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당신이 왜 우울한지 알고 있다 - 나의 알 수 없는 기분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처방전
야오나이린 지음, 정세경 옮김, 전홍진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우울증은 마음이 아니라 뇌의 독감

인생의 문제 중 대부분은 뇌에서 시작한다

인생의 문제 중 절반은 외부에서 우리에게 던져진 것이며, 다른 절반은 뇌가 우리에게 던져준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는 뇌과학의 어려운 내용도 쉽고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p. 7) -추천의 글 中-

'현대인에게는 뇌과학이 필요하다'는 추천사에 공감이 갔다. 심리학도 정신의학도 다른 학문에 비해 그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인데 그 학문들이 제대로 정립되기도 전에 '뇌과학'에 의해 다시 재정립해야할 시대가 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이제 마음의 문제라 여기던 심리학과 정신의 문제라 여기던 정신의학은 '뇌과학'에서 만나고 있는듯 하다. 이 책은 3부로 나뉘어 뇌과학적 측면에서 심리문제와 정신질병을 다루고 있다.

우울증은 일반적인 기분저하나 슬픔 또는 즐겁지 않은 기분과는 다르다. 보통 우울은 불안을 동반한다. 우울증 환자 중에는 불안 문제를 겪는 사람이 많은데, 3분의 2에 이르는 우울증 환자가 불안장애의 임상 기준에도 부합한다. 불안 문제는 대부분 우울증이 발병하기 1~2년 전에 나타나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증세가 뚜렷해진다. (p. 20) 우리가 우울중에 걸릴지 아닐지는 유전요인이 40퍼센트를 차지한다. 나머지 60퍼센트는 다양한 환경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p. 34) 여성의 정서적 건강에는 거주 조건이, 남성에게는 사회적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p. 37)

첫장에서는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우울증'을 다룬다. 우울증과 불안증과의 관계나 유전요인에 대한 내용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의해 정서가 더 크게 좌우되는 성별이 남성이라는 점도 새로웠다. 여성보다는 오히려 남성이 혼자 살기 힘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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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말해 유전자와 환경이 상호작용해야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p. 116)

다시말해 부모의 보살핌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이의 신경생물학적 특징과 행동의 특징에 영향을 준다. 또한 이런 특징은 유전자 발현이 변화하는 방식으로 대를 거쳐 유전된다. (p. 123) 유아기의 경험은 대뇌 발달과 신경회로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며, 성인이 된 뒤에 스트레스와 역경에 대처하는 능력과 자기효능감을 결정한다. (p. 126)

외상후스트레스장애도 유전요인과 관련이 있었다. 같은 사건을 겪어도 모두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지 않는것은 유전요인과 성장환경에 의해 누적된 개인의 성향이 큰 영향을 준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유전은 대를 물려 이어지기에 긍정적으로 변화된 유전요인을 다음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양육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유전은 그대로 똑같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변형되고 적응된 것이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내손자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내아이의 기질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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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높은 확률로 유전된다. (중략) 스웨덴에서 81만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 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정에서 ADHD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ADHD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주장이 아니다. 그보다는 ADHD의 여러 핵심 증상이 교육을 받는 햇수나 업무능력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ADHD환자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가 낮아지고, 그 결과가 다음 세대에게도 심리적으로 경제,사회적으로 대물림되는 것이다. (p. 187~188)

ADHD가 유전된다는 것도 새로웠지만, 환경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면서 마음한켠이 쓰려왔다. 질병은 유전된다. 그런데 그러한 유전은 사회적, 경제적 계층격차로 인해 어쩔수 없이 유전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같은 질병도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이 다르다. 유전적 요인이 큰 질병의 경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유전될 확률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그 사람들의 유전자가 문제가 아니라 계층격차 때문임에도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안되는 것인데 말이다...

인류 역사에서 종종 벌어지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시기 덕분에 진화 과정에서 사이코패스적인 특징이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 기세를 떨칠 수 있었던 이유다. 전사유전자를 가진 사람들 중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평화로운 시기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악마가 될 수 있지만 전쟁 시기에 살았다면 영웅이 됐을지도 모른다. (p. 232)

역사를 좋아하다보니 역사관련 책을 자주 읽는 편이다. 그런 책을 읽을때마다 과거에 자행됐던 잔혹함에 대해 진저리를 치곤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그런 사건들을 그런 전쟁들을 사이코패스와 연결지어 생각한건 이 구절을 읽으며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읽고보니 정말 그렇다. 잔혹한 시기에 살아남은 사람들에겐 그런 유전적 요인이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유전적 요인이 정도의 차이일뿐 아마 모두에게 있지 않을까. 사이코패스중에서도 양육환경이 좋았다면 정상인으로 자라나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역시 중요한건 성장기의 환경과 경험과 교육이다.

우리의 뇌는 30세가 돼야 안정을 찾으며, 이때 우리는 성숙한 성인이 되는 것이다. (p. 240) 아버지의 나이가 많을수록 생길 수 있는 변이의 양은 어머니의 네 배에 이른다. (p. 242) 내 주변에서 아이의 조기교육 문제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 사람은 심리학과 뇌과학을 배운 사람들뿐이다. 아동기는 사람의 일생에서 뇌의 가소성이 가장 강한 시기다. 이 단계에서는 뇌 신경세포들 사이의 새로운 연결이 빠르게 일어나고 쓸모없는 신경 연결은 빠르게 끊어진다. 이렇게 민감한 단계에는 아이의 감정이 뇌 발달에 영향을 주기 쉽다. (p. 244)

아이가 어릴때부터 경쟁관계에 노출되면 정상적인 인성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조기교육 보다 자유놀이를 추천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참 요즘 사회에선 부모가 선택하기가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여하튼, 뇌가 30세가 돼야 성숙된다는데 과거 20세도 되기 전에 결혼하고 어른노릇해야 했던 조상님들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아이낳는 시기에 대해 대부분 엄마의 나이를 문제삼곤 하는데 유전자 변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엄마보다 아빠의 나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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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뿐만 아니라 과학자들도 뇌와 몸이 상대적으로 독립된 부위라 굳게 믿었다. 정신질환과 신체질환은 서로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던 것이다. 이를테면 우울증은 기분이 나쁜 것일뿐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중략)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는 몸과 뇌에 관한 지나친 오해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p. 324)

이 책의 마지막장은 '정신과 신체가 연결'되어 있음을 뇌를 통해 설명해주고 있다. 예를들어, 위장이 손상되면 뇌세포도 사라지고,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되면 뇌가 조종당한다고 한다. 심리, 정신, 신체 의 문제들은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부분부분들의 연결은 뇌과학의 연구로 인해 더 빨리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보인다. 심리적 감정적 정신적 문제를 느꼈을때 위로와 힐링을 얻을 수 있는 책들도 좋겠지만 최신 연구결과를 담은 이런 책을 읽는 것도 소소한 정보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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