓은 이론도 허점이 보이면 과감하게 새 이론으로 바꿨습니다. 낡은 이론도 버리지 않고 좋게 만들려고 애를 태웠습니다. 이름이 난 후에도 권위를 지키려고 기본 이론을 고집하지는 않았습니다. (p. 178) 그는 노력형 천재였습니다. (p. 179)

프로이트가 초기에 주장한 대표적인 에너지는 '리비도(libido)'였습니다. 일각에서는 리비도를 '성욕'으로 매도했지만 본래 의미는 '삶의 에너지'입니다. 프로이트는 리비도 개념으로 심리발달, 일상행동, 정신병리 같은 마음의 구석구석을 연구했습니다. (p. 276)

[꿈의 해석]을 읽으려고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데 전문가도 읽기 어려운 책이라고 하니 새삼 걱정이 된다. 하지만 '성욕에 대한 세편의 에세이'라는 프로이트의 책을 읽으며 프로이트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배운게 많아서 꼭 읽어볼 것을 다시한번 다짐해 보기도 한다. 여하튼, 책속에서 프로이트의 학문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나올때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프로이트의 논리에 대해 성욕으로만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왜곡과 오해를 저자가 바로잡아 주는 점은 더더욱 반가웠다. 비록 한권이긴 하지만 프로이트 저작 중 한권을 원전 번역본으로 읽고나니 나또한 그러한 편견으로 좁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웠었다. 프로이트의 논리는 성욕으로'만'이 아니라 '근원적 에너지'로서 설명하고자 한 것이었다. 하나의 중심적 뿌리를 세우고자 했다는 점이 융과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융은 개별적인 논리를 세우고자 했고 프로이트는 통합적이면서 근원적인 논리를 세우고자 했다. 어쨌든 창시자는 프로이트이기도 하고 논리적 맥락이 매력적이라서 프로이트에 대한 관심은 쭈욱 갖고 가게 될 것 같다.

마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성장 이정표'를 따라 움직이는데, 영어 단어 '이정표(milestone)'에 '돌(stone)'이 들어 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두 종류의 돌을 만납니다. 디딤돌과 걸림돌. 디딤돌은 딛고 일어나서도록 삶을 돕습니다. 걸림돌은 걸려서 넘어지거나 삶에 상처를 줍니다. 살아보니 디딤돌도 사람이고 걸림돌도 사람입니다. (p. 234)

외로움을 고치는 방법은 고독감으로 옮겨 가는 것입니다. 외로움은 남과 관계가 끊어진 상태이고 고독감은 나와 내가 관계를 맺은 상태입니다. (p. 299) 성격이나 성향을 단숨에 고칠수는 없지만 바라보는 안목은 바꿀 수 있습니다. 외로움은 부정적 혼돈이고, 고독감은 긍정적 몰입입니다. (p. 300)

정신분석에 대한 설명도 프로이트학문에 대한 설명도 개인적으로 좋긴 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자 주요내용은 살면서 느꼈을법한 마음들에 대한 심리적 '조언'들이다. 그리고 그 조언들속에 주옥같은 명문장들이 등장해서 메모해두고 싶게 만든다. 내가 가장 좋았던 문장은 위에 인용한 저 두 가지 이다. 디딤돌과 걸림돌 그리고 외로움과 고독감. 다시 읽어봐도 두고두고 새겨둘만한 좋은 말이다.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이라는 제목은 아마도 '무의식'에 대한 의미였을 것이다. 무의식은 말그대로 의식하지 못하는 것, 나도 모르게 내가 하는 말과 행동 속에 숨어있는 것이다. 그러한 숨어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고 되짚어보며 무의식을 잘 캐치해낸다면 저자의 말처럼 내 인생의 판을 바꾸는 새로운 '안목'을 얻게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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