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인들은 역사적으로 하나의 지역 혹은 민족을 이룬 적이 없다. 중앙아시아인들의 정체성은 씨족, 부족, 신분, 지역, 종교에 기반을 두었고, 이것들은 보통 서로 중첩되었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에게 정치적 경계선은 큰 의미가 없었다. 유목국가는 영토가 아니라 사람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수천년 동안 동양과 서양의 가교 역할을 해온 중앙아시아는 중국, 인도, 이란, 지중해지역, 보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영향을 받았다. 중앙아시아는 샤머니즘, 불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같은 종교들이 만나는 공간이었다. 중앙아시아의 민족적, 언어적, 정치적, 문화적 경계선은 늘 유동적이었는데 서로 영향을 주면서도 근본적으로 상이했던 두 생활양식을 포괄했다. (p. 15) 고대와 중세 시기의 외부 관찰자들은 중앙아시아를 '문명 세계'의 주변부로 여겼다. 그러나 현대의 역사가들은 근대 이전 시기의 가장 큰 제국들이 중앙아시아에서 배출되었다는 점에서 중앙아시아를 유라시아 역사의 '심장부' 또는 '중심축'으로 여긴다. (p. 16) 유목민은 일생 동안 경작지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사는 농경민들보다 자신들이 더 우월한 삶을 산다고 행각했다. (p. 21) 중아아시아의 역사가 상세히 보여주듯, 중세와 현대의 '민족'들은 보통 여러 종족과 언어 집단이 오랜 시간 융합하는 과정을 거치며 형성되었다. 특히 현대에는 적지 않은 정치적 계산에 따라 '민족'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p. 23) 민족들의 형성 과정은 현재에도 진행 중에 있다. (p. 24) -서문 中-