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탄생 - 오늘을 만든 사소한 것들의 위대한 역사
주성원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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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입고 쓰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이용하는 것들과

해마다 기념하는 날들은 어떻게 우리의 삶이 되었을까?

오늘을 만든 사소한 것들의 위대한 역사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라 역사관련 책을 즐겨 읽는 편이다. 역사라고 하면 대부분 뭔가 위대한 어떤 시간들만을 역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시간'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흘러가는 것이므로 모두의 삶은 다 역사다. 그런점에서 '일상'이라는 평범한 느낌의 역사가 어떤 '탄생'을 거쳤을지 궁금했다. 지금 우리가 부르고 있는 '일상'이라는 시간에 대한 역사적 고찰인걸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런 역사서는 아니었다.

개인적인 흥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어정쩡한 글이 된 것은 부끄럽다. 상식으로 보기엔 편협하고 미시사로 엮기엔 경박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일상생활에서 가벼운 화제를 환기하는, 대화의 양념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p. 346)

'책을 마치며' 마지막 페이지에서 저자가 쓴 표현 그대로 이 책은 일상을 흥미롭게 느끼게 할 수 있는 양념같은 소재들에 대한 책이다. 평소 호기심 많은 성격의 저자가 뭐든지 궁금하면 찾아보던 습관이 잡학, 잡사에 관한 책이나 글에 늘 손이 가게 만들었고 신문기자에서 방송기자로 일하는 동안 그런 개인적 탐구는 늘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일상'이라는 시간적 개념에 대한 고찰을 담은 깊이있는 역사서는 아니었으나 일상을 좀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잡학, 잡사들은 다채로우면서도 가볍게 읽혀서 몰랐던 일상을 알게되는 일상으로 재탄생시켜주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챕터는 크게 8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집과 컴퓨터 관련한 '삶터와 일터', '쇼핑과 패션'. 스포츠와 레저같은 '활동적인 여가생활', 음식들에 대한 '식탁위의 즐거움', 음료와 간식들에 대한 '차 한잔의 여유', 가전과 교통관련한 '편리한 생활', 다양한 술에 대한 '하루의 마무리', 기념일들에 대한 '일 년을 돌아보며' 로 지금은 익숙하지만 그 시작은 어떠했는지 간단하지만 깊이있게 살펴보고 있다.

고대 로마 시대의 공중화장실-칸막이도 없고 남녀 구분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화장실이 사적인 공간이었던 신석기 시대에 비해 사생활 개념이 후퇴한 셈이다. (p. 13)

언뜻 생각하면 조선 시대에 형성된 마을일 법하지만 실제로 지금 있는 것(북촌 한옥마을)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건축된 한옥들이다. (중략) 이른바 '도시한옥'이다. (p. 16)

목욕탕 사교의 전통은 기독교 전파 초기에 단절된다. 기독교에서 '불필요한' 목욕을 죄악시하는 풍토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p. 24)

보일러는 사실 우리의 온돌 문화가 해외로 건너갔다가 역수입된 것이다. (p. 28)

기원전 약 3000~2500년 경 세워진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는 공공 해시계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가 시계를 사용한 역사가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p. 34)

최근에는 채륜이 최초로 기록용 종이를 만들었다는 오랜 학설이 도전받고 있는데, 간쑤성 팡마탄에서 기원전 15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종이 지도가 발굴되면서부터다. (p. 37)

볼타는 1800년 개구리 다리 대신 소금물에 적신 천을 두 금속 사이에 끼워 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볼타 전지의 탄생이다. 볼타 이후 초기의 전지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져 수명이 짧은 데다 휴대도 까다로웠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건전지다. (p. 42)

1901년 그리스 안티키테라섬 앞바다에서 발굴된 난파선 안에 있었던 기계, 이른바 안티키테라 기계는 기원전 1~2세기 고대 그리스인이 해와 달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예측하기 위해 만들었던 도구로 추정된다. 최초의, 또는 초기의 아날로그식컴퓨터로 부를 만하다. (p. 46)

영문 키보드의 글자 배열 방식은 불편한 관습과 편리한 기술의 대결에서 관습이 승리한 사례다. 반면 한글의 경우는 반대다. 키보드의 글자 배열 방식은 불편한 관습을 기술이 보완해 준 사례로 볼 수 있다. (p. 51)

로마의 목욕탕이나 아파트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이전 신석기 시대때의 화장실이 수세식에 개인적 공간구분이 있었다는 점은 신기했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트가 종교적 권력적 상징물인줄로만 알았는데 해시계 역할도 했었구나 도 신기하고 고대 그리스인에게서 컴퓨터로 부를 만한 기계가 있다는 것도 중국에서 새로 발견된 유물로 인해 종이의 역사가 한층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역사를 새롭게 다시 보게 했다. 한옥이 조선시대의 것도 아니고 보일러 힌트가 온돌에서 시작된 것은 맞지만 외국인에 의해서였다는 점도 그동안 몰랐던 역사의 한 단면 이었다. 건전지에서의 건 자가 '마를 건' 자 였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키보드의 역사를 보며 선진기술을 먼저 사용한다는 것이 꼭 좋기만 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점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렇듯 일상을 역사와 흥미롭게 결합시키고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 '원 스톱 쇼핑'을 하는 미국의 소비문화와 달리, 매일매일 주부들이 찬거리를 사는 한국형 소비분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 실패 이유로 꼽힌다. 반대로 주부들의 눈높이를 겨냥한 매대 전시에 집중한 것이 한국 대형 마트의 성공요인이다. (p. 67)

코로나19사태 초기에 대형 마트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졌던 일부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다 할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한국의 온라인 쇼핑 문화와 배송 시스템을 꼽는 사람들도 있다. (p. 74)

편의점과 면세점이 한국에서 꽃을 피우게 된 배경과 한국형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통한 한국형 소비문화를 새삼 느낄 수 있기도 했고 한국의 택배문화가 사재기를 방지할수도 있었구나 싶어 다시 보기도 했다. 속옷이나 향수, 레깅스, 타투 등의 기원을 읽으며 우리가 서양문화에 정말 많이 영향을 받았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기도 했다.

월드컵은 사실 국가 대항전이 아니라 축구 협회 간의 대결이라는 점이다. FIFA가 대부분 국가에서 1개의 축구 협회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국가 대항전이라는 인식이 굳어졌을 뿐이다. 한 국가에 여러 개의 축구 협회가 있는 사례가 몇몇 있다. (중략) 이런 이유로 FIFA 회원은 국제 연합 가입국보다 많다. (p. 109)

스포츠 관련해서는 평소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크지 않은 편이라 그저 그렇구나 하며 읽었는데 월드컵 관련한 부분을 읽으면서는 영국이 단일국가가 아니라 연합국가라는 점이 축구만 봐도 부각되고 있어서 영국의 역사적 분열이 스포츠에서도 확인할 수 있음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요즘 우리가 김치를 담가 먹는 배추, 이른바 결구배추는 '한국 육종학의 아버지' 우장춘 박사가 1950년대에 만든 걔량종이다. 중국 배추와 양배추를 교배해 양쪽의 장점을 모두 갖춘 배추를 만들었다. 배추김치를 본격적으로 김장으로 담그기 시작한 것도 결구배추가 세상에 나온 뒤의 일이다. 한국에서 김치를 먹어 온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우장춘 박사의 노력이 없었다면 김치가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p. 142)

육개장의 어원이 '개고기로 만든 장국' 이었으나 소고기로 바뀌면서 '대구탕반'로 불린 음식이 서울로 올라와 붙은 이름이라는 것도, 냉면, 라면, 짜장면, 짬뽕, 스파게티, 피자, 돈가스, 시리얼 등의 유래도 흥미로웠지만 '우장춘 박사'의 배추 이야기가 가장 놀라웠다. 어렸을 적 읽은 우장춘 박사 이야기에서는 씨없는 수박 밖에 남겨진 기억이 없었던지라 여전히 씨있는 수박을 사먹으면서 우장춘 박사의 업적을 너무 경시해왔구나 싶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침과 저녁 두 끼만을 먹었던 당시 영국인들의 식습관에서 오후의 허기를 달래는 에프터눈 티 문화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귀족에서 시작되어 중산층까지 이어지는 사회 현상으로 발전했다. (p. 190)

코카콜라의 펩시콜라 1900년대 두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미국 문화와 자본주의가 확산하는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p. 195)

설탕이 처음 만들어진 곳은 지금의 인도 지방이다. (p. 198)

카페, 커피(아메리카도), 에스프레소와 드립 커피, 핫초코, 홍차, 콜라, 설탕, 빙수, 아이스크림, 티라미수 이야기들에서는 '애프터눈 티 문화'와 콜라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삼시세끼 를 너무나 당연시 여기면서 간식을 잘 안 먹는 나로서는 영미권 소설을 읽으며 자주 나오는 티문화에 대해 뭘 그렇게 간식을 꼬박꼬박 챙겨먹나 싶었었는데... 18세기 식사가 하루 두끼였다니!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엎치락뒤치락 하는 경쟁은 주류와 비주류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건지 너무도 단순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고 인도에서 시작된 설탕이 어떻게 아프리카와 남미의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연결되었나를 보니 다시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세탁기에 삶는 기능을 넣거나 세탁조를 아래위 2개로 만드는 등 독특한 세탁기가 우리 나라에서 개발되었다. (p. 221)

버스는 옴니버스에서 앞부분이 떨어져 나간 말이다. 옴니버스는 '모두'라는 뜻의 라틴어다. 이 단어가 대중교통에 쓰이게 된 것은 1823년이다. 프랑스 중서부 도시 낭트 변두리에서 스파를 운영하던 스타니슬라스 보드리라는 사업가가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낭트 시내와 스파를 왕복하는 다인승 승합 마차를 운행했다. 이 마차가 섰던 첫 정류장이 한 모자 가게 앞이었는데, 가게 간판에 쓰인 글귀가 'Omnes Omnibus'였다. '옴네스'는 이 모자 가게 주인의 이름이었지만 라틴어로 '모든 것(Omnis의 복수형)'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약간의 말장난을 한 것이다. 굳이 풀자면 '모두를 위한 옴네스' 또는 '모두를 위한 모든 것' 정도가 된다. 어쨌든 낭트 시민들이 이 모자 가게 간판과 마차를 연관시켜 마차에 옴니버스라는 별명을 붙였다. 풀어보면 '모두를 위한' 마차 라는 뜻이니 틀린 말도 아니다. 옴니버스는 곧 부르기 쉽게 버스가 되었다. (p. 240) 당시 승합마차의 노선을 짠 인물은 철학자이자 수학자, 물리학자인 블레즈 파스칼 이다. (p. 242)

21세기 들어 다시 컨테이너선과 여객선에 돛이 등장했다. '로터십'이라는 배인데, 전통적인 형태의 펼치는 돛이 아니라 굴뚝처럼 생긴 원기둥 모양의 돛, 이른바 '로터 세일(rotor sail)'을 달아 보조 동력으로 쓰는 배다. (p. 251)

냉장고, 세탁기, 전화기, 전자레인지, 교통수단들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는 세탁기의 최신 기술이 우리나라에서 발달했다는 것과 제아무리 세탁기가 발달해도 인도에서는 여전히 극빈층에 의한 세탁산업이 활황이라는 것이 대비되면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버스의 어원이 재밌기도 하고, 굴뚝 모양의 돛 이 신기하기도 했다.

물이 오염되기 쉬웠던 시대, 식수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료가 와인과 에일이다. (p. 259)

오랜 항해에서 배에 빠지지 않고 실렸던 화물이 맥주나 와인, 브랜디, 위스키 같은 술 종류 였다. 오랜 항해를 하는 배들은 민물을 싣고 다녔는데, 오래 묵은 물에서 나는 냄새를 감추기 위해 술을 섞어 선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p. 285)

오랜 항해에 상하기 쉬웠던 와인과 달리 한 번 증류한 브랜디는 가격에 비해 양도 적고 잘 변질되지도 않았다. (p. 294)

맥주, 와인, 고량주, 진, 소주, 보드카, 위스키, 럼, 테킬라, 브랜디 등의 술 이야기를 보면서 잘 모르는 양주의 구분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술이 얼마나 일상과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소주의 한자가 燒酒 가 아니라 燒酎 로 쓰이는 것이 일제의 영향임을 알고는 새로운 잔재를 알게 된 것이 씁쓸해지기도 했다. 여하튼, 서양역사물을 읽다보면 술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늘 술에 취해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늘 그렇게 마시는 것이 '물 대신' 어쩔 수 없었구나 싶어서 '숭늉'을 먹었던 우리네 문화가 평화로웠던 이유중 하나가 되려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잔인하지 않은 역사는 잘 없지만 중세전후 유럽역사는 잔인한 장면이 정말 너무 많다;;;

초콜릿을 주고 받는 날이 아닌, 서양 명절인 '진짜'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는 기원후 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에서 결혼을 하려면 황제의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황제의 허락 없이 남녀는 이어 주다 순교한 성직자 성 발렌티누스를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중략)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순교한 성직지가 과연 누구냐는 것. 밸런타인 또는 발렌티누스라는 이름의 순교자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p. 306)

엄밀하게 따지면 부활절은 춘분이 지난 뒤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다음의 일요일로 정해져 있다. 이런 것만 봐도 부활절이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날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크리스마스가 실제 예수가 태어난 날이 아닌 것처럼. 부활절이 이렇게 복잡한 날짜로 정해진 것은 종교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p. 310) 어째서 춘분이 기준이 되었을까? 부활절의 배경도 크리스마스와 비슷하다. 이교도의 명절을 기독교의 교리와 융화시키면서 날짜가 정해진 것이다. 부활절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 '이스터'는 고대 앵글로 색슨족의 여신인 '이스터'에서 비롯되었는데, 이 여신은 봄과 다산을 상징했다. 그래서 이스터 여신에게 드리는 축제는 봄, 특히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에 열렸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이방의 축제가 교묘하게 결합된 기념일인 것이다. (p. 311)

흔히 연등을 '연꽃 모양의 등'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불을 밝힌다는 뜻의 연(燃)이 연꽃을 나타내는 한자 蓮과 음이 같이 생긴 오해다. (p. 313) 연등회는 통일 신라 시대부터 국가적인 행사였다. (p. 314) 그런데 1월과 2월에 열리는 연등회 행사를 굳이 4월에 다시 할 필요가 있었을까? (중략) 4월 초파일 연등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3세기 무신 정권 시기 권력을 잡은 최우가 자신의 집에서 개최하면서부터다. 스스로 '국왕 위의 실력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기존의 연등회와 별개의 행사를 벌인 것이다. (p. 315)

핼러윈은 원래 기독교의 만성절(모든 성인의 날)전야를 의미했다. 만성절은 축일이 없는 모든 성인을 위해 기도하는 날로, 중세 기독교에서는 9세기경부터 만성절을 11월1일로 정해 기려왔다. (p. 321) 그런데 왜 이날 유독 유령 복장을 하고 축제를 벌이는 걸까?(중략) 켈트 족은 일년이 열 달인 달력을 사용했는데, 한 해의 마지막 날이자 새해를 준비하는 날인 10월31일을 기념해 축제를 벌였다. 고대 켈트족은 이날 지하 세계의 문이 열리며 악령과 마녀들이 현세로 올라온다고 믿었는데, 그들을 속이기 위해 사람들도 악령과 비슷한 모습으로 분장했다. 이런 전통이 기독교에 흡수되면서 만성절 전야에 벌이는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크리스마스, 부활절과 마찬가지로 기독교와 이교가 융합하여 만들어낸 축제다. (p. 322)

고대 로마에서는 태양신 미트라를 숭배했는데, 미트라의 생일이 12월25일이다. 게다가 당시 12월 25일은 밤이 짧아지고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 즉 동지이기도 해서 이즈음 로마에서는 농경신 사투르누스에 대한 제사가 열렸다. 여러 의미로 축하하는 날이었던 셈이다. 이때를 즈음하여 축제가 계속되었다. 당시로서는 비교적 신흥 종교였던 기독교가 빠른 시일 안에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토착 종교의 축제일을 받아들여 통합하는 것이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의 비밀이다. 결국 크리스마스는 초기 로마 교회의 필요에 의해 탄생한 '발명품'인 셈이다. (p. 333) 1949년 기독교 신자였던 이승만 대통령이 '기독탄신일'이라는 이름으로 12월 25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것이다. (p. 335)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빼빼로데이, 추수감사절, 어린이날 같은 만들어진 기념일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 관심분야가 역사쪽이다 보니 역사와 연관된 기념일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서양문화가 친숙해져서인건지 기독교전파가 확산되어서인지 기독교 관련 기념일들이 한국의 일상에서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기념일들의 기원을 읽으면서 만들어진 종교적 기념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의 모든 것은 앞서간 분들의 위대한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일상은 모두 다 위대하다! 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이라 그 의미조차 잘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이 책이 알려주는 이야기들로부터 때때로 일상에서 역사를 발견하며 지낸다면 쳇바퀴 도는 듯한 지루한 일상이 새로운 의미를 가진 시간으로 조금은 더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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