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있어서 죽음은 여성, 그리고 '타(다른곳, 다른 물건, 다른 사람 등)' 또는 낯선 것과 함께 '3대 부정'이라고도 부를 만한 것이다. (p. 106) 앞은 항시 남이고 뒤가 북이고 보면, 사방행위, 인체방위, 지세방위 등이 세 겹으로 엉기게도 되는 것이다. 알기 쉽게 요약하면, 앞=들=남, 뒤=골짝=북과 같이 묶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남산을 앞산이라고 하고, 북곡을 뒷실이라고 불고 있음을 듣게 된다. (p. 117) 산 사람의 머리는 동네 아래로 향하고, 죽은 이는 그 머리를 위를 향해서 두고 있다. 그게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차이다. (p. 119) 진북이나 자북이 기준이 된 동향이 아닌 것이 원삼국시대, 신라의 죽은 이들의 머리 방향이다. 그것은 철저하게 그때그때 계절에 따라 옮아가는 태양 중심의 방위에 의거한 것이다. (p. 129) 살아 있는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안, 가장 목숨 어린 방위로 향하여 살았던 그 동남의 방위에다 옛신라인들은 죽은 이를 자리잡게 한 것이다. 밝고 따뜻한 방위에서 잠들게 한 것이다. (p. 133) 산봉우리의 방위로 누운 시신의 머리 방향은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사람이 지어야 할 몸시늉이다. (p. 138) 상고대의 한반도 북쪽사회에서는 중장제가 시행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p. 139) 뼈가 영혼의 참다운 집이라면, 어차피 쉽게 삭을 살은 빨리 없어질수록 좋은 것이다. (p. 140) 서해안 그리고 남해안 일대에는 초분이 있었다. (p. 145) 영혼의 구원이 없는 저승관은 종교론적으로는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빠져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또 불행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승이란 현실에서 볼 때 꼭 그렇게만 말할 수 없다. 한국인의 이른바 현실주의, 종교적 믿음에 있어서의 기복의 현실주의는 실상 이 저승관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p.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