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에게 한 대사는 아니지만 허초희에게도 해당하는 대사였다. 허엽의 첫째부인 자손 말고 둘째부인의 자손인 허봉, 허초희, 허균 삼남매는 셋다 그 시대의 천재라 여겨질만한 출중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셋다 비운의 명으로 스러졌다. 특히나 억압받던 여성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었던 허초희의의 삶은 더욱 극적인 비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난설헌은 허초희 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신사임당의 이름이 '인선'이라는 설에 대한 역사적 자료는 없다고 한다. 이름도 없이 호 라도 전해진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여성이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렸을때 호적등본인가 하는 서류에서 할머니 성명란에 '한氏'라고만 기재되어 있어 성씨말고 이름은 무엇인지 물어봤었는데 집안 어른 중 누구도 대답하지 못해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 결혼전에 불리던 호칭이 명칭이 이름이 있었을텐데 왜 아무도 모르는 건가;;; 족보에도 그저 '한씨' 였다...
작품 뒤에는 '혼불문학상 심사평'이 있다. 이 소설은 혼불문학상 1회 수상작이다. 그런데 그 수상년도는 2011년 이고 그래서인지 '작가의 말'도 2011년 버전이다. 리커버 판에 굳이 예전의 혼불문학상에서 떨어진 작품들과 비교한 심사평을 그대로 실었어야 했는지 그리고 그 수상에 대한 작가의 소회가 아닌 리커버판에 대한 새로운 '작가의 말'을 실을 수는 없었는지 아쉽다.
오랜만에 다시 읽은 소설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끊어지는 맥이 도드라져 보이고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서술이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설헌'은 소설적으로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분명 픽션이지만 마치 역사처럼 읽히는 이 소설이 주는 처연하고 처연하고 또 처연한 난설헌의 삶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슴저려하며 읽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