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사이즈에 명언 같은 짧은 글, 그리고 볼수록 매력있는 만화풍의 그림. 이 책은 '명상'에 대한 길고 자세한 설명이 아니라, 한마디로 명쾌하게 동시에 말보다 진한 깨달음으로 풍부하게 '명상'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명상'을 이렇게 유쾌하게 할 수 있다니 ㅎㅎ 첫 장부터 절로 웃음이 났다.
이 책은 단순하게 읽히는 책이지만 영문과 한글을 동시 수록함으로써 지혜와 지식을 동시에 얻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글과 그림 으로도 충분한데 영어까지~! 랄까. ㅎㅎ
하루 한 페이지씩 꼬박꼬박 수련하듯 읽어도 좋겠지만 내용에 연결성이 있는 책은 아니므로 아무때나 수시로 들춰봐도 좋을 책이다. 한장 한장 나름의 의미가 담긴 글과 그림이 그 한장을 보는 하루를 새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명언인듯 명언아닌 명언같은 문장들이 많았는데, 그중 몇 가지를 옮겨놓아 본다.
바쁜 사람은 할 일이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동시에 너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p. 3)
바쁜 세상 바쁜 사람들 로 이루어진 일상이 당연한 듯 했는데 그 바쁨이 '해야 할 일'이 많아서가 아니었구나... 선택과 집중은 늘 고민해야 할 문제다.
당신이 어떤 일이 일어나리라 예측하든간에, 항상 그와 다른 일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p. 19)
그림과 함께 본다는 것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는데, 때론 촌철살인과 같은 강렬함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아무 생각이 없고 원하는 것이 없으면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만족하게 됩니다. (p. 83)
천재와 바보가 한끗차이 라는 말이 있지 않았나... 아무 생각이 없어보이는 사람도 알고보면 무지하게 생각이 복잡한 상태이곤 하다.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참 힘든 일이다.
사실에 맞게 믿음을 적용하십시오. 여러분의 믿음에 맞게 사실을 왜곡하지 마십시오. (p. 111)
정말 유념해야 할 말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듣고싶은 것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본다. 믿는데로 보고 생각하는데로 듣는다. 하지만 그렇게 보고 들은 것은 사실이 아닌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진실을 제대로 보고들을 줄 안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당신이 바꿀 수 없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됩니다. (p. 136)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그저 하릴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팽팽 놀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우리는 비난하곤 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채감이 사람들을 바쁘게 움직이게 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어떤 갈등이 생겼을때 그렇게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진정으로 강하고 선한 사람들은 결코 화를 내지 않습니다. (p. 167)
나는 화를 거의 내지 않는 사람이다.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 그렇다면 나는 진정으로 강한 선한 사람이었나? wow! ㅋㅋ
인생은 완벽하지 않으며 해야 할 일은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내려놓는 것은 불완전함 속에서 조용히 앉아 마음을 쉬게 하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p. 228)
조용히 앉아 마음을 쉬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나의 일상이다. 그 시간을 독서로 채우곤 한다. 그러면 내겐 독서가 곧 용기가 되는 것일까...
자기 망상의 두 가지 유형 : 스스로를 '행동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거나, 스스로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입니다. (p. 260)
헉!!! 대부분 스스로를 행동하는 사람이나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며 살지 않나? 그런데 그것이 자기망상이었다니!!!
입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보다 입을 통해 나오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p. 311)
맞는 말이다.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은 나에게만 중요한 일이지만, 내입을 통해 나오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 일이므로 내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내입안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내입밖으로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가장 좋은 관계는 평화로운 관계입니다. (p. 343)
동의하고 공감한다. 나는 늘 평화로운 관계를 추구한다. 그것이 어렵거나 안되면 내가 상처받더라도 내가 떠나고 내가 정리할 지언정 여하튼 나는 늘 평화주의자로 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는 '내가 알 바 아냐' 입니다. (p. 349)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쓰지 마세요. 사람들은 어차피 당신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답니다! (p. 364)
웃으면서 비수를 꽂는 문장 같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꼭 알아두어야 할 마음가짐이랄까. 심리책에서 읽은 적 있는 테스트가 생각난다. 실험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매번 다른 옷을 입고 이야기를 걸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은 실험자가 옷을 바꿔입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내가 무슨 옷을 입는가는 나만 신경쓸 뿐 상대방은 내옷에 그닥 관심이 없다. 옷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 나도 그들 생각보다 그들에게 관심을 꺼두어야 할 때가 있다. 매몰차고 이기적이 되라는 소리가 아니다. 각자에 대한 각자의 존중 그렇게 지켜지는 나자신에 대한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명상이란 이렇게 나를 위한 삶의 태도인 것 같다.
당신 이 다시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입니다. 다른 누구도 비난하지 마십시오. (p. 359)
이런 문장 처음이다! 처음엔 웃고 다음엔 울컥하는 문장이기도 했다. 공갈젖꼭지를 물고 있는 아기가 인상쓰고 있는 그림과 함께 이 문장을 읽으면 문장의 강도대비 마음이 아프진 않다. 그저 웃을 뿐이다. 너털너털 허허허~
그래서인지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문장은 "마지막 드리는 말씀 : 항상 웃는 것을 잊지 마세요!" (p. 365) 이다.
명상이라고 하면 왠지 수행 고행 뭔가 수련하고 단련하는 그런 것을 연상하게 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명상이 굉장히 가볍고 활기차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즐거워지는 점이 좋았다. 읽다보면 '명상' 이라는 고상한? 단어는 사실 '멍 때리기' 와 비슷한 것 같다. 내 장기 중 하나가 '멍 때리기' 인데... 아무래도 난 명상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ㅎㅎ
스님이 쓰신 책이고 읽으면 자연스럽게 명상적 기분이 들지만 문장과 그림에서 따듯함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오래전 읽은 원성 스님의 '풍경'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동자승 이 그림과 시를 엮어낸 책이었는데 한권이 온통 순박함 그 자체 였다고나 할까.... 그 동자승이 자라고 자라 책을 쓰고 그려냈다면 이 책같지 않았을까... 이 책은 문장과 그림이 온통 밝은 에너지로 가득차 있었다. 좋은 말씀 가득한 스님들 명상가들의 책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지만 나는 이렇게 짧고 굵게 다가오는 책이 참 마음에 든다. 간만에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느!낌!있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